개봉일 : 1998년 4월 11일
영화는 영국의 철강도시 셰필드 중흥기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일자리가 넘쳐나고 사람들이 몰려들고 소비가
왕성하던 그 곳, 미래로 도약하는 셰필드. 그리고 25년 후 몰락한 철강도시 셰필드가 영화의 배경이다. <풀 몬
티>는 직장을 잃고 가정을 잃고 삶의 의욕도 잃은 6명의 남성이 돈을 벌기 위해 스트립쇼를 한다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13년 전 영국 영화지만 <풀 몬티>는 현대를 살아가는 이 시대 남성의 애환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가즈(로버
트 칼라일)는 요새 말로 '찌질한' 남자다. 이혼 후 전처가 키우는 아들의 양육비를 벌기 위해 그 아들과 함께
고철을 훔치러 다니고 축구가 보고 싶다는 아들에게 개구멍을 통해 경기장에 들어가자고 말한다. 전처는 아들
을 계속 보려면 양육비를 내라고 모질게 말하고 현재 그녀의 남편도 싸가지 없기는 마찬가지지만 딱히 대꾸할
수 없는 게 그의 딱한 처지다.
그의 친구 데이브(마크 애디)는 직장을 잃은 후 특별히 자신의 뚱뚱한 외모 때문에 더욱 자신감을 잃어 아내
앞에서 자신이 없다. 경제적, 성적으로 힘을 잃은 수컷은 암컷 앞에서 늘 힘이 없고 나약한 모습을 보인다. 제
랄드(톰 윌킨슨)는 직장을 잃은 지 6개월이 지나도록 아내에게 말을 못 한다. 아침마다 거짓 출근하며 일자리
를 찾아 나선다.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씁쓸한 풍경이다. 아내는 오늘도 출근하는 남편에게 스키장에 가자
며 휴가 계획을 세운다. 제랄드는 답답한 마음에 순간 진실을 말하려다 꾹 누른다. 차마 아내에게 자신의 실직
을 말하지 못하는 가장의 마음이다.
힘이 있는 남자는 여러 여자를 가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한 명의 여자도 나눠 가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남자의 경제력과 性은 같은 맥락에 있다. 경제력을 잃은 남성은 거세된 수컷과 다르지 않다. 가즈의 아내는 힘
이 있는 남자를 찾아 떠나갔다. 가즈는 한 명의 여자도 책임질 수 없는 힘 없는 남자다. 데이브 역시 그렇다.
아내가 다른 남자와 웃는 모습만 봐도 못마땅하다. 그래도 도리가 없다. 힘을 잃은 남자는 그냥 바라보며 전전
긍긍하고 "놀고 먹는 것도 힘들다."며 잠자리에서 자격지심을 드러낸다. 제랄드는 면접에서 떨어진 후 "아내는
오늘도 카드를 긁고 있다."며 울음을 터뜨린다. 그럼에도 스키 탈 생각에 들떠 있는 아내에게 차마 자신의 상
황을 말하지 못한다.
영화 속에는 영국식 유머와 코미디가 간간히 등장해 관객을 웃게 한다. 춤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쉽게 되지 않
자 댄서 가운데 하나인 호스가 "그거 아스날 오프사이드 트랩 아니냐."고 말하고 5명의 댄서는 단숨에 호흡을
맞춰 버리고 채무 때문에 제랄드의 집에 압류 들어온 사람들은 5명의 벌거벗은 남자들이 겁을 줘 쫓아버린다.
몇 명의 여자들 앞에서 스트립쇼 리허설을 앞두고 긴장한 4인의 남성이 긴장을 풀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지
루한 것들을 떠올려 보자."며 나온 것들은 '여왕의 연설(Queen's speech)', '다이어 스트레이츠 더블 앨범',
'네이쳐 프로그램'이다.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스트립쇼. 여섯 명의 댄서,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 무대에 올라간다. 데이브의 말대
로 젊지도 않고 잘 생기지도 못하고 몸매도 볼품 없는 사람들이지만 단 한 번의 공연이기에 완전히 벗는(full
monty) 무대다. 무대 자체도 감동이지만 공연 전 데이브와 아내의 대화가 감동을 키운다. 데이브는 "누가 뚱
보의 춤을 보겠냐."며 울먹이며 쇼를 포기했다. 하지만 아내는 "내가 보고 싶다."며 남편에게 힘을 불어 넣는
다. 무대에서 옷을 하나 하나 벗는 남편을 보며 아내가 누구보다 크게 환호하고 열광한다. 그 순간 아내는 말
하고 있는 거다. '당신은 여전히 섹시하고 매력적이야.' 아내란 그런 존재가 아닌가 싶다.
98년 처음 이 영화를 관람한 이후 내 기억에 <풀 몬티>는 최고의 영국 영화로 남아 있다. <풀 몬티>는 코미디
지만 가슴을 뜨겁게 하고 때로 눈물도 흐르게 하는 감동 드라마이기도 하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가장,
남편과 아버지들을 위한 영화 <풀 몬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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