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일 : 1995년 4월 5일
1967년 아프리카 자이르의 전쟁터.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으로 수십 명의 군인들이 죽는다. 상황을 파악하
러 나간 미군 조사팀은 환자의 혈액만 채취하고 현장에 폭탄을 투하해 자국 군인들과 함께 오염지역 전체를
소각해 버린다. 그리고 30여 년이 지난 후 동일 지역에 다시 전염병이 발생한다. 군의관인 다니엘스 대령(더스
틴 호프만)은 팀을 꾸려 바이러스에 대한 조사에 나선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이러스는 미국 본토 캘리포니아
에 올라와 작은 도시 하나가 공황에 빠진다. 다니엘스는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지만 그의 상
관인 포드 준장(모건 프리먼)과 맥클린탁 소장(도널드 서덜랜드)은 그에게 협조하지 않고 급기야 또 다시 바
이러스에 감염된 도시를 날려버리려 한다.
1967년 모타바라는 바이러스를 취하고 자국군의 기지 하나를 태워버렸다.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
만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 치료제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이후 30년간 그 바이러
스를 이용해 생물학 무기를 연구해왔다. 당연히 바이러스의 출처는 두 사람만 알고 있는 사항이며 무기의 개
발 역시 극비사항이다. 이들은 바이러스의 존재를 부인해 왔고 물론 치료제에 대한 연구도 없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생명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자들이다. 거짓은 또 다른 거짓을 낳고 일은 점차 커진다. 다
니엘스가 연구를 통해 치료제를 개발할 상황에 이르자 이들은 또 다시 2,600명의 사람들이 사는 도시를 불태
울 계획을 세운다. 그들의 관심은 오직 자신들의 '거짓'을 덮는 일과 '무기' 뿐이다.
이를 보며 여러 생각이 떠오른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 명분은 화학무기였다. 후에 미국이 자신들의 오판
을 인정했지만 그와는 별개로 (물론 미국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겠지만) 여러 나라가 세계 곳곳에서 바이러
스를 이용한 생물학 무기를 개발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역설적으로 바이러스(무
기)를 지키기 위해 영화에서처럼 인간을 희생시키는 일도 종종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화 속에서 다니엘스
는 말한다. "They want their weapon. (그들은 오로지 무기만을 원해.)"
그리고 신종플루도 기억난다. 신종플루로 세계 곳곳에서 희생자가 나올 때 누군가는 '다국적 제약 회사들에
돈 벌어주기 위한 음모가 아닌가.'라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타미플루라는 약, 국내에서도 구할 수가 없어 난리
일 때가 있었다. 그 약을 통해 세계적으로 제약사들이 벌어들인 돈이 얼마나 될까. 제약회사에게 환자는 곧 돈
이다. 약이 풀리는 시점과 풀리는 양은 철저한 계산 속에서 나올거다. 그렇게 시끄럽던 신종플루는 언제 그랬
냐는 듯 어느 날 조용히 사그라들었다. 물론 그냥 허무맹랑한 음모론일수도 있지만 이런 영화들을 보면 그냥
음모론만으로 읽히지 않는다.
다른 맥락은 국가의 폭력이다. 국가는 정확히 말해 권력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자신의 거짓을 감추기 위해서
는 어떤 일도 할 수 있다. 영화 속에서 미국은 1차로 자국군의 기지를 폭격해 수십 명의 미군을 죽이고 2차로
2천명 넘는 민간인이 거주하는 도시를 불태우려 한다. 물론 명분은 거창하다. 작전을 지휘하는 맥클린탁 소장
은 틈만 나면 '국가의 위기', '국가 비상사태'를 들먹인다. 레니 할린 감독의 <롱키스 굿나잇>에서 CIA는 '국가
안보'를 위해 자국민에 대한 폭탄 테러를 지원하고 토니 스코트의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에서 NSA(국가안
보국) 또한 '국가의 안보'를 위해 하원의장도 죽이고 민간인을 마구잡이로 도청, 감시한다. 그리고 <본 얼티메
이텀>에서 CIA 간부 노아 보슨(데이빗 스트라던)이 제이슨 본(맷 데이먼)을 추격하며 결정적인 순간에 내뱉은
표현도 '국가 비상사태'였다. 권력자들에게 자신의 위기가 국가의 위기와 동일함에는 예외가 없다.
(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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