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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Review

<아웃 브레이크> 자국민도 폭격할 수 있는 국가라는 권력 2.




개봉일 : 1995년  4월  5일


영화 속에서 흥미로운 대화가 있다. '공범'이지만 다소 인간미가 있는 포드 준장(모건 프리먼)에게 맥클린탁

소장(도널드 서덜랜드)이 말한다. "루즈벨트는 인도차이나를 차지하기 위해 월남전을 일으켰지만 역사는 뭐

라던가. 트루먼이 10만 미군을 살리려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걸 수정론 역사가들은 소련을 겁주기 위해서

였다지만 말도 안되는 소리야." 포드 역시 당시의 결정은 불가피했음을 인정하며 이렇게 말한다. "그들은 전쟁

을 했지만 우리는 아니야." 이어지는 맥클린탁의 대답이 대단하다. "우리도 전쟁을 하고 있어. 우리 모두가 전

쟁을 하고 있지." 맥클린탁과 같은 군인에게 미국 본토 민간인을 향한 폭탄 투하는 트루먼의 히로시마, 나가사

키에 대한 원폭 투하와 다르지 않다.   


 



어느 나라나 극우, 극보수 정치세력의 공통점이 있는데 '유머 감각'이 없는 점이다. 그들은 늘 진지하고 심각

하다. 지나칠 정도로 진지하고 심각하다. 영화 속에서도 다니엘스(더스틴 호프만)와 포드(모건 프리먼)는 농

담도 하고 웃는 모습도 나오지만 맥클린탁은 시종 굳은 얼굴을 하고 있다. 맥클린탁이 포드를 비난하며 'silly

sentimental son of bitch (멍청하고 감상적인 개자식)'라는 표현을 하는데 'sentimental'이라는 표현에 주목

할 필요가 있다. 사람이라면 때로 감상적이고 감정적일 수 있고 또 그게 자연스럽다. 그런데 저들에겐 그런 정

서가 없다. '감상'이라는 단어를 혐오한다고 할까. 그러니 늘 진지한 얼굴을 하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어이없는

짓들(silly stupid things)을 저지르는 것이다.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소도시 시더크릭으로 오는 폭격기를 다니엘스 대령과  솔

트 소령(쿠바 구딩 주니어)이 작은 헬기를 타고 막아서는 장면이다. 다니엘스는 "너희 목적지에 있는 사람들은

적이 아니다. 환자들은 치료할 수 있다. 너희 상관들의 꿍꿍이는 따로 있다."며 폭격기 조종사들을 설득하고

이에 마음이 움직인 조종사들은 상부의 명령을 어기고 폭탄을 바다에 떨어뜨린다. 리비아에서 카다피에 대한

시위가 격해지던 시기, 시위대에 대한 폭격 명령을 거부한 리비아 전투기 조종사가 생각나는 장면이기도 하

다. 가슴 뭉클한 감동적인 장면이다.   



* 배우들에 관해 

67년 작품 <졸업>과 73년 <빠삐용>으로 기억되는 전설적인 대배우 더스틴 호프만. 79년 <크레이머 대 크레이

머>, 88년 <레인맨>이라는 명작을 남겼고 95년 영화 <아웃 브레이크>, 97년 <왝 더 독>까지 지속적으로 좋은

작품들에 출연해왔다. 최근엔 <쿵푸 팬더>에서 시푸 사부로 어린이 영화팬들에게도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더스틴 호프만의 아내 역을 맡은 르네 루소는 국내에서 그렇게 인기있는 배우는 아니지만 서구적인 마스크가

매력적인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배우다. <아웃 브레이크>를 연출했던 볼프강 피터슨의 93년 작품 <사선에

서>를 통해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호흡을 맞췄고 99년 존 맥티어넌의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에서는 보험수사

관 역할을 맡아 피어스 브로스넌과 함께 했다.  





모건 프리먼과 도널드 서덜랜드의 역할은 분명하게 대비된다. 모건 프리먼은 언제 봐도 선한 인상이다. 크리

스찬 슬레이터와 함께 했던 98년 작품 <하드 레인>에서의 악역이 어색하게 보였던 기억이 있다. 그에 비해 도

널드 서덜랜드는 자신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연기를 보여준다. 더스틴 호프만, 모건 프리먼, 도널드 서덜랜드.

비슷한 연령대의 비슷한 중량감을 가진 명배우들. 감독의 역량 덕분이겠지만 쉽게 보기 힘든 멋진 조합이다.
 

다니엘스 대령을 돕는 솔트 소령 역의 쿠바 구딩 주니어를 보는 재미도 괜찮다. 96년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안겨 준 <제리 맥과이어>나 2000년 로버트 드 니로와 함께 했던 <맨 오브 오너>가 많이 알려졌지만 92년 <어

퓨 굿 맨>이나 97년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2007년 리들리 스코트의 <아메리칸 갱스터>와 같은 괜찮은 영

화들에 꾸준히 출연해 왔다.   





마지막으로 동일 세대 배우들 가운데 최고라 하기에 부족함 없는 케빈 스페이시도 등장한다. 워낙 훌륭한 배

우고 좋은 영화들이 많지만 몇 가지만 들자면 95년 데이빗 핀쳐 감독의 <세븐>과 브라이언 싱어의 <유주얼 서

스펙트>, 97년 커티스 핸슨 감독의 <L.A. 컨피덴셜>과 99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케 한 샘 멘데스의 <아

메리칸 뷰티>를 꼽고 싶다. 하나같이 완전히 다른 성격의 인물이고 케빈 스페이시라는 배우의 힘을 온전히 느

낄 수 있는 명작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