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ilm/Review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권력이 꿈꾸는 통제국가 1.




개봉일 : 1998년 12월 24일



"개인의 자유를 우선하면 국가의 안전이 위협받고 국가의 안전을 고려하면 개인의 자유가 희생된다." 개인의 자유와

공공의 안전은 늘 충돌하는 가치로 여겨진다.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제약해야 한다는 것이 국가의 일반

적인 입장이다. 토니 스코트 감독의 98년 작품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Enemy of the State)>는 개인의 자유와 국가의

안보에 관해 다루고 있다. 


미국 국가안보국 NSA의 야망있는 부국장 토머스 레이놀즈(존 보이트)는 보다 힘있는 국가안보국을 위해 전방위적

도,감청이 가능케 하는 통신보안법(Telecommunication Security and Privacy Act)을 추진한다. 법안 통과를 위해 하

원의장 필 해머슬리에게 협조를 부탁하지만 해머슬리가 시민의 자유가 침해당할 것을 우려해 거절하자 그를 살해한

다. 그리고 이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우연히 손에 넣은 로버트 딘(윌 스미스)은 NSA로부터 쫓기는 신세가 된다.




영화는 처음부터 강렬하다. 미국 최고 정보기관 NSA의 부국장 레이놀즈는 통신보안법 통과를 하원의장 해머슬리에게

부탁한다. 해머슬리가 거절하자 NSA의 예산을 그의 선거자금으로 지원하겠다는 제안을 한다. 겹쳐지는 그림이 있다.

한국에서도 안기부의 자금이 여당 선거자금으로 쓰인 적이 있지 않은가. 레니 할린의 <롱키스 굿나잇>에서는 의회에

서 CIA의 예산을 삭감하려 하자 이를 막기 위해 CIA 일부 세력이 테러조직을 지원하며 자국민에게 폭탄테러를 가하는

장면이 묘사된다. 정보기관의 은밀한 활동, 의회에도 공개되지 않는 예산의 집행은 이렇게 추악하게 이루어지는 경우

가 많은 모양이다.  


법안을 추진하는 상원의원 샘 알버트는 <래리 킹 라이브>에 나와 이렇게 말한다. "개인의 자유는 늘 통제받아 왔죠.

자유보다는 목숨이 소중하니까요." 딘은 "맞는 말이야."라며 맞장구 친다. 자신의 아내 칼라(레지나 킹)가 "누가 당신

전화를 도청하면 좋겠어?"라고 묻자 "나같이 선량한 사람을 뭐하러?"라고 되받는다. 딘은 "국가는 범죄자들만 감시합

니다. 선한 시민은 걱정할 일이 없습니다."라는 국가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칼라가 포인트를 짚는다.

"좋은 놈, 나쁜 놈을 누가 결정하는데?" 이 영화의 핵심이 되는 대사다. 국가의 본능은 통제, 가능한 넓은 영역까지 권

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를 위해 국민을 위협하고 선동한다.

         
           


미국에서 정부가 쉽게 쓰는 방법이 테러의 위협을 통한 협박이다. 알버트 상원의원의 말 가운데 "미국엔 수천만의 외

국인이 있고 그들 중 상당수가 미국을 적국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이 있다. 국민을 선전, 선동하는 전형적인 프로파간

다(propaganda)다. 한국의 경우는 강력범죄 따위가 흥미롭다. 대중은 강력범죄 앞에서 비이성적으로 변한다. 근래 확

대되고 있는 CCTV는 어떤가. 주택가 골목 골목까지 CCTV가 늘어가고 있다. 상당수 사람들이 이를 감시가 아니라 안

전을 위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테러가 됐든 강력범죄가 됐든 권력은 위험과 위협을 강조하며 안전을 명분으로 감시

와 통제를 정당화하려 한다.


또한 중요하게 짚을 문제가 '국가의 안보'라는 말이다. 틈만 나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국가라는 괴물. 국가의 안보

는 결국 권력자의 안보와 다르지 않다. 국가안보국 NSA의 레이놀즈 부국장이 말하는 국가의 안위, 상원의원 샘 알버

트가 말하는 국가의 안전은 바로 그들의 안위와 안전이다. 어느 나라나 권력자는 자신과 국가를 동일하게 본다. 국가

의 위기는 권력자 자신들의 위기인 셈이다.   

                                                                                                           
                                                                                                               (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