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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Review

더티 댄싱 (Dirty Dancing), 패트릭 스웨이지 최고의 청춘무비




개봉일 : 2007년 11월 23일 ( 20주년 기념 재개봉 )



80년대 브랫팩 군단의 스타들 가운데 에밀리오 에스테베즈, 로브 로, 데미 무어가 출연했던 <세인트 엘모스 파이어>

가 있다. 국내에서 개봉은 안 했지만 OST의 인기가 워낙 좋아 음악은 상당히 알려진 영화다. 존 파의 'St. Elmo's  

Fire'는 빌보드 싱글차트 1위까지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고 앨범 전체에도 우리의 귀에 익숙한 곡들이 많다. 이 무

렵의 영화와 음악들엔 그 시절 80년대의 정서가 묻어 있다. 이 때의 영화들을 이야기하면 브랫팩 스타 가운데 한 사람

인 패트릭 스웨이지의 87년 영화 <더티 댄싱 (Drity dancing)>을 빼놓을 수 없다. 




영화의 배경은 63년, 케네디가 저격당하기 전이고 비틀즈도 나오기 전이라며 여주인공 베이비(제니퍼 그레이)의 1인

칭 나레이션으로 친절하게 시작한다. 가족들과 함께 아버지의 친구 맥스가 운영하는 켈러만 산장으로 여행을 가는 베

이비. 그 곳에서 댄스 강사 쟈니(패트릭 스웨이지)를 알게 되고 그에게 춤을 배우며 사랑에 빠진다.


영화는 지금 보면 낡은 설정들로 가득하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여자와 그와 대조적인 남자. 다른 계급의 남녀가 만

나고 사랑하는 이야기. 당연히 여자의 아버지나 어머니 가운데 반대하는 사람이 있고 자녀와의 갈등이 있다. 임신과

낙태, 그리고 유혹, 누명과 오해도 나온다. 2000년대 한국의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구태의연한 설정들이지만 풋

풋하고 정겹다.  


영화에서 특이한 건 산장에서 서빙과 봉사를 담당하는 아르바이트 대학생들이 전부 하버드와 예일의 학생들이란 점이

었다. 산장의 품위를 위해 그렇게 고용한다는데 산장 대표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부분이기도 하다. 베이비의 언니 리

사, 쟈니의 파트너 페니와 인연을 맺으며 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라비라는 인물이 하버드 의대생으로 등장하는데

실제 60년대 미국에서 그게 리얼리티가 있는 설정인지 의아했다.




베이비(제니퍼 그레이)의 아버지는 개방적이고 깨인 인물로 보이지만 막상 딸이 못 배우고 장래 없는 댄서와 사랑에

빠지자 실망하고 화를 낸다. '60년대 미국에도 지금(한국이든 미국이든)과 다르지 않은 계급의식이 있었구나.' 새삼

생각했다. 후반부 베이비가 아버지 앞에서 울면서 말한다. "사람은 다 똑같다고 해놓고 왜 차별하세요. 아빠도 저에게

실망했지만 저도 아빠에게 실망했어요." <더티 댄싱>은 춤과 음악을 즐기는 가운데 우리 안에 있는 '계급의식'을 건드

리는 영화이기도 하다.           


평론가 황진미는 "세월이 흐르고 나니 '더티'는 커녕 건전하고 순진하다."는 평을 했다. 요즘과 비교하면 정말 그렇다.

'더티 댄싱'은 당시로선 기괴하고 문란한 춤이지만 지금 보면 전혀 문란할 것 없는 평범한 춤이다. 부모에게 별 반항도

않는 베이비, 베이비의 아버지가 자신을 못 마땅해하는 것을 확인하고 조용히 곁을 떠나는 쟈니, 쟈니를 보며 베이비

에게 상처주면 안 된다고 조언하는 페니까지. 모두 건전하고 착한 청년들이다.




영화의 중심은 춤이지만 좋은 팝 음악이 가득하기도 하다. 영화 처음에 나오는 Ronettes의 'Be my baby'부터 쟈니와

베이비가 춤 연습할 때 나오는 Eric Carmen의 'Hungry Eyes', 무엇보다 쟈니가 베이비를 떠날 때 흐르는 패트릭 스

웨이지의 'She's like the wind'가 가슴을 울린다. 오래 전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배철수가 "패트릭 스웨이지가 노

래를 잘 하는 건 아닌데 이 노래는 참 괜찮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곡 자체가 그에게 맞는다(어울린다)는 뉘앙스

였던 걸로 기억난다. 연기에 춤에 노래까지, 이 때의 패트릭 스웨이지는 최고였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쟈니는 "누구도 널 비난할 수 없어."라는 멋진 대사를 던지며 베이비의 손을 잡고 무대에 오른다.

뒷 일은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저지르는거다. 그런 면에서 <졸업>이 떠오르는 장면이기도 하다. 나중 일은 나중에 걱

정하고 무작정 일레인(캐서린 로스)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서 데리고 나오던 벤(더스틴 호프만)도 그랬다. <졸업>에

서 벤과 일레인은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영화를 마무리했지만 당연히 <더티 댄싱>의 두 주인공은 빌 메들리와 제니퍼

원스의 'Time of My Life'에 맞춘 멋진 춤으로 영화의 대미를 장식한다. 87년 당시 전세계 젊은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명장면이다.          
        
        
          


80, 90년대를 풍미한 패트릭 스웨이지는 췌장암으로 투병하다 2009년 세상을 떠났다. 많은 영화팬들이 안타까워했다.

어떤 팬은 당시 그런 댓글을 남겼다. "잘가요, 패트릭. 그리울거에요." 패트릭 스웨이지, <더티 댄싱>, <사랑과 영혼>,

<폭풍 속으로>에서의 젊고 매력적인 모습을 기억하는 팬들에게 더욱 그리운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