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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Review

<도망자 (The Fugitive)> 해리슨 포드, 토미 리 존스의 90년대 명작




개봉일 : 1993년  9월 11일



예전에 한 친구가 해리슨 포드를 이야기하면서 최고의 시리즈 영화 두 편을 가진 유일한 배우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스타워즈>와 <인디애나 존스>라는 최고의 시리즈물을 들며 설명했다. <록키>와 <람보>의 실베스터 스탤론도 있지

않느냐며 딴지를 걸까 하다가 참았다. 어정쩡한 시리즈도 아니고 영화사에 남는 최고의 시리즈 두 편의 주인공 해리슨

포드를 부정할 필요는 전혀 없기에 말이다.


해리슨 포드의 영화는 정말 많고 다양하지만 그 가운데 평균 이상으로 꼽을 수 있는 영화가 바로 <도망자>다. 국내에

서 해리슨 포드의 인기가 대단하기에 지금도 종종 영화 케이블에서 방송하는데 나 역시 해리슨 포드도 좋아하지만 이

영화 자체를 워낙 좋아해 그 때마다 집중해서 본다. <도망자>는 아내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의사 리

차드 킴블이 이송 도중에 풀려나 '도망자'가 되고 이후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니는 내용을 담

고 있다.

         
          


<도망자>는 뛰어난 배우 두 사람의 투 톱 무비다. 하나는 물론 해리슨 포드고 다른 하나는 도망자 킴블 박사를 쫓는

연방수사관 새뮤얼 제라드 역할을 맡은 토미 리 존스다. 킴블이 도망가면 제라드가 따라간다. 제라드는 킴블의 궤적을

쫓아간다. 영화는 두 사람의 쫓고 쫓기는 모습을 긴장감 넘치게 그려낸다. 도망자 해리슨 포드가 빛날 수 있었던 건 추

격자 토미 리 존스 덕분이라 할 정도로 그의 연기는 훌륭하다. 이 영화를 연출한 앤드류 데이비스의 92년 작품, 스티븐

시걸의 클래식 액션무비 <언더시즈>에도 토미 리 존스가 등장한다. 항공모함을 탈취하는 테러범 윌리엄 스트라닉스

를 연기한 토미 리 존스의 광기어린 연기는 <언더시즈>를 (싸구려 액션영화가 아닌) 꽤 괜찮은 액션영화로 만들어 놓

았다. (그러고 보면 토미 리 존스는 94년 스테판 홉킨스의 <분노의 폭발>에서도 광기로 가득한 폭탄 테러범 라이언 개

리티 역을 맡아 신들린 연기를 보여줬다. <맨 인 블랙>,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같은 영화를 떠올리면 그의 연

기 스펙트럼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그 때의 인연이 이어져 토미 리 존스는 93년 작 <도망자>까지 앤드류 데이비

스의 영화에 연이어 출연한다. 




앤드류 데이비스는 많은 작품을 연출한 감독은 아닌데 국내 소개된 영화들 가운데 괜찮은 영화를 꼽자면 92년 작품 <

언더시즈>, 93년 <도망자>, 98년 <퍼펙트 머더> 정도를 들 수 있다. 개인적으로 <도망자>를 최고로 생각하지만 마이

클 더글라스, 기네스 팰트로, 그리고 훗날 <반지의 제왕>에서의 아라곤 역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비고 모텐슨이 함

께 했던 <퍼펙트 머더>도 괜찮은 스릴러 물이다. <도망자>에서 킴블과 제라드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었던 앤

드류 데이비스는 그 능력을 살려 히치콕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퍼펙트 머더>라는 꽤 괜찮은 스릴러를 만들어낸다.   


비중 없이 의사 역할로 출연하는 줄리앤 무어도 볼 만하다. <도망자>는 그녀가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2>를

통해 대중적 인기를 얻기 전까지 출연했던 영화들 가운데 하나다. 지금의 줄리앤 무어를 생각하고 영화를 보면 그녀가

등장하는 잠깐의 시간이 꽤 어색하고 흥미롭다. <도망자>를 말하면 음악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영화의 스코어는 제임

스 뉴튼 하워드라는 거장 음악가가 맡았다. 그는 헐리우드 영화음악 역사를 이끌어온 영화음악가 가운데 한 사람이

다. <귀여운 여인>, <사랑을 위하여>, <아웃 브레이크>, <데블스 애드버킷>, <다크 나이트>에서 최근 <러브 앤 드

럭스>, <라스트 에어벤더>까지 수없이 많은 영화의 음악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장인이 만들어 낸 훌륭한 음악은

앤드류 데이비스가 연출한 <도망자>의 영상에 힘을 불어 넣는다.




영화는 90년대 초 시카고의 풍경도 볼거리로 제공한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와 같이 처음부터 끝까지 시카고를 배경

으로 한 영화들에서 보이는 모습들. 우리에게는 쉽게 다가오지 않지만 미국에서 시카고라는 도시가 상징하는 것들이

있기에 그럴거다. 훌륭한 감독의 연출, 명배우들의 호연이 어우러진 90년대 명작 <도망자 (The Fugitive)>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