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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Review

쿠엔틴 타란티노의 마스터피스 <바스터즈>




개봉일 : 2009년 10월 28일


   

 

2차 대전 당시 독일 점령 하의 프랑스. 독일군 장교 한스 란다 대령이 프랑스인 가정을 방문해 마을에 숨어있는 유태

인에 대해 추궁한다. 란다와 프랑스 남자 두 사람이 테이블을 놓고 대화하는 장면, 엄청난 긴장이 흐른다. 란다 역할을

맡은 오스트리아 배우 크리스토프 왈츠의 힘이다. 연합군 스파이 브리짓 본 해머스마크가 바스터즈 대원들과 접선하

는 지하 술집, 관객은 숨을 죽이고 지켜본다. 알도 중위와 이탈리아어를 주고 받는 장면, 해머스마크의 오른 발에 신발

을 신기는 장면. 모든 장면에서 긴장감이 팽팽하다. 어느 덧 대가가 된 타란티노는 몇 마디 대사와 상황만으로 엄청난

긴장감을 연출하며 관객을 압도한다.   


                   


이 영화는 전면에 알도 레인 중위(브래드 피트)가 나섰지만 실질적으로 란다와 쇼샤나(멜라니 로랑), 해머스마크(다이

앤 크루거)의 드라마다. 챕터 5로 구성된 <바스터즈>에서 3장까지가 쇼샤나의 드라마였다면 챕터4 '키노 작전'부터는

해머스마크의 드라마다. 챕터 4, 영화 시작 1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브리짓 본 해머스마크가 등장한다. 그녀는 독일 출

신답게 유창한 독일어를 보여준다. 최근작 <언노운>에서 그녀의 영어는 어색했다. 그렇다. 그녀는 독일 출신이었다.

당연히 <바스터즈>에서 그녀의 다소 어색한 영어는 전혀 어색하지 않다.(하긴 거기서도 독일에 거주하는 동유럽 불법

체류자 역할이다.) 로라 리니를 연상케 하는 이 매력적인 배우는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스파이 역할을 완벽하

게 소화한다.   


<바스터즈>에서 가장 주목할 장면이 해머스마크와 알도의 바스터즈 부대원들이 접선하는 지하 술집 씬이다. 영국군

장교의 (네이티브 독일인만 느낄 수 있는) 서툰 독일어와 독일인은 하지 않는 영국식 제스처(영화를 보면 이 장면이

압권이다.) 때문에 이들의 정체가 탄로나고 총격전을 통해 거의 모두가 죽는 참극이 벌어진다. 이 장면에서 타란티노

는 자신의 주특기를 유감 없이 발휘한다. 

      



알도의 부대원들과 게슈타포의 대화, 게임이 만들어 내는 긴장도 훌륭하지만 <저수지의 개들>, <재키 브라운>, <킬

빌>에서 그랬듯 타란티노 특유의 보석 같은 대사들이 줄줄이 쏟아진다. 두 가지만 보자. 영국군 장교(마이클 패스벤

더)가 자신의 정체가 탄로나자 했던 "I hope you don't mind if I go out the King's.(이제 영어로 말해도 괜찮겠지)" 그

리고 이어진 "There's a special rung in hell reserved for people who waste good scotch.(좋은 스카치를 남긴 자

는 지옥에서 큰 벌을 받는다는군.)" 영국인이기에 '영어'는 '왕의 말'이라 표현하고 단테의 명언은 스카치로 이용한다.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말의 향연'이다.   


<바스터즈>의 촬영은 로버트 리처드슨이 맡았다. 오랜 세월 올리버 스톤과 함께 했고 2000년대 들어와 마틴 스콜세지

와 함께 <에비에이터>, <셔터 아일랜드>를 작업한 감독이다. 정치색 짙은 대가들과 함께 했던 리처드슨과 위트있고

재기발랄한 타란티노의 결합, <킬 빌>도 훌륭했지만 <바스터즈>는 말 그대로 '판타스틱'하다. <바스터스>의 영상은

화려하지 않다. 그 흔한 스테디캠도 많지 않고 역동적인 샷도 없다. 무난하고 정적인 컷으로 리처드슨의 스타일을 녹

여 넣었다. 사실 리처드슨이란 이름만으로 아우라가 느껴짐을 누가 부인하겠는가. 편집도 독특하다. 특히 초반 알도

(브래드 피트) 부대의 도니와 휴고의 캐릭터를 설명해 주는 편집, 그리고 후반부 괴링과 보어만을 화살표로 가리키는

편집 등은 '타란티노 스타일'이라 부를 만한 기발하고 재치있는 편집이다.    




타란티노의 영화에서는 음악도 빼놓을 수 없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자신의 영화에 맞는 음악을 자신이 직접 만드는

예술가라면 쿠엔틴 타란티노는 자신의 영화에 어울리는 곡을 스스로 골라내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바스터즈>엔 많

은 음악은 없지만 요소요소 적절한 음악이 삽입되어 있다. 쇼샤나와 졸레가 서로 총을 쏘고 죽음을 맞는 장면에서 나

오는 음악이 대표적으로 그렇다. 캐스팅은 말할 것도 없다. 이름 없던 크리스토프 왈츠는 무려 4개국어를 구사하는 누

구도 소화 못할 유태인 사냥꾼 역할을 맡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아카데미 남우조연상까지 수상했다. 
                



타란티노는 의심할 여지 없는 걸작을 남겼다. 마지막 장면 알도 중위는 한스 란다에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선물을 주

며 이렇게 말한다. "I think this just might be my masterpiece.(이게 내 생애 최고의 작품이 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