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NE1이라는 팀이 처음 나왔을 때가 선명하게 기억난다. YG의 대표 양현석이 여자 빅뱅을 만든다는 기획으로
만든 팀이 2NE1이다. 멤버 선발부터 드라마를 만들어갔다. 산다라 박은 필리핀에서 차출된 실력파 신인, 공민
지는 곱사춤의 대가 공옥진의 손녀, 이런 식으로 멤버들의 특이한 배경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마케팅도 그
쪽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래도 여자 빅뱅이라는 포부는 좀 과하지 않았나 싶었는데 2NE1의 인기는 대단
했다. 분명히 여느 걸 그룹과는 다른 실력파 그룹으로 인정받는 분위기였다.
'I don't care'가 가요계를 휩쓸 무렵 나 역시 대열에 동참하며 이 곡이 담겨있는 이들의 첫 번째 미니앨범을
구입했다. 'Fire', 'In the club' 등등 한곡 한곡이 귀에 편안하게 들어왔다. 테디와 쿠쉬라는 생소한 이름의 작
곡자들도 대단해 보였고 과연 YG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I don't care'의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그래 역시 YG였다. 표절 대상으로 지목된 곡은 너무나 유명한 아티스트 라이오넬 리치의 'Just
go'라는 곡이었다. 당시 <시사매거진 2580>에서 이 문제를 다룰 정도로 YG의 표절 문제는 이슈였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또 다른 표절 문제가 보도됐다. 동일 앨범의 'In the club'이 머라이어 캐리의 'Standing
O'를 표절했다는 의혹이었다. 이 때는 두 곡의 출시 시점이 비슷해 논란도 있었고 그래서 양현석이 반발하기
도 했는데 워낙 YG가 '표절'의 이미지를 뒤집어 쓰고 있어 여론은 YG 쪽에 좋지 않았다. 그리고 'Standing
O'와 리애나라는 가수의'Umbrella'라는 곡의 분위기가 비슷한데 두 곡의 작곡자가 동일인이고 2NE1의 씨엘
이 좋아하는 가수(영향받은 아티스트)가 리애나라고 하니 대강의 스토리는 그려졌다. 그렇게 내 기억에 2NE1
의 첫 번째 미니앨범은 만신창이가 된 앨범으로 남아있다.
진영이 아티스트 유형의 CEO라면 양현석은 확실히 비지니스 마인드를 가진 CEO다. 박진영이 소속사 그룹
의 음악과 안무도 만들고 스스로도 가수의 삶을 살아간다면 양현석은 음악, 안무, 행정 등의 책임자를 따로 두
고 회사 전체를 지휘하는 관리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한다. 그렇게 명예도 얻고 돈도 벌어 성공한 것은 인정받
을 일이지만 이처럼 많은 곡들이 표절 시비에 휘말리니 참 불명예스런 기획사 그리고 CEO임에 틀림없다.
나 역시 빅뱅과 권지용의 팬이지만 인터넷 상에서 '표절 드래곤', '표절 브레이커'라는 권지용과 YG를 조롱하
는 표현들을 보면 쓴 웃음을 짓게 된다. 권지용이 음악을 하는 내내 권지용에게는 '표절'이라는 딱지가 붙어다
닐 것 같다. 최근 2NE1은 '내가 제일 잘 나가'라는 곡을 내 놓고 활동을 재개했다. 처음 듣고 바로 2NE1의 음
악임을 알 수 있는 그들만의 색깔이 뚜렷한 곡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조만간 뭐 또 터지는 거 아닌가.' 생각
도 들었다. 2NE1이라는 팀, 실력도 있고 매력적인 팀이지만 YG에서 동일한 작곡자들과 음악을 하는 동안은
그 '올무'는 어쩔 수 없지 싶다. 하긴 뭐 어떤가. 어차피 인기는 불꽃 같은 것, 활활 타오를 때 누리면 그만이고
돈만 벌면 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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