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라디오에서 에릭 클랩튼의 'Change the world'가 들려온다. 존 트라볼타가 주연을 맡았던 96년 존 터틀
타웁 감독의 <페노메논 (Phenomenon)>의 주제음악.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흑인 프로듀서이자 가수인
베이비 페이스와 함께 만들었던 곡이다. 에릭 클랩튼을 생각하면 적잖은 음악팬들이 'Tears in heaven'을 먼
저 기억할거다. 그리고 히트곡을 하나 둘 떠올려보면 'Wonderful tonight', 'Layla'도 쉽게 기억할 수 있다.
요새는 '기타의 신'도 많아졌지만 진정한 '기타의 신' 에릭 클랩튼의 음악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그의 발자취를
대략이라도 알고 있을 것이다. 야즈버드와 존 메이올스 블루스브레이커즈 시절, 그리고 크림에 이르기까지 그
의 음악 여정은 신화 그 자체다. 그래미를 10회 이상 수상했으며 락앤롤 명예의 전당에도 야즈버드와 크림의
이름으로 그리고 솔로가수 자격으로 세 번이나 오를 정도로 그는 성공한 아티스트다.
하지만 인생 자체로 보면 굴곡 많은 불행한 삶을 살았다. 60년대 후반 그는 비틀즈의 기타리스트 조지 해리슨
과 절친한 사이였다. 그런데 그와 교류하면서 그의 아내 패티 보이드를 알게 되고 사랑에 빠진다. 패티 보이드
는 종교에 심취한 남편의 시선을 끌기 위해 일부터 에릭 클랩튼에게 관심을 보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에
게 돌아갔다. 여자로 인해 실의에 빠진 에릭 클랩튼은 술과 마약으로 망가진다. 이 무렵에 나온 노래가 그녀에
게 바치는 'Layla'다. 에릭 클랩튼의 '순정' 때문이었을까. 조지 해리슨과 패티 보이드가 이혼함에 따라 에릭
클랩튼은 소원대로 그녀를 얻게 된다. 하지만 그리 오래지 않아 두 사람은 헤어진다.
아픈 애정사도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세계적으로 공유되는 걸 보면 세계적인 스타로 사는 일, 만만한 일이
아니지 싶다. 에릭 클랩튼의 시련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패티 보이드와 헤어진 후 만난 배우 겸 사진작가
로리 델 산토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코너가 4살 때 아파트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널리 알려져 있듯 그
렇게 죽은 아들을 위해 아버지 에릭 클랩튼이 만든 노래가 'Tears in heaven'이다. 그가 만들어낸 최고의 음
악들은 이렇게 개인적인 아픔을 담고 있다.
롤링 스톤즈에 관한 다큐멘터리 <샤인 어 라이트>를 만들었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76년 에릭 클랩튼의 공
연도 타큐멘터리로 제작한다. 로버트 드니로, 조 페시, 레이 리오타가 출연했던 마틴 스콜세지의 걸작 <좋은
친구들>에도 에릭 클랩튼의 음악이 있다. 영화가 끝난 후 자막이 나오는 부분에 'Layla'의 후주가 흐른다. 마
틴 스콜세지의 락 음악(에릭 클랩튼의 음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읽히는 부분이다.
* <샤인 어 라이트) 촬영 현장에서 롤링 스톤즈 믹 재거(좌)와 마틴 스콜세지(우)가 대화하고 있다.
1997년, 2007년, 그리고 지난 2월, 이렇게 세 차례 에릭 클랩튼은 한국에서 공연을 갖기도 했다. 기타의 신이
면서 진정한 음악의 장인 에릭 클랩튼, 전설의 음악을 오래도록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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