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연성화된 건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니다. 가볍고 뽀송뽀송한 TV 뉴스는 꽤 오래 전부터 시작했고 뉴스
제작진은 TV를 그야말로 '바보 상자'로 만들고 있다. 올해 1월인가. <MBC 뉴스데스크>를 보고 어이 없었던
기억이 있다.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걸그룹 카라의 내부 분쟁 관련 소식을 여러 꼭지로 전했다. 눈을 의
심했다. '세상에.. 뉴스가 갈 데까지 갔구나' 생각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곧 일본 특파원이 소녀시대의
일본 활동을 전했다. 유구무언이었다. 이왕 시작한 거 끝을 봐야 했을까. 메이저리거 추신수의 게임 내용까지
전했다. 이후에도 스포츠 관련 소식이 또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대략 이런 뉴스들이 자칭 '대한민국 대표 뉴
스' <MBC 뉴스데스크>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었다.
오늘 저녁 <9시 뉴스데스크>, 요즘 한류, K-POP이 프랑스 파리에서 난리도 아니라더니 급기야 슈퍼주니어의
두 멤버 이특과 은혁이 스튜디오에 출연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전녹화였다. 출연 자체도 황당한데 뭐 그
리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사전녹화까지 해서 방송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뉴스가 시쳇말로 맛이 간 게 하루
이틀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 정도면 정말 서글픈 상황이다. 뉴스가 아니라 예전에 SBS가 쓰던 표현인 '뉴스
쇼'라 해야 할 것 같다. 물론 시사 프로그램의 연성화도 종종 거론된다. MBC 간판 프로그램인 <시사매거진
2580>의 경우 6월 12일 방송에선 '나는 가수다' 열풍에 관해 방송했다. 예전에 '커피 전문점' 편도 그렇고 '가
요계 표절'에 관한 취재도 있었고 정치, 사회적 이슈와 함께 문화 쪽으로도 방송을 곧잘 해왔으니 이쪽은 크게
문제될 건 없다고 본다. 문제는 가장 중심이 되는 <뉴스데스크>다.
지금 가장 크게 다뤄야 할 뉴스는 저축은행 사태, 사법개혁 좌초, 대학 반값등록금 정도로 정리된다. 특히 저
축은행은 로비, 비리관련 소식과 해결방안에 관해 몇 꼭지에 걸쳐 방송해야 하고 사법개혁 역시 대검찰청 중
앙수사부 문제와 대법원 문제를 앞으로의 전망과 함께 심도있게 그리고 쉽게 풀어 시청자에게 전해야 맞다.
등록금 문제도 그렇다. 사립대학 총장들이 10% 인하 의사를 밝히며 정부의 지원을 조건으로 걸었으니 학생,
시민단체, 정치권 등에 대한 후속 취재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오늘 <9시 뉴스데스크>에는 이에 관한 뉴
스가 단 한 토막도 없다. '주 5일 수업 전면 시행, 커피자판기 위생 엉망, 세종시 떴다방 극성.. 헌혈 후 뇌사 대
학생..' 대략 이렇게 가다가 박지성 관련 소식 하나 전하고 마무리했다. 이제는 놀랍지도 않고 그러려니 한다.
위 3가지에 관한 뉴스는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나 들을 수 있다.
뉴스가 저 모양이니 대중은 점점 정치, 사회적으로 아둔해진다. 그리고 당연히 정치, 사회에 무관심해진다. 그
게 권력이 원하는 바이니 그쪽에서 보면 성공적인 상황이다. 대중이 스스로 촉을 세우고 이 나라의 중요한 문
제에 관심을 갖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소녀시대는 KBS 9시뉴스에 등장하려나.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
한 슈퍼주니어를 보고 심란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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