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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Media & Culture

'미모는 나의 무기', 외모가 최고의 경쟁력인 사회




롯데캐슬이라는 아파트 브랜드가 있다. 수 년 전 이 아파트의 광고 카피 가운데 이런 내용이 있었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줍니다. 롯데캐슬." 돈이 최고인 대한민국의 천박한 자본주의를 한 마디로 함

축한 경이로운 문구였다. 당시 이 카피를 만들고 또 이런 광고를 만들어 내보낸 사람들도 대단했지만 더욱 놀

라웠던 건 이런 광고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이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었다.




어떤 사람을 말해주는 게 그 사람의 지성도 인품도 아닌 그 사람이 사는 집이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열이면

열 명 모두가 그렇지 않다고 말하겠지만 마음 속 대답은 꼭 그와 일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 안에는

남보다 많이 벌고 싶고 남보다 좋은(비싼) 동네에 남보다 큰 집에 살고 싶은 욕망이 있다. 지금 사회에서 그건

부정할 수도 부정할 필요도 없는 당위이고 진리다. 한 가지 씁쓸한 건 기성세대야 이왕 버린 몸, 그렇다 치고

자라나는 세대가 이런 가치관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이다.


영민한 우리의 10대는 그들의 부모세대가 어떤 가치를 중시하는지 똑똑히 보며 자라고 있다. 어찌보면 그들에

게 옳고 그름의 가치, 바람직한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일지 모르겠다. 아니 기성세대 자체

가 그 '가치'라는 것에 대한 의식이 있을까. 확신할 수 없다. 혼돈의 시대다.  





"난 너무 이뻐. 난 참 섹세해. 미모는 나의 무기. 암 어 뷰리풀 걸. 그런 나를 보면 모두가 쓰러지네. 암 어 뷰리

풀 걸." 2년 전 꽤 히트한 한 광고 속 노래인데 요새 다른 광고에서 다시 방송을 타고 있다. 당시 광고에서는 반

주도 없이 노래만 나온다. 싱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있는 것처럼 배우 한예슬이다. 지금도 물론이지만

이 때의 그녀도 대단히 아름다웠다. 사실 민망하기 짝이 없는 가사고 웬만한 여자는 입을 떼기도 어려울테지

만 한예슬은 꿋꿋이 부른다. 한예슬에게는 그럴 자격이 있다. 그녀가 이렇게 노래한다는데 누가 이의를 제기

할 수 있을까.


외모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최고의 가치다. 대강 기억하기에 90년대까지만 해도 지금처럼은 아니었던 것 같

다. 하지만 최첨단 미디어 시대인 지금은 다르다. 외모는 모든 것이라 할 만하다. 특별히 여자에게 외모는 분

명한 경쟁력이다. 여자들은 목숨을 걸고 다이어트를 하고 얼마가 들더라도 마음에 드는 얼굴을 갖기 위해 성

형수술을 한다. 물론 그런 사회 풍토에 대한 비판의식도 있고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문제의식도 다들 가지고

있다. 하지만 돌아서 TV와 인터넷으로 가면 역시 최고의 화제는 연예인들의 아름다운 외모다. 외모로 인한 차

별, 불평등으로 인해 다수가 피해를 보고 사회가 그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그 외모라는 가

치를 한없이 동경하는 모순의 상황이다.




'미모는 나의 무기', 분명히 맞는 말이지만 차별과 폭력을 수반하는 무서운 말이기도 하다. 빼어난 미모를 가

진 여자가 연기자가 되고 모델이 되는 건 논란의 여지가 없지만 그 외 사회 일반의 영역에서 미모를 앞세워 타

인을 앞지를 수 있는 건 분명한 문제가 아닌가. 그럼에도 빼어난 미모를 가진 그녀는 "나를 보면 모두 쓰러지

네."라며 자신의 미모를 자랑한다. 하긴 저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저렇게 웃으며 노래하니 모든 비판의식과 사

고가 마비되는 것 같기도 하다. 천박한 자본주의 못지 않은 이 땅의 '무서운' 외모지상주의의 현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