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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Review

<트랜스포머 3> 관객을 끌어들이는 희안한 영화




개봉일 : 2011년  6월 29일


주말 극장, 근래 수 년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시리즈인 <트랜스포머> 세 번째 에피소드(Dark of the

moon)를 보기 위해 관객이 몰렸다. 영화가 시작하고 빈틈 없이 자리를 채운 관객은 곧 스크린에 몰입했다. 영

화는 1961년과 1969년에 달과 지구에서 벌어진 일들을 묘사하고 곧 현재로 돌아온다. 로지 헌팅턴 휘틀리의 

섹시한 뒷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1편과 2편에서 샤이어 라보프와 호흡을 맞췄던 메간 폭스는 없다. "마이클 베

이 감독은 독재자"라는 발언으로  감독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제작자 스티븐 스필버그가 캐스팅에서 배제했다

고 한다. 이런 배경을 모르는 관객이라면 어리둥절 할 수 있다.   





영화에 대한 평이 많이 갈리고 부정적인 의견 쪽에는 지루하다는 말이 많았는데 관람 후 지루했다는 의견에

꽤 공감할 수 있었다. 영화 초반 윗위키(샤이어 라보프)의 구직활동과 직장생활 묘사가 불필요하게 길고 지루

하게 느껴졌다. 연인 칼리(로지 헌팅턴 휘틀리)와 함께 그려지는 모습도 따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리한 흐

름은 디셉티콘이 옵티머스의 스승 센티넬을 쫓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그 사실을 파악한 윗위키와 오토봇이 센

티넬을 따라가는 시점에 이르러 바뀐다.



영화가 시작하면 의외의 볼거리가 있는데 존 말코비치와 프랜시스 맥도먼드라는 낯익은 명배우들이다. 존 말

코비치는 윗위키의 직장 상사로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CIA 국장 미어링으로 등장한다. 자신들만의 연기세계가

뚜렷한 훌륭한 배우들인데 사실 <트랜스포머 3>에서의 등장은 뜬금없기도 하다. 이런 류의 영화가 대체로 배

우의 힘에 기대지 않고 이들의 역할이 비중이 없기도 하지만 영화 속에서 가볍고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묘사되

기에 (배우들의 중량감으로 볼 때) 영화와 배우가 어울리지 않고 배우들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엑스맨: 퍼스트클래스>에서 케네디의 등장을 보고 그 영화에 대한 포스팅에서 "미국은 확실히 케네디를 좋아

하는 것 같다."는 글을 남겼는데 흥미롭게도 <트랜스포머 3> 초반에도 케네디가 등장한다. 61년, 달에 불시착

한 비행체에 대한 연구를 명령하는 대통령이 케네디다. 요즘 블럭버스터는 픽션과 논픽션 사이를 오가는 것을

즐기는 모양이다. 영화에는 또 다른 미국 대통령이 등장하는데 메가트론이 링컨의 동상을 파괴하는 부분에서

는 당황스럽기도 하다. 아무리 영화지만 그렇게까지 묘사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 영화 속에서라면 백악

관을 날려버리는 사람들이기도 하지만 당황스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영화 후반부 디셉티콘과 미군 특수부대의 전투. 꽤 길게 묘사되고 역시 지루하기도 한데 이 장면에는 마이클

베이 이전 작품들의 흔적들이 묻어난다. 부대가 지휘부와 교신하는 부분에서는 <더 록>의 알카트래즈 전투 장

면이 지속적으로 떠오르고 윗위키와 칼리가 포옹하는 장면에서는 <아마게돈>에서 그레이스(리브 타일러)와

A.J.(벤 에플렉)의 모습이 보인다. 영화 막바지에 이르러 감독은 자신의 색깔을 뚜렷이 보여주며 말하고 있다.

"나는 마이클 베이다."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히어로 샤이어 라보프의 출연작 가운데 특이한 영화로 2010년 정치영화의 거장 올리

버 스톤의 <월 스트리트>가 기억난다. 감독의 날이 무뎌진 탓이기도 하지만 샤이어 라보프의 존재감이 드러나

지 않는 영화였는데 그런 그가 자신이 가장 잘하는 쪽으로 돌아와 물 만난 고기처럼 노는 영화가 <트랜스포머

3>다. 하지만 <
트랜스포머 3>의 주인공은 샤이어 라보프가 아니다. 이전 시리즈의 주인공도 물론 샤이어 라보

프가 아닌 로봇들이었지만 이번 시리즈는 특별히 옵티머스 프라임과 그의 스승 센티넬 프라임, 그리고 디셉티

콘의 드라마다. 센티넬의 말처럼 그들은 '신'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하나 하나의 로봇은 신의 변형된 모습이고

센티넬이 재건하려는 그들의 멸망한 제국 사이버트론은 신들의 나라다. 당연히 마지막에 벌이는 세 로봇의 싸

움은 신들의 전쟁이다. 

 




평론가 이동진은 <아바타>와 관련한 자신의 글에서 "제임스 카메론을 1류, 마이클 베이를 2류, 롤랜드 에머리

히를 3류"로 평가하는데 당시나 지금이나 상당 부분 동의할 수 있는 의견이다. 재미있는 건 제임스 카메론과

마이클 베이가 꽤 친한 사이라는 사실. 마이클 베이는 <아바타> 촬영 당시 제임스 카메론이 자신을 촬영 현장

에 부른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며 그가 자신을 격려했던 일화를 소개한다. 전 세계 영화계를 움직이는 거장들의

흥미진진한 대화다.


 
    
영화를 관람 후 이번 세 번째 시리즈를 관람한 어린이 팬들은 '낚였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 시리즈에는 이

전과 달리 로봇을 보는 재미가 없다. <트랜스포머 3>는 인간과 디셉티콘의 대결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메시지도 인간과 지구를 지배하려는 로봇과의 대결이다. 어린이 관객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내용이며 웬만한

어린이들은 자다가 극장을 나서기 쉬운 영화다.(사실 성인관객도 흐름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어쨌든 그럼에도 관객은 꾸준하다. 
영화를 보며 그리고 관람을 마친 후 줄곧 드는 생각은 '도대체 무엇때문에

전 세계가 이영화에 열광하는가.'였다. 마이클 베이의 힘? 전 세계적인 마케팅의 힘인가? 참 희안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