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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Talk

앤디 가르시아가 부르는 레이 찰스의 'What I'd say'






리들리 스코트의 89년 영화 <블랙 레인 (Black Rain)>. 영화는 야쿠자 보스를 미국에서 
일본으로 압송하는 두형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뉴욕의 형사 닉(마이클 더글라스)와 
찰리(앤디 가르시아)는 야쿠자 보스와 함께 일본 오사카에 도착한다. 기내에 들어온 경찰에 범인을 인도하고 여유를 즐기려는 순간 진짜 오사카 경찰이 등장한다. 야쿠자에 당한 두 사람은 일본에 남아 도주한 범죄자와 야쿠자를 추격한다.


극 중반 찰리와 오사카 경시청 강력반장 마스모도(다카쿠라 켄)가 조이스(케이트 캡쇼)가 운영하는 술집에서 술자리를 갖는다. 찰리가 무대로 나가 피아노 반주자에게 몇 마디 하고 노래를 시작한다. 노래는 전설적인 재즈 아티스트 레이 찰스의 'What I'd say'. 한 소절 마친 찰리가 자리로 돌아와 마스모도의 넥타이를 잡고 끌고 나간다. 중후한 일본 남성이 우스꽝스런 썬글라스를 쓰고 노래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쿠바 태생의 조각 같은 배우 앤디 가르시아는 국내에도 팬이 많다. 앤디 가르시아를 말하면 87년 케빈 코스트너, 숀 코너리와 함께 한 <언터쳐블>과 90년 <대부 3>라는 마스터피스를 떠올릴 수 있고 멕 라이언과 함께 했던 94년 작품 <남자가 사랑할 때>, 마이클 키튼과 호흡을 맞췄던 98년 영화 <데스퍼레이트> 또한 대표작으로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오션스 11,12,13> 시리즈에서 얼음 같은 캐릭터 백만장자 테리 베네딕트를 멋지게 그려냈다. <블랙 레인>에서 20여 년 전의 젊은 앤디 가르시아는 지금의 중후한 매력과는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배우가 노래하면 단지 그들이 배우라는 이유만으로 색다른 매력이 느껴진다. 노래를 잘 하든 못 하든 별 관계없이 배우가 갖는 아우라가 노래를 돋보이게 한다. 앤디 가르시아의 'What I'd say'가 레이 찰스를 벗어난 그만의 'What I'd say'이듯 <더티 댄싱>에서 패트릭 스웨이지의 'She's like the wind' 역시 그렇다. 어떤 가수가 기술적으로 그보다 잘 부른다 해도 패트릭 스웨이지가 전하는 느낌 이상의 감동을 전하기는 힘들다.
 
             
               


앤소니 밍겔라의 <리플리>에서 매력적인 두 배우 쥬드 로, 맷 데이먼이 지하 재즈바에서 부르는 'Tu Vuo Fa l'Americano'는 환상 그 자체다. 앤디 가르시아가 쿠바 출생인데 공교롭게도 디키(쥬드 로)와 톰(맷 데이먼)이 노래하는 공간 역시 쿠바다. 쿠바의 재즈, 말이 필요없다. 맷 데이먼, 쥬드 로의 노래가 전하는 흥과 감동은 그들의 노래실력과는 상관이 없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더욱 매력적이다. 
영화 속에서 매력적인 배우들이 노래하는 모습, 감독의 연출이든 배우들의 제안이든 즉흥적인 그 무엇이든 관객에게는 영화 외적인 또 다른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