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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Talk

리차드 기어,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는 배우






아침에 잠깐 KBS의 <아침마당>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리차드 기어의 얼굴이 보였다. 잘못 봤나 싶어 다시 봤

다. 리차드 기어가 맞았다. 헐리우드 톱 스타의 한국 아침방송 출연에 오늘 오전 인터넷과 트위터에는 리차드

기어 얘기가 많았다.



검색을 좀 해보니 20일에 입국한 걸로 되어있다. 이번 방문은 그가 인도와 티베트 지역을 여행하며 찍은 사진

의 사진전 홍보를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금 더 찾아보니 다른 내용들이 있다. 리차드 기어가 불교 신자임은

꽤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방문 기간 조계사, 통도사, 동화사와 같은 사찰을 방문하며 독실한 불교신자로서의

행보를 보였다. 관련 사진 가운데 리차드 기어가 달라이 라마와 함께 찍은 사진도 볼 수 있었다. 달라이 라마

는 승려가 되고자 했던 리차드 기어의 스승이기도 하다.





달라이 라마 하면 자연히 티베트를 떠올리게 된다. 그렇다. 이번 그의 방문은 중국의 티베트 박해와 티베트 독

립 문제를 환기하기 위함으로 볼 수 있다. 그는 199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전 세계로 중계되는 방송을 통해

중국의 티베트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당연히 중국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이후에도

소신껏 활동을 이어갔다. 그의 활동 덕분에 해리슨 포드, 샤론 스톤, 스티븐 시걸 같은 헐리우드 톱 스타들 역

시 티베트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했다. 샤론 스톤은 얼마 전 중국 지진 당시의 발언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쪽으로 워낙 유명한 인사다.



이런 대략의 내용을 알고 있는 시청자 입장에서 오늘 방송은 답답한 방송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런 셀러브리

티를 불러 놓고 기껏 한다는 질문이 아들의 진로냐."는 트윗도 있었다. 정경순은 "오늘 잠 못 자겠다."며 설레

는 마음을 표현했고 엄앵란 역시 팬의 마음을 고백했다. 방송을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아침마당>을 한국의 <

오프라 윈프리 쇼>라고 소개 받았다는 리차드 기어가 방송을 마치고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이 들기도 한다. 





하긴 이 날 <아침마당>의 방송 방향은 처음부터 그쪽(헐리우드 톱 스타 리차드 기어의 영화와 그의 인생)이었

고 리차드 기어와는 애초에 포인트가 달랐으니 뭐라 할 문제도 아니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 당시에도 중국

을 의식하느라 달라이 라마의 입국을 불허했는데 지금 분위기는 말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어떤 언론도 리차

드 기어와 티베트 문제를 연관지어 화제를 만들려 하지 않는다.



백발 중년의 리차드 기어, 헐리우드 최고의 스타로 많은 것을 이루고 이제는 구도자의 삶을 사는 사람. 참 아

름답게 나이 들어가는 남자다. 달라이 라마의 생애를 그린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쿤둔>이라는 영화도

리차드 기어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영화라 한다. 2주 쯤 전에 갑자기 다시 보고 싶어 진열장에서 꺼낸 리차드

기어의 <사관과 신사>가 아직 책상 위에 그대로 있다. <사관과 신사>도 좋지만 그보다 <쿤둔>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