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퍼스와 제프리 러쉬의 명품 연기로 올해 아카데미를 평정한 <킹스 스피치>. 두 배우의 연기 못지 않게 관객을 집
중케 한 요소가 음악이었다. 엘리자베스 2세의 삶을 다룬 <더 퀸>의 음악을 맡았던 알렉산드르 데스플라가 동일하게
작업에 참여했다. 앨범을 들어보면 한곡, 한곡에 클래식의 기품이 흐른다. 영화의 장면들과 겹쳐지며 영화의 감동을
고스란히 느끼게 하는 음악들이다. 데스플라는 이 작품으로 <더 퀸>으로 수상하지 못했던 영국 아카데미를 손에 넣었
다. <블랙 스완>의 음악을 맡았던 클린트 만셀은 음악의 상당 부분을 차이코프스키에서 가져와 후보 조차 되지 못했
는데, 베토벤의 음악 두 곡과 모짜르트의 음악 하나만을 삽입하고 나머지는 직접 작곡해 스코어로서 자격을 갖춘 데스
플라의 현명한 선택도 주목해 볼 만하다. 여기서는 관객들로 하여금 다시금 클래식 CD를 플레이어에 넣게 한 두 거장
의 음악을 들어본다.
버티(콜린 퍼스)와 로그(제프리 러쉬)가 내기를 한다. 로그가 버티에게 <햄릿>을 건넨다. "못 읽겠다."고 하지만 곧 더
듬거리며 읽는다. "To be.. or not.. to be.." 버티는 포기한다. 하지만 로그는 포기 않고 버티에게 헤드폰을 씌운 후 그
의 낭독을 녹음한다. 헤드폰에선 경쾌한 음악이 나온다. 모짜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서곡>이다. 그리고 이 곡은 버티
와 로그의 수업 장면.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장면에도 흐른다. 사실 <피가로의 결혼>은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산
들바람은 부드럽게'와 '편지의 이중창'으로 먼저 감동적으로 접한 바 있다. <피가로의 결혼>, 영화와 인연이 깊은 '좋
은' 오페라다.
버티의 마지막 연설. 두 사람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방송실로 들어선다. 긴장한 버티에게 로그가 말한다. "Forget
everything else. And just say it to me. Say it to me as a friend." 버티가 힘겹게 입을 뗀다. 힘든 연설의 고비고비
로그가 도와주며 이끌어간다. 배경에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이 흐른다. 교향곡 7번 2악장이 이런 음악이었던가
싶다. 연설의 감동을 음악이 배가시키는 명장면이다.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토벤으로 감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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