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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Review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치유와 회복에 관한 이야기



개봉일 :  2013년  2월 14일



팻(브래들리 쿠퍼)의 독백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팻은 아내의 외도를 목격하고 상대 남자를 죽지 않을만큼 폭행한 후 우울증과 정신적 장애로 정신병원에서 요양을 하고 나오는 남자다. 티파니(제니퍼 로렌스)는 남편이 교통사고로 죽은 이후 역시 정신이 피폐해진 여자다. 그 외로움 때문에 회사 내 모든 직원들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도발'적인 대사가 예고편에 나오기도 한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이 두 사람의 사랑, 치유와 회복에 관한 영화다. 


영화는 주인공 팻의 대사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아기자기한 이야기, 대사들이 매끄럽고 재미있게 드라마를 만들어간다. 중간 중간 팻이 정신과 의사와 자신의 상태에 대해 상담하는 장면은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와 피어스 브로스넌을 떠오르게도 한다. 브래들리 쿠퍼의 상대역 제니퍼 로렌스는 등장 이후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준다. 나이 차이 때문에 미스 매치의 느낌도 있지만 <윈터스 본>이라는 명작에 이어 또 한번 자신에게 꼭 맞는 캐릭터를 만나 훌륭하게 역할을 소화한다.    





로버트 드 니로를 보는 재미도 있다. 전설적인 배우지만 이제는 그냥 그런 영화들 속에서 조연으로 스쳐가는 그가 이 영화에 등장한다. 또 하나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줄리아 스타일스도 출연한다. 재미있는 건 영화 속 팻의 아내 이름이 '니키'라는 사실. '니키'는 <본 얼티메이텀>에서 줄리아 스타일스가 연기한 요원의 이름이다. <본 시리즈>에서 그녀는 CIA 요원 니키 파슨스를 연기했다. 영화 속에는 비중없는 팻의 아내 '니키'라는 이름이 자주 나온다. 감독이 줄리아 스타일스를 의식해 넣은 이름이 아닌가 생각해 웃음이 나왔다.   


영화 초반 병원에서 스티비 원더의 'My cherry amour'가 흐른다. 순간 귀에 들어온 좋은 음악에 집중했는데 팻이 노래에 시비를 걸었다. 팻에게 이 아름다운 곡은 자신의 결혼식과 동시에 아내의 외도와 맞물린 악몽과 같은 곡이다. 스티비 원더의 곡 외에도 영화에는 팝의 명곡들이 많이 나온다. 그러고 보니 영화의 감독이 데이빗 O. 러셀이다. 그랬다. 크리스찬 베일이 주연한 <파이터>의 감독이다. 롤링 스톤즈, 화이트 스테이크의 보석과도 같은 팝 넘버들이 가득했던 영화다. 이 영화에도 동일하게 영화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팝 음악들이 다수 삽입되었다. 음악을 듣는 즐거움도 가득한 영화다. 거기 더해 대니 엘프먼이라는 대가가 스코어를 작업했다. 음악적으로도 이 영화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데이빗 O. 러셀이라는 이름을 생각하고 지나간 장면을 떠올리니 <파이터>와 겹쳐지는 그림들이 있다. 팻과 티파니가 조깅하는 장면, 팻이 달아나고 티파니가 따라가는 장면에서는 <파이터>에서 마크 월버그와 크리스찬 베일이 조깅하는 장면을 가져온듯한 그림을 보여준다. 티파니가 춤 연습을 하기 위해 만든 연습실, 마루바닥에서의 스테디캠은 <파이터>에서 마크 월버그가 싸우는 링을 떠올리게 한다. 감독은 두 작품 모두에서 빈번하게 스테디캠을 사용하며 자신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데이빗 O. 러셀은 <파이터>에 이어 이번에도 인간과 가족, 가족애에 관한 영화를 만들었다. 당시에는 <킹스 스피치>와 <블랙 스완>이라는 경쟁작에 밀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일단 제니퍼 로렌스는 전미배우조합상 여우주연상과 골든글러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아카데미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 아카데미 8개 부문 후보에 오른 이 작품이 얼마나 수상을 할지도 관심사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로맨틱 코미디이기 전에 회복과 치유에 관한 영화다. 상처와 아픔이 있는 이들이 특별히 공감하며 볼 수 있는 따뜻한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