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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Society

박정근 사태, 분위기 파악 못하는 먹물 지식인 이택광




요사이 트위터를 채우는 이름 가운데 박정근이라는 이름이 있다. 얼마 전부터 보던 이름인데 그때는 관심이

없었기에 그냥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다. 그런데 며칠 전 이 사람이 구속되면서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됐다. '우

리민족끼리'라는 북한 트위터 계정의 트윗을 RT해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사람이다. 사회당(물론

대한민국의 정당이다.)의 당원이기도 한 20대의 평범한 청년이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고 국제적으로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 상황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국가보안법의 문제점을 새삼 지적

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조항은 역시 '고무, 찬양'이다. 국가보안법에 보석 같은 조항이 많지만 그 가운데

으뜸이 되는 항목이다.   





박정근 사태를 두고 보던 글 가운데 먹물 지식인, 자칭 인문좌파 이택광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정봉주씨 구

속과 같은 표현의 자유 침
해라는 맥락에서 악질적인 사태가 박정근씨 영장심사이고 더 나아가서 웹툰 삭제

사건인데 미권스나 나꼼수 팬들은 왜 이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지 모르겠네요."

머리 좋은 좌파 지식인의 이 글을 두 가지 관점에서 비판해 보자. 일단 박정근 사태, 트윗을 RT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찬양, 고무' 조항을 적용해 평범한 청년을 구속한 상황은 수구 보수가 아닌 다음에야 누구나 비

판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당연히 검찰과 법원을 비판하고 국가보안법

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그러면 어떤 부분에서 이택광(부류의 먹물)을 비판할 수 있을까.



먼저 우리 사회에서 부조리한 일을 당하는 사람이 하나 둘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석궁테러 사건으로 징역 4년

을 살고 나온 교수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부러진 화살>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정지영 감독은 이런 말을 했

다. "사실 이런 사법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 하나 둘이 아니죠." 다만 이 사건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피해자

가 명문대 교수라는 소위 사회지도층 인사였기에) 영상으로 옮길만한 소재가 됐기 때문에 영화화했다는 설명

이었다.





이택광이 말하는 표현의 자유 침해 맥락에서 피해를 입은 '모든' 사람들에 대해 <미권스>, <나는 꼼수다>의 팬

들이 들고 일어나야 하는가. 이택광 자신은 이 사회에서 부조리한 일을 당한 모든 피해자들에게 관심을 갖나.

이택광의 현실감각에 웃음이 나온다. 이택광의 말은 <미권스>나 <나꼼수> 팬들에게 시비거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그저 자신들이 좋아하는 인물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질 뿐이다. 더구나 그들은 말 그대

로 팬클럽이다. 이들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사람 이외의 대상에 대해 (더구나 그는 유명인도 아니기에 사회 일

반에서도 관심을 갖지 않는데) 관심을 가질 이유(의무)가 없다. 



두 번째, 이택광 자신이 <나꼼수>를 두고 했던 말들을 돌아봐야 한다. 본인은 합리적인 비판이라고 하겠지만

<나꼼수> 팬의 입장에서 보면 대부분 수긍할 수 없는 먹물의 헛소리에 가깝다. "나꼼수는 권력에게 밉보인 사

드적인 희생물을 자청함으로써 아버지의 억압을 극장화해 장사를 해볼 생각은 아니었을까.", "너무 뻔한 이야

기만 늘어놓아 듣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습니다." 대강 이런 식이었다. 이런 글을 보며 <나꼼수> 팬들이 "그래

일리있는 비판이야."라며 수긍할거라 생각했을까. 진중권, 박권일, 허지웅도 그랬지만 이택광 역시 <나꼼수>

팬들의 분노만 키웠을 뿐이다. 이름값 때문에 진중권과 허지웅이 크게 공격받았지만 이택광의 소위 '개드립'

또한 만만치 않았다. 





이런 정황을 염두에 두고 이택광의 박정근 관련 멘션을 보자. 저렇게 <나꼼수>를 씹어 놓고 이제 와서 <미권

스>를 보고 왜 정봉주 사건에 관심 갖듯 박정근 사태에 관심을 갖지 않느냐고 한다. 이들이 박정근 사태에 관

심을 가질 수도 있고 안 가질 수도 있다. 다만 생각이 있다면 이택광은 이에 대해 입을 다무는 것이 좋다. 사회

일반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것은 몰라도 이택광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나꼼수>나 <미권스>를 거론하며

박정근 사태를 언급하는 건 박정근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사실 냉정하게 보면 대부분의 <나꼼수> 팬

들은 이택광이나 박권일은 모를 것 같다.) 물론 이택광이 떠들든 안 떠들든 <미권스>가 관심을 갖든 그렇지 않

든 박정근이 석방되거나 혹시 있을 재판에서 도움받을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요새 이른바 진보 지식인에 관한 비판글을 보면 이들에겐 '정서'나 '감정'에 대한 이해가 없다는 내용이 흔히 


보인다. <나꼼수>에 대한 이들의 몰이해가 이해되는 부분이다. 대중은 <나꼼수>를 통해 정서적 위로, 위안을

얻는데 이들은 그런 대중을 가리키며 무지하다고 또 비이성적이라 말한다. 박정근 사태를 두고 이택광이 하는

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사람들의 감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똑똑하다는 지식인들의 이해하기 힘든

미련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