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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Society

김어준의 음모론, 진중권의 멘탈 붕괴




김어준을 비판하는 주요한 맥락 가운데 하나가 '음모론'에 관한 것이다. 근거없는 추측과 상상력으로 이야기

를 만들어 대중을 현혹한다는 것이다. 이는 진중권 뿐 아니라 소위 진보 지식인들이 흔히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번 주에 공개된 <뉴욕타임스> 155회를 보다가 갑자기 진중권의 시각에서 보이는 부분이 있었다. 김어

준이 설명한다. "이준석이 박근혜의 정수장학회에 관해 하는 말은 박근혜의 최 측근 누군가가 '오라이' 해주기

에 가능하다. 이건 누군가 기획자가 있고 그 안에 유승민 의원이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정확하게 이 지

점에서 진중권이 생각났다. 고성국의 대응이 궁금했다. 혹시 음모론 어쩌고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니나 다

를까 고성국도 음모론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면서 "다만 김어준의 추측은 (다른 사람들의 음모론과 달리) 설득

력있는 추론이다."라고 말했다. 본심이야 어떤지 알 수 없지만 일단 그 자리에서는 그렇게 말하고 넘어갔다.    





이날 김어준은 지속적으로 한나라당의 '기획자'에 관해 이야기했다. 디도스 검증, 고승덕의 돈봉투 폭로 등 일

련의 사건이 특정 기획자(팀)의 계획 안에서 작업된 시나리오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 기획자가 워낙 뛰어나

다며 특유의 어투로 "만나야 돼!"를 반복했다. 들으면서 그럴듯 하다는 생각과 함께 지나친 추론이 아닌가 싶

은 느낌도 있었다. 그러면서 진중권 류의 '음모론 비판'이 생각났다. 세상과 사회를 음모론의 시각으로 보면

모든 사건을 음모론 안에서 꿰어 맞추게 되고 그러면 당연히 이성적, 합리적 사고가 불가능하게 되므로 음모

론을 경계해야한다는 게 비판의 요지일 것이다. 일단 지금 한나라당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에 관한 김어준의 주

장도 설득력있고 음모론이란 것이 늘 매력적이고 귀에 쉽게 꽂히지만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지만 의심할만한 정황을 통해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의혹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진중권은 <나

는 꼼수다>에서 제기한 내용, 팬들이 갖는 의혹을 모두 터무니없는 내용, 음모론으로 본다. 그저 자신만 이성

적으로 사고하는 지식인이다. 여러가지 내용 가운데 하나만 보자. 누군가 그에게 "3년 넘게 미루던 정봉주의

대법원 선고일이 갑자기 잡힌 건 어떻게 보나."라는 질문을 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제발 그런 거 믿지 마

세요." 갑작스런 대법원 선고가 정봉주를 구속 수감하려는 정권 차원의 음모라는 음모론에 현혹되지 말라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자신의 재판도 그 날 잡히지 않았냐고 말했다. 그게 무슨 상관인가. 진중권의 재판이 언제

잡히든 대중은 관심없다. 3년을 미루던 재판, MB정부 임기에는 결론이 나지 않을 것으로 봤던 사건을 마무리

하려는 시도에 대중은 관심을 가질 뿐이다. 그리고 <나꼼수>의 열풍 속에서 그 주역, 정봉주에 대한 탄압은 충

분히 의심할 수 있고 상식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의문을 가지기 마련이다. (하긴 진중권은 BBK

에 관한 한 한국 검찰도 신뢰하고 사법부도 신뢰한다. 특별히 BBK를 수사한 특검이 노무현 정부 시절이었음

을 늘 강조한다. 노 대통령 임기를 두 달 남겨놓은 시점이었다. 훌륭한 균형감각을 갖춘 진중권이다.) 





그는 또 "정봉주 유죄 확정에는 권력의 외압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정확히 말하면 외압이 있었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거다. 대중의 정서와 아주 동떨어져있다. 그런 진중권이 과거 자신이 교수 자리에서 밀려날 때

는 자신을 권력에 탄압받은 피해자로 묘사하며 떠들었다. 궁금하다. 진중권이 밀려난 대학들이 권력의 눈치를

보고 정치적인 이유로 그를 잘라낸 증거가 있는가. 시대의 지식인 진중권이 근거 없는 어설픈 음모론으로 대

학의 명예를 훼손하는 의혹을 제기해서는 안될 일이다. 그 대학들은 각각의 기준을 통해 합리적으로 심사하고

또한 진중권이 좋아하는 '논리적' 과정을 통해 진중권을 잘라냈다. 진중권 스나이퍼 변희재는 그런 의견을 내

기도 했다. "진중권은 실력이 없어 잘린 것이다."  



얼마 전 허지웅이 종편 출연과 관련해 린치를 당할 때 (사실 너무 때렸다.) 허지웅은 멘탈 붕괴 상태까지 갔다.

트위터에서 그에게 말을 거는 사람들이 그렇게 표현했고 허지웅 역시 그 표현에 수긍했다. 자존심 때문에 어

지간하면 인정않고 버틸거라 생각했는데 꽤나 힘들었던 모양이다. 지금 진중권을 두고도 사람들은 "진중권 멘

탈 붕괴상태"라고 말한다. 물론 진중권은 아니라고 한다. 나도 아닐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닌 게 아니다. 지

금 진중권은 이상하다. 누군가 물었다. "왜 이렇게 감정적으로 하세요?" 진중권이 답했다. "논리적이죠. 감정적

인 건 님들이고." 어이없고 황당하고 놀라웠다. 모두가 그의 상태를 보고 감정적이라 말하는데 본인만 아니란

다. 심지어 자신의 상태를 보며 스스로 '논리적'이란다. 그리고 그렇게 싸우는 와중에 간혹 자신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트윗에는 반색하고 환영한다. 도무지 진중권의 캐릭터에 어울리지 않는 '오버'다. 멘탈이 무너진 게

맞구나 생각했다.
     




진중권의 주장 가운데 가장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은 "<나꼼수>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는 말이다. 진중권은 <

나꼼수>가 권력에 맞서 투쟁하고 권력의 힘을 약화시켰다고 보지 않는다. 반대로 권력이 힘빠진 시기에 권력

과 가카를 공격했다고 말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반박했다. <뉴욕타임스>라는 방송이 이미 3년 전부터 시작했

다고. 그 방송은 "저는 이명박 대통령이 싫습니다."로 시작한 방송이다. <나꼼수> 조차도 작년 4월에 시작한

방송이다. 정권이 2년 가까이 남은 시점이었다. 2년 전부터 레임덕이 오나. 진중권은 도무지 뭘 보고 <나꼼수>

가 힘 빠진 가타를 공격했다고 말하는지 모르겠다. 사실 관계도 모르고 떠들었든지 아니면 알면서도 자신의

감정에 휘둘려 나오는대로 떠들었을거다. 그것도 아니면 작년 4월에 이미 가카는 힘빠진 대통령이라 판단했

을수도 있다.



오늘 오전에 <나는 꼼수다> 봉주 2회가 올라왔다. 너무나 유쾌하고 즐거운 방송이다. 진중권이 비난하는 선관

위 '음모론'으로 시작해서 민주통합당 대표경선에 출마한 4인의 면접까지 무려 3시간 38분에 이르는 대작이

다. 진중권은 말했다. "대표경선에 나온 사람들에게 정봉주 구출작전에 묻겠단다.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

지." 진중권의 중증 히스테리다. 방송을 들으면 알 수 있지만 방송은 아주 유쾌하다. 김어준은 심지어 "면접을

빙자한 취조"라고 했다. 4인의 후보자 역시 방송을 즐겼다.(취미가 모두진술과 최후진술이라는 한명숙 전 총

리의 재치는 단연 최고였다.)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얼마나 유쾌하고 즐거운지 모른다. 방송의 뉘앙스를 모르

고 문자로만 보면 결코 알 수 없는 느낌이다.(방송의 뉘앙스를 알기에 유시민, 노회찬, 심상정 같은 인물들도

'떨거지'라는 이름을 받아들이고 <나꼼수>에 출연한 바 있다.) 진중권은 방송의 느낌을 모르니 글만 보고 비난

하는거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너무나 주옥 같다. 똑똑하고 논리적인 진중권의 아름다운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진중권의 말에 동의하지 못하고 계속 문제를 제기한다. 그래도 진중권은 개의치 않고 할 말을

한다. 그는 그만의 세계에 산다. 대중과 단절된 자신만의 세계다. 그 곳에선 똑똑한 진중권이 미련한 대중, 돌

대가리, 닭 대가리 대중을 비웃는다. 진중권은 앞으로도 주옥같은 글을 쏟아낼거다. 주목받고 싶어서인지 지

식인의 사명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앞으로 그가 쏟아낼 글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