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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Society

김어준의 뉴욕타임스 154회, 고성국 논란과 김어준 고성국의 신경전




<김어준의 뉴욕타임스> 154회가 화제다. <김어준의 뉴욕타임스>에서 선정한 2011년 10대 뉴스로 진행된 이

날 방송에는 시사평론가 고성국 박사, <한겨레21>의 김보협 기자, 하어영 기자가 게스트로 출연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 가운데 방송 막바지에 올해 총선과 대선에 관한 고성국 박사의 전망이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됐다. 
개인적으로 그의 정치 분석이 설득력있다고 생각해 관심있게 듣는 편인데 <뉴욕타임스>에서의

고성국은 다른 방송에서의 고성국과 달리 자유로워 특별히 재미가 있다. 그 스스로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공중파(제도권) 방송에서는 틀(대본)에 맞춰 가지만 <뉴욕타임스>는 그렇지가 않다. 그런데 가끔 <뉴욕타임

스>에서 하던 버릇이 지상파 방송에서 나올 때가 있는데 그러면 그쪽 진행자가 당황한다."





이 날 방송에서도 3인의 게스트가 있었지만 단연 고성국 박사 쪽으로 발언권이 쏠렸고 그의 비중이 컸다. 이

왕 김보협 기자와 하어영 기자를 불렀으니 그 쪽에도 좀 말을 시켰으면 좋았을텐데 김용민이 고성국 쪽으로

질문을 몰아줬다. 두 기자, 특히 김보협 기자의 이야기를 좀 더 들었으면 했는데 아쉽기도 했다. 물론 고성국

의 멘트는 대체로 진지하고 핵심을 짚어주는 것이었기에 그의 발언 분량이 많았다 해도 문제는 느낄 수 없었

다. 특히 방송 내용과는 관계 없지만 처음에 김용민이 삼천포로 빠져 딴 소리를 할 때 "<뉴욕타임스>가 <나꼼

수>처럼 되어간다."는 한 마디는 꽤 공감할 수 있는 말이었다. <나꼼수>가 특히 그렇지만 (여기는 방송 컨셉이

'중구난방'이므로 그렇다 치고) <뉴욕타임스> 또한 비슷하게 흘러가는 건 나 역시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그

부분을 고성국 박사가 적절하게 짚은 거다.



선거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가면 고성국 박사는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다수당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

고 대선에서는 박근혜가 승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부분 때문에 고성국 박사는 트위터와 온라인에서 욕 좀

먹어야했다. 이런 류의 글이 많았다. "그건 당신의 바람(생각)이지." 이런 글을 먼저 보고 고성국 박사가 어떤

맥락에서 이런 소리를 했는지 방송을 봤다. 고성국 박사는 한나라당이 135-140, 민주당이 125-130석을 차지

할 것으로 구체적인 의석수까지 예상했다. 핵심은 이렇다. 당장 선거를 하면 여당이 당연히 참패하지만 박근

혜 비대위가 남은 시간 동안 당을 추스리고 괜찮은 인물을 제대로 공천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말이다. 야

권의 경우 기존 기득권 세력이 그대로 중심에 설테고 단일화 과정이 지리하게 펼쳐질텐데 거기 더해 박근혜

같은 확실한 대선후보도 없는 상황이라면 선거가 쉽지 않다는 결론이었다.





나는 방송을 보며 안타깝게도 고성국의 분석이 설득력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나라당의 최대 위기였던 17대

총선,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 속에서도 한나라당의 스코어는 나쁘지 않았다. 당시 열린우리당이 겨우 과반

을 차지했을 뿐이다. 박근혜의 힘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 유권자 가운데 기본적으로 한나라당 표가 적지 않

다는 얘기다. 아닌 말로 오늘 당장 국가 부도사태가 발생해 또 다시 IMF 구제금융을 받는다 해도 그와 무관하

게 무조건 한나라당을 지지할 표는 30%가 넘을거다. 거의 집단최면, 종교에 가깝다. 쉽지 않은 싸움이다.


 

그리고 여당을 상대하는 야권의 단일화 과정도 변수다. 고성국 박사가 언급한 적이 있는데 단일화가 제대로

안 되면 한나라당이 어부지리를 얻을 곳이 분명히 있다. 분열되면 필패한다. 한나라 지지표의 결집력은 대단

하다. 다만 그의 분석 가운데 새로운 인물을 많이 기용하는 쪽이 유리할 거라는 내용에는 크게 동의하지 못했

다. 나는 우리나라 유권자는 대체로 인물을 보고 투표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부분 정당을 보고 표를 던진

다. 그렇지 않으면 신지호, 홍정욱, 전여옥 같은 인물이 국회의원이 되는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 심지어 신지

호는 김근태를 홍정욱은 노회찬을 그것도 도봉구와 노원구에서 꺾었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대체로 보면 고성국은 정치평론가로 할 수 있는 말을 했다. 그리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그간 <나

는 꼼수다>와 <뉴욕타임스>에 출연해 온 그의 행적과 말을 통해 그를 '우리 편'이라 인식했던 사람들이 화가

나서 그를 비난하는 상황이라 생각한다. 그 가운데 "고성국은 박빠", "박근혜 대세론을 따라간다."와 같은 재미

있는 표현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공감하기 힘든 내용이다. 그동안 그가 여기저기서 해 온 말을 볼 때 나는 그

를 꽤 균형감각을 갖춘 정치평론가라고 생각한다. 이 날 방송에서 문재인 이사장의 부산 출마에 관해서도 분

석을 했는데 이 또한 꽤 설득력있는 내용이었다. 부산에서 상징성있는 곳(중동구, 연제, 해운대)을 전부 버리

고 배지 한 번 달겠다는 생각에 어정쩡한 곳(사상)에 출마한다고 표현하며 "진정성은 있으나 전략적으로 좋지

못하다."는 쉽게 와 닿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물론 지금 비난받는대로 고성국 박사가 어떤 사심을 가지고 이

러한 전망
을 했다면 이후 그의 행보가 증명해 줄거다. 




방송을 보고 고성국의 발언 논란보다 김어준과 고성국 사이의 묘한 신경전에 더 관심이 생겼다. 전에 볼 수 없

던 수준의 신경전이었다. 처음에 "<뉴욕타임스>가 <나꼼수>처럼 되어 간다."는 말도 김어준의 기분을 상하게

했을 수 있지만 그 이전에 두 사람 사이에 감정이 생길만한 어떤 일이 있지 않았나 추측해 본다.(종편 출연과

관련해 고성국 박사의 "MBN이 여기보다 3배는 준다."라는 말이나 김어준의 "이제는 <나꼼수>에 고성국 박사

안 부른다."와 같이 감정의 골을 확인할 수 있는 말도 많았다.) 이 날 김어준은 다른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방송에 집중하지 않고 '딴 짓'을 많이 했다. 시청자에게 쉽게 보일만큼 그는 산만했다. 김보협 기자가 말하는

시간엔 목 운동을 했고 고성국 박사의 시간에는 김용민을 건드리고 전화를 만졌다. 김용민에게 말을 걸며 키

득거리는 모습도 있었는데 방송 막바지 고성국 박사가 선거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심했다. 그나마 김용민이 받

아주지 않고 게스트에 집중해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상을 보는 나도 민망한데 게스트들이 오죽했

을까 싶다.   



특별한 사건이 있는지 아니면 정치적 견해, 생각의 차이(그것이 정봉주에 관한 것이든 문재인, 안철수, 박근혜

에 관한 것이든)로 인한 갈등인지 알 수 없지만 다음 방송에서도 이번에 있었던 신경전이 비슷하게 보인다면

고성국 박사가 <뉴욕타임스>에 계속 출연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원래 '고성방가'는 고성

국 박사 혼자 나오는 코너이기에 이번 방송처럼 대놓고 딴 짓을 할 수도 없다.(이런 생각이 내 착각이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154회, 후반부로 갈수록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는 재미있는 방송인데 다시 봐도

참 민망하다.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계속 함께 방송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