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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Society

<나는 꼼수다> 대법원 선고를 앞둔 정봉주를 생각하며




19일 어제 <나는 꼼수다> 호외가 올라왔다. 18일에 32회가 올라오고 하루만이다. 32회 방송에서 미국 일정에

대한 보고, 선관위 디도스에 관한 내용을 되짚어볼 겨를도 없이 방송 말미에 정봉주 전 의원 대법원 선고에 대

해 김용민이 멘트를 했고 그에 따라 편성된 특별 방송이다. 선고일을 이틀 앞둔 지금 인터넷과 트위터엔 긴장

감이 팽팽하게 감돌고 있다.


사실 32회를 듣는 시간에는 재판에 대해 전혀 몰랐기에 방송 자체만을 즐겼다. <나는 꼼수다> 팀의 미국 공연

담, 대학과 교민사회에서의 반응, UC 버클리 학생회의 '놀라운' 역사에 대한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졌

다. <나꼼수> 공연을 방해하기 위한 선관위와 주미 영사관의 협박, 공작도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방송 이후 선

관위와 영사관은 "그런 일 없었다."고 했지만 조만간 이 내용도 공개한다 했으니 또 한번의 파장이 예상된다.





그리고 뒤이어 '물가에 내놓은 아이' 정봉주 17대 의원의 '고해성사'가 이어졌다. <끝장토론>에 출연했던 이야

기, <백분토론>에 출연은 하지 않고 대신 나간 정청래 전 의원에게 '교육'했던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가장 중

요한 부분, <여성중앙>과의 인터뷰에 대해 털어놓았다. 정봉주의 목소리에 갑자기 힘이 빠졌다. 이 인터뷰의

맥락은 사실 진중권과 연결되어있다. 기자가 진중권과 관련해 질문을 했고 정봉주는 "진중권은 우리에게 묻어

가려는 것, 이에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그리고 "그 사람도 전에 칼라TV인가 뭔가 했다. 그런데 재미가

없으니까 망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날 방송에서 정봉주는 진중권 부분은 싹 빼고 그냥 자신이 칼라 TV

를 디스했다고만 말했다. 지금쯤이면 김어준이나 주진우가 상황을 파악했겠지만 녹음하던 지난 주 목요일만

해도 이런 구체적인 내용을 몰랐기에 누구도 정봉주의 잘못을 적절하게 짚어주지 못했다.



많이 지적된 부분이긴 하지만 저 내용은 정봉주가 100% 실수한 부분이다. 기본적으로 공중부양 상태인 정봉

주가 잡지와 인터뷰하며 흥분된 상태에서 (늘 주변에서 자신을 컨트롤 해주던 김어준, 주진우가 없는 상황에)

사고를 친거다. 오디오로 접하는 것과 종이 매체로 나가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고 김어준이 (정봉주를 위로하

며) 설명을 하긴 했지만 그런 것과 무관하게 이건 정봉주의 잘못이다. 나 역시 <나는 꼼수다>의 팬이고 지지자

지만 저 인터뷰를 보고 당황스럽고 안타까웠다. 진중권에 대한 감정이 안 좋았기에 말을 함부로 한 건데 조금

만 진중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안 좋았다. 특히나 그 대상이 <칼라 TV>이기에 더욱 그랬

다. 용산 참사와 촛불집회 현장을 누비던 작은 매체, 약자들을 위한 매체였기에, 정봉주가 하찮은 것으로 발언

한 매체가 그런 매체였기에 더욱 마음이 아팠다.  






정봉주의 실수는 결국 <나꼼수>에게 타격이 되어 돌아온다. <나꼼수>의 영향력이 커지고 주목 받으면서 흠집

내고 못 잡아먹어 안달인 세력이 많다. 가능하면 빌미를 주지 않아야 하는데 이런 실수는 안타깝다. 평소 <나

꼼수> 비난하기를 즐기는 박권일(<88만원 세대> 공동저자) 같은 이는 곧바로 트위터에 "정봉주 바보 인증"이

라 글을 올리며 이 상황을 즐겼다. 정봉주의 실수가 걱정스러운 주진우는 방송에서 "이제 조중동은 그만 상대

하세요."라고 진지하게 말했다.(사실 이건 매체에서 악의적으로 편집한 것과는 거리가 먼 사안이기도 하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 '물가에 내놓은 아이'라 표현했던 주진우의 우려가 결코 기우가 아니었던거다.          


 

여하튼 정봉주는 방송을 통해 <칼라 TV> 측에 정중하게 사과했다. 기운이 빠진 목소리가 측은하기도 했다. 이

번 일을 계기로 전보다 신중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방송 말미에 대법원 선고에 관한 내용

이 나왔다. 정봉주가 더욱 안쓰러웠다. 그래도 그들은 <나꼼수> 아니던가. 호외는 언제나처럼 밝고 명랑한 방

송으로 만들었다. <나는 꼼수다 뒷담화>에도 나오는 내용이지만 그들은 정봉주가 감옥에 가더라도 결코 슬퍼

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슬퍼하면 청취자가 같이 슬퍼하는 게 아니라 "이명박 까다가 결국 좆

되는구나."라는 생각에 공포에 빠질 것을 염려한다. 그래서 그들은 정봉주가 유죄판결을 받아도 웃으며 보낼

계획이다. 역시 김어준이고 역시 <나꼼수>다.





재미있는 건 어제 진중권이 트위터에 남긴 한 마디다. "정봉주 의원 대법원 판결 좋은 소식 있기를 희망합니

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성원하는 사람이 많으니 그 성원을 기억하시고 이겨내시기를 빕니다." 눈이 번쩍 뜨이

는 글이었다. <나꼼수>에 대한 방어논리를 정리하려다가 정봉주에 대한 감정 때문에 접기는 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이런 멋진 글을 올린다. 정봉주를 부끄럽게 만들고 진중권을 다시 보게 만드는 글, 역시 진중권이다.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대체로 대법원 판결이 좋지 않게 나올 것으로 본다.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이 지배적인

모양이다. 김어준은 정권 말기, 이런 정치적인 재판을 대법원이 정권의 입맛에 맞게 처리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다. 재판, 판례는 후대에 남을텐데 대법관이나 되는 사람이 부끄러운 사례를 남기지 않

을 것이라는 말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정봉주가 구속, 수감된다 해도 <나는 꼼수다>는 결코 위축

되지 않을 것이다. 아니 김어준의 말대로 이제 진짜 싸움이 시작된다. <나는 꼼수다>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