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겨레신문 하니TV <뉴욕 타임스>의 '고성방가'에서 어떤 방청객이 "<뉴욕 타임스>가 더 오래 됐는데
왜 영향력은 <나꼼수>가 더 크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김어준이 "그건 <뉴욕 타임스>는 한겨레라는 신문
사 안에 있기 때문에..."로 시작하는 대답을 했다. 옆에 있던 고성국 박사는 "(<나꼼수>가 영향력이 더 크다는)
질문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때 옆에 있던 김용민이 한 마디 했다. "그러면 경찰은 왜 저희를
수사할까요?" 고성국 박사는 그냥 웃고 말았다.
<나는 꼼수다>의 실질적 힘에 대한 논란이 많다. 얼마 전에도 진중권은 "나꼼수는 언론이 아니라 그냥 개그일
뿐"이라 말했다. 진중권이 <나꼼수>를 들은 적이 없고 따라서 <나꼼수>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증거다. 진중권
의 말에는 가치판단이 배제되어 있는지 몰라도 <나꼼수>를 폄훼하고 공격하는 이들의 다수가 비슷한 내용으
로 말한다. <나꼼수>는 그냥 웃고 즐기는 개그, 공신력없는 말장난이라는거다. 그러면 여기서 김용민의 질문
을 던진다. 영향력도 없는 개그 프로그램인데 왜 경찰은 그들을 수사할까.
진중권은 언론 보도를 보고 '선관위 디도스' 사건을 알았겠지만 이는 일찌감치 <나는 꼼수다>에서 제기한 의
혹이다. <나꼼수>에서 제기하면서 언론이 주목했고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나꼼수>는 과거 조중동의 역할,
사회적 의제를 설정하고 있다. <나꼼수>는 가카의 '내곡동 스캔들'을 최초로 수면 위로 끌어올린 방송이고
EBS에서 쫓겨난 도올 김용옥을 방송에 복귀시킨 방송이다. <나꼼수>의 힘을 발휘한 사례는 따지고 들어가면
얼마든지 나온다. 물론 진중권은 방송을 들은 일이 없을테니 이 일들이 <나꼼수>의 힘으로 이루어졌음을 모를
거다. 아니 "그건 <나꼼수>가 해낸 일이 아니다."라고 말할 거다. 진중권의 성향을 보면 당연히 그렇다. <나꼼
수>의 힘이 가장 강력하게 발휘된 건 누가 뭐래도 서울시장 보궐선거다. 우석훈은 말했다. "나꼼수가 없었다
면 어눌하면서도 TV토론에서 따박따박 나경원을 발라주지 못하는 별로 매력적이지 못한 중년의 남성이 시장
이 될 수 없었을건 분명하다." 그리고 정봉주의 구속 수감은 이런 분석이 설득력 있음을 뒷받침한다. 정봉주의
말대로 권력은 '<나꼼수>를 이대로 두고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리고 이건 현재 외신
이 보는 시각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진중권이 보기에 <나꼼수>는 그냥 '개그'에 불과하다. 물론 시장선거도 <
나꼼수> 덕분에 이긴 게 아니다. 다수의 사람들이 가진 생각과는 거리가 있다. 그래도 그는 자신이 옳다고 굳
게 믿는다. 왜? 그는 진중권이니까.
나는 진중권의 트위터를 보면서 그의 히스테리를 본다. 내가 말하는 히스테리란 이런 거다. 인기있는 지식인
답게 그에게는 팬도 많다. 종종 그의 말에 동의하지 못할 경우, 또는 그가 공격받는 상황을 보며 그의 팬으로
서 누군가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면 진중권은 예외없이 그들에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기대했던 반응
이 아니기에 사람들은 놀라기도 하고 당황하기도 한다. 하지만 진중권은 아무렇지도 않다. 그런 일이 한 두번
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그도 처음부터 그러지는 않았을거다. 그의 성향상 수많은 사람들과 욕설을 주고 받
고 인신공격성 글이 오가는데 그 시간 속에서 그가 그렇게 변한 게 아닌가 추측해본다.(이런 부분은 물론 한
두해 사이에 만들어진 성향이 아니다.) 나 역시 그의 생각과 글을 좋아한다. 트위터에서 그의 히스테리를 보며
처음에는 실망도 하고 당황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익숙하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모습도 진중권의 일부지만
감정적으로 언쟁하고 이죽거리는 모습도 진중권의 일부분이다. 대중에게 꽤 괜찮은 지식인으로 평가받지만
진중권도 쉽게 화내고 짜증내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에게 높은 수준의 고매한 인격, 인간미는 없다. 그런 부분
을 감안하고 기대없이 보면 진중권을 이해할 수 있다.
* 곽노현 교육감 사안
진중권은 대중이 원하는 뭐라고 하든 자기 할 말을 하는 사람이다. 곽노현 교육감 사건이 처음 불거졌을 때 그
는 바로 "사퇴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안타깝지만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생각에 그랬
다. 하지만 <나꼼수>에서 곽노현 교육감을 옹호했고 이후 곽노현을 지지하는 목소리들이 하나 둘 생겨났다.
나는 정치적인 이유로 '곽노현 무죄' 사이드로 갔다. <나꼼수>를 비롯해 곽노현을 옹호하는 사람들, 이쪽 법률
가들이 그렇게 주장하는데는 그럴만한 근거가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진중권의 생각에 상당 부분 동의
했지만 곽노현의 무죄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과 <나꼼수>를 믿기로 했다. 그냥 내가 믿고 싶은 바를 믿는
거다. 지리한 재판 끝에 일단 검찰은 4년을 구형했다. <나꼼수>에서 재판이 곽노현에게 유리하게 흐르고 있다
는 내용이 나온 적이 있는데 일단 검찰은 그렇게 나왔다. 한명숙 재판처럼 검찰이 무리한 기소, 무리한 구형을
한걸까. 도무지 신뢰할 수 없는 사법부고 '재판'이 아닌 '개판'을 하는 사법부다. 1월 6일 판결이 어찌될지 두
고볼 일이다. 여하튼 진중권은 그렇다. 결코 대중이 듣고 싶은 말을 하지 않고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다. 그
래서 욕을 먹을지언정 결코 굽히지 않는다.
* 지휘자 정명훈 사안
또 하나 재미있는 사건이 최근 정명훈 사건이다. 작가 김상수의 <한겨레> 칼럼에서 촉발됐는데 일찌감치 진중
권이 나서 정명훈을 옹호했다. '연봉 20억', '시민의 세금' 등 자극적인 단어들이 돌아다녔다. 사람들은 정명훈
을 비난했다. "그 사람한테 그렇게 큰 돈을 줄 필요가 있냐."는게 요지다. 나 역시 '감정적'으로 정명훈을 공격
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관련 글을 찾아보면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건 '예술'이라는 가치에 금
전적으로 얼마만큼의 가치를 두느냐의 문제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진중권이 옳다는 데 나는 한
표를 던진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던 것이 경제전문가 선대인 사건이었다. 선대인이 비용과 관련한 언급(시
민의 세금으로 급여를 주는데 과도하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뉘앙스)을 했는데 이를 두고 진중권이 감정적
으로 대응을 한 거다. 진중권은 "클래식을 모르면 주변에 물어봐라."라는 식으로 선대인에게 무례한 말을 했
다. 진중권의 욱하는 성질이 여지없이 드러난거다. 사실 이런 말은 많이 나왔고 정상적 사고를 하는 시민이라
면 당연히 할 수 있는 얘기다. 여기에 대한 진중권의 대응이 과했다. 나는 이런 걸 히스테리로 본다. 후에 선대
인이 자신의 부적절한 글을 인정하고 트윗글도 지웠지만 진중권은 선대인과 몇 사람의 실명을 거론하며 "진보
의 수치"라 표현, 여전한 앙금을 드러냈다. 진중권은 그런 사람이다. 감정적이고 신경질적이다.
지금 트위터에 진중권이 곽노현 교육감 재판 관련해 "김어준은 비논리적이고 이해관계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한다."라 했다는 글이 보인다. 역시 화제의 중심에 서고 싶어하는 진중권이다. 늘 뜨거운 소재를 건드린다. 게
다가 자신이 글만 쓰면 기자들이 기사로 만들어주고 포털에서도 트위터에서도 주목해 주니 글쓰는 재미도 있
을거다. 트위터라는 도구는 이 사람에게 딱 맞는 1인 미디어다. 권력이 모든 밥줄을 끊어놓은 요즘같은 시기,
트위터 안 했으면 이 사람 무슨 재미로 살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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