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꼼수다> 팀이 미국에 있다. 간간히 그들의 소식이 들려오지만 팟 캐스트가 업데이트 되지 않아 심심한
요즘이다. <나는 꼽사리다> 4회는 녹음이 끝나 김용민에게 보냈다는데 얼마나 편집했는지 감감 무소식이다.
그냥 <나꼽살> 2회와 3회를 오가며 듣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귀가 번쩍하는 내용이 있어 몇 자 끄적여본다.
경제방송 <나는 꼽사리다>는 지금까지 주로 환율, 외환시장과 부동산, 주택문제에 관한 이야기를 해 왔다. 앞
으로 폭이 넓어질 수도 있겠지만 현재까지는 그렇다. 특별히 선대인이 부동산 전문가이기에 그런 것도 같다.
물론 외환은행 이야기가 나오면 주식에 관한 이야기도 한다. 3회 후반부에선 연기금이 주가를 떠받드는 상황
을 설명하면서 주식시장에 관한 대화가 오가기도 했다. 그 가운데 우석훈의 한 마디가 귀에 들어왔다. "저는
기본적으로 단기투자는 투기라고 생각하는데..."로 시작하는 말이었다.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는데 연
기금이 들어가 돈 챙겨준다는 맥락에서 한 말인데 맥락을 전부 빼고 보더라도 기본적으로 쉽게 동의할 수 있
는 말이다. 맞다고 단정하고 보니 찜찜하긴하다. 수많은 개미들, 기관, 외국인 역시 단기로 시장을 드나드는데
그들의 투자행태가 모두 투기인가.
우석훈이 하고 싶은 말은 물론 "주식투자는 기업의 가치를 보고 장기적으로 해야 한다."일 것이다. 그 말이 정
답임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런데 한편으로 그 말은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들의 욕구를 근본적으로
잘못 이해한 말이기도 하다. 주식시장의 돈은 수익을 내기 위해 들어온다. 대부분의 자금은 회사의 '가치'와는
딱히 상관없이 들어온다. 그래서 흔히 하는 말이 '저점 매수, 고점 매도'다. 기본적으로 주식은 쌀 때 사서 비
싸게 파는 거다. 단기간에 목표한 수익이 나면 그냥 팔고 나오면 그만이다. 기업의 가치를 보고 수익이 나든
안 나든 주식을 마냥 보유하는 건 대주주나 할 일이다.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은 목표주가가 오면 차익을 실
현하고 종목을 바꾸는 게 현명하다. 그런데 이건 단기거래를 통해 수익이 났을 때 얘기다. 개인적으로 생각하
기에 '가치투자'라는 측면에서 우석훈의 말이 맞기도 하지만 수익을 내기 위한 '방법'면에서 봐도 우석훈의 말
이 옳다. 시장에서 단기투자로 수익을 내는 일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식시장에서 개인이 수익
을 내는 유일한 방법(또는 개인이 주식시장에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코스피 우량주 장기투자 밖에 없다."는
말이 있기도 하다.
그런데 위 의견에 결코 동의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장기투자를 통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사람들이다. 최근
읽은 글에서 어떤 개인투자자는 31,000원에 산 주식이 6개월만에 49,000원에 갔다고 했다. 이 사람은 주변에
서 "70,000원도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주식을 전혀 매도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주가는 하락세로 들어갔다.
45,000원을 지나 40,000원까지 떨어졌다. 이렇게 되면 개미는 더욱 매도하기가 어려워진다. 49,000원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다시 6개월이 흐른 시점 결국 주가는 1년 전 31,000원으로 돌아왔다. 그는 6개월간 올린 50%
가 넘는 수익을 모두 날리고 결국 1년간 아무 것도 얻지 못한 것이다. 그러면서 "장투는 죽음"이라는 글을 남겼
다. 이건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시장에서 '홀딩'이라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결정인지 보여주는 좋은 예이기도
하다. 그냥 홀딩했을 때 1년 여의 시간, 3배에서 5배 이상 가는 종목도 종종 있었으니(물론 코스피 우량주다.)
뭐 결국 선택은 본인의 몫인 셈이다. 근데 그렇게 몇 배 올라간 사례들이 있긴 했지만 아무리 봐도 수익이 나
면 부분적으로 매도하면서 가는 게 답이지 싶다.
요사이 한국의 주식시장을 보면 '홀딩'전략은 더욱 권할 바가 못 된다. 미국과 유럽의 움직임에 따라 우리 시
장이 널뛰기 장을 보여준 지 벌써 몇 달째다. 신용평가사들의 말 몇 마디에 오늘 장도 1.88%, 35포인트 빠지
며 마감했다. 현재 상당수 코스피 대형주가 고점 대비 1/2 또는 1/3 지점까지 떨어져 있다. 그리고 이게 언제
회복될지 요원한 상황이다. 고점에 물려 손실 구간에 있는 투자자들은 당연히 주가가 올라 원금을 회복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외국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 주가가 오른다. 대형주도 때에 따라 10% 넘게 급등하는 희
안한 장세가 자주 펼쳐진다. 개미들은 "올라가는구나."하며 기대한다. 그러나 며칠 있으면 여지없이 해외 악재
가 보도되며 주가가 주저앉는다. 최근 몇 달간 주가가 30포인트 이상 오르거나 내린 일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요즘 장은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 장, 그리고 박스 장이다.(외국인의 놀이터라는 말도 있
다.) 조금 올라가면 매도하고 적절한 매수 지점을 기다리는 게 현명하다. 마냥 홀딩하고 기다린다 해서 쉽게
본전, 수익을 주지 않을 시장이다.
우석훈, 선대인, 선의를 가진 최고의 경제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고품격 경제 특강 <나는 꼽사리다>에서 주식
시장에 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 반가웠다. 앞으로도 다양한 소재와 더불어 주식시장에 관한 이야기도 들
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나저나 <나는 꼽사리다> 4회는 언제 올라오려는지. 4회 내용이 궁금하다. 얼
른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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