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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Society

대구 反FTA 시위에서 불타는 MB, 그리고 계급투표






지난 주말 대구에서 FTA에 반대하는 시위가 있었다. 요사이 FTA 관련 시위는 전국에서 벌어지지만 아무래도

그쪽이 한나라당의 텃밭이다 보니 영남에서 시위를 하면 눈여겨보게 된다. TV에 자세히 보도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알지는 못하겠지만 오마이뉴스 보도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시위대는 한나라당 상여를 만들

어 불태웠다. 그리고 불타는 상여에 이명박 대통령의 영정 사진을 던져 넣어 같이 불태웠다. 경찰 측에서 대통

령의 영정 사진을 불태우지 말 것을 요구했으나 시위대가 거절했다 한다. 다른 곳도 아니고 대구다. 대구에서

MB의 사진이 불탔다.  



대구에서의 시위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먼저 지역정서다. 지난 보궐선거에서 서울시장은 야권 후보가 여

유있게 당선됐지만 부산 동구청장 선거는 한나라당 후보가 승리했다. 아무리 여권에 대한 여론이 안 좋아도

영남은 철옹성이다. 선거 직전까지 욕을 하다가도 막상 투표소에 들어가면 자연스레 한나라당에 손이 가는 게

영남 사람들 정서다. 지난 선거에서 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지역에 친노

색채가 짙은 후보를 냈고 여론조사 결과가 선거에 다가갈수록 박빙으로 흘렀지만 결과는 한나라당의 압도적

인 승리였다.






영남 사람들에게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는 이유가 없다. 종교, 신앙과 같다. 신앙이 맹목이듯 영남 사람들의 한

나라당 지지도 맹목이다.(물론 이건 지역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영남의 '신앙'이 훨씬 견고하긴 하지만 대

한민국 50대 이상의 일반적인 정서도 그와 비슷하다.) 영남 사람들에게 투표라는 행위는 자신들의 실제적 이

익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투표를 하지 않는다. 정당, 후보의 이념, 공약, 가

치관 따위는 애초에 고려할 항목에 없다. 그저 한나라당 후보에 표를 던지고 정서적으로 만족하면 그만이다.  



지역정서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것, 바로 계급의 문제다. 사실 이 사진들과 영상을 보면서 나는 계급의 문

제를 먼저 떠올렸다. 영남과 호남을 생각해 보자. 한나라당이 부유층을 대변하는 정당이고 민주당 외 야당이

중산층과 서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라고 할 때(민주당의 경우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일단 그렇

게 정리한다.) 잘 사는 사람들은 한나라당에,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람들은 야당에 투표하는 게 합리적이다.


즉 호남의 부자들은 한나라당에 호남의 가난한 사람들은 민주당에, 그리고 영남의 부자들은 한나라당, 영남의

가난한 사람들은 민주당에 표를 던지는 게 '합리적인' 투표행위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실제 그렇게 투표가 그

렇게 이루어지던가. 호남에서는 민주당에 영남에서는 한나라당에 몰표를 준다. 지역의 정서는 이렇듯 계급의

문제도 무력화한다. 의식이 존재를 배반하는 상황이다.  





사실 이건 서울도 다르지 않다. 이른바 강남 3구에서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인 건 납득 가능하다. 한

나라당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외 다른 지역 어디에서도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는

언제나 야권 전체에 대한 지지와 비슷한 수치를 기록한다. 서울 사람들 역시 자신의 이익과는 관계없는 정치

성향을 보인다. 여기에는 계급에 대한 욕구도 반영되어 있다.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를 표현하면서 스스로 "나

는 가진 자, 기득권층"이라는 환각(근거를 알 수 없는 우월한 감정)에 빠지는 거다. 조선일보를 보는 사람들의

심리도 그와 같은 게 있다. 왠지 한겨레신문이나 경향신문을 보면 없어 보이기에 조선일보를 당당하게 보는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 가운데 많이 있다.(달동네, 판자촌에서 조선일보 보며 민주당 빨갱이라고 욕하는 노

인들의 모습,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다.) 충분히 이해 가능한 '우스꽝스런' 현실이다.  



한미 FTA 문제를 통해 영남 사람들 역시 크게 분노했다. 특히 농민들의 상실감이 크다. 학생, 회사원 역시 "한

나라당 뽑아준 댓가가 이거냐."며 격앙된 감정을 드러냈다. 지금 상황은 이렇지만 나는 솔직히 돌아오는 총선,

한나라당이 영남에서 변함 없이 압승하리라 생각한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 식구 아이가."하는 그런 심리가 결

국 저들을 살려줄거라는 생각이다. 그걸 알기에 저들이 국가의 경제주권, 사법주권을 팔아 먹는 이와 같은 일

을 거리낌없이 저지를 수 있는 거다. 언제쯤 우리나라에서도 합리적인 계급투표를 볼 수 있을까. 답답한 현실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