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Opinion/Society

'종편의 아이콘'이 된 허지웅 논란을 보며




이전에 허지웅 관련 포스팅을 했을 때 같이 올린 이름이 진중권이었다. 그래서 중량감으로 보면 차이가 많이

난다는 표현도 했는데 요며칠 허지웅이라는 이름이 온라인을 도배하고 있다. 중량감은 여전히 비교가 되지 않

지만 며칠 전에 비해 인지도는 굉장히 높아진 셈이다. 트위터에는 종종 "도대체 허지웅이 누구야?"라는 글이

올라온다.
이제 그에 관해 모르던 사람들까지도 허지웅이라는 이름이 호기심을 갖게 할 정도로 그의 이름은

'종편의 아이콘(허지웅이 자조하며 쓴 표현)'이 되었다.



종합편성채널이 개국하던 날인가. 갑자기 허지웅이라는 이름이 트위터를 채웠다. 내 블로그에도 허지웅을 검

색어로 유입자가 늘어났다. 무슨 일인가 찾아봤더니 허지웅이 동아 동편에 출연한다는 기사가 있었다. 허지웅

은 필름 2.0 출신 영화기자지만 정치적인 글로 적잖이 유명세를 얻었고 한겨레신문과 최근 시사인에 기고를

하는 소위 진보쪽의 젊은 '논객'이다. 관심없는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이 바닥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

나 알만한 인지도를 가진 사람이다. 그 동네 사람들 대체로 그렇듯 종종 자신의 지적 우월함을 과시하며 무지

한 대중을 훈계하고 뭐 하나 터지면 우르르 몰려다니는 군중의 우매함을 조롱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허지웅이 화제가 되던 날, 김연아도 조선 종편에 나간다 해서 화제가 됐고 월드컵도 검색어에 있었다. 하지만

모든 이슈를 누르고 허지웅이 단연 '최고'였다. 트위터에는 "허지웅이 김연아보다 인기인이야?", "허지웅이 월

드컵을 눌렀다." 등의 촌철살인이 올라왔다. 트위터 단문에 보이는 진정 '위대한' 재치들이었다. 그 가운데 최

고는 "허지웅이 대통령이야? 왜 이명박보다 더 까여.ㅋㅋ"였다. 허지웅은 이런 내용들을 검색해 전부 리트윗

하고 있었다.


허지웅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요지는 물론 "니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다른 사람들 다 가도 너는 그럴줄

몰랐다."는 거다. 재미있는 사실은 최근 허지웅의 <나꼼수> 비판글과 관련해 허지웅이 비난의 화살을 맞을 때

허지웅의 편에 있던 사람들조차 허지웅에 실망했다며 비판, 비난의 글을 올린다는 사실이다. 진보라 하는 사

람들의 입장에서 이번 건은 그만큼 의미가 큰 모양이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허지웅은 변절자일까. 허지웅

역시 해명, 변명을 한다.   



대학 내내 알바 두, 세 개씩 뛰고 고시원 총무 알바까지 해야 등록금에 집세까지 낼 수 있었고 반지하 방을 벗

어난 것도 이제 겨우 2년 됐는데요. 내가 뭐만 하면 돈이 그렇게 좋냐고 그래. 반지하방에 에어컨 달았더니 에

어컨좌파라고 비아냥거리고.



내가 동아를 깠다는 근거로 드는 글이 2005년도에 동아가 내 글 도용했을 때 화가 나서 쓴 건데. 야 씨발 내가

지금 동아 기자가 되겠다고 그러냐. 동아랑 애를 낳겠다는거냐. 영화프로그램에 나간다는데 2005년도에 매체

깐 것까지 들이미냐.





허지웅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크게 두 종류로 보인다. 하나는 허지웅의 생각과 글을 좋아했던 사람들, 그리고

그의 생각과 글을 지지했던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이번 건으로 그에게 실망하고 돌아섰다. (다른 이들이

야 무시할 수 있다. 이건 허지웅에게 아픈 부분이다.) 이런 글이 그런 심리를 확실히 보여준다. "사람들이 다

너 싫어할 때도 난 너 안 싫어했는데 24시간 종편이나 봐 개새끼야."


다른 한쪽은 그간 허지웅을 좋지 않게 보던 사람들, 그의 글을 고깝게 보던 사람들이다. 특히 최근 <나꼼수>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보여준 허지웅이 마음에 안 들던 사람들이다. "나꼼수 까더니 너는 종편 가냐?", "고고한

척, 고상한 척 폼은 다 잡더니 결국 너도 종편에 팔려가는 거잖아." 이런 식이다. 



허지웅 입장에서는 그저 영화프로그램에 출연하는건데 너무 한다는 생각도 들 수 있지만 이건 그간 본인이 뿌

린대로 거두는거다. 진보 논객이라는 이름을 얻으며 지지자, 팬을 얻은 사람이 자신의 종편행에 그 지지자들

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랐단 말인가. 정치색 없는 허지웅의 영화글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허지웅의

정치색 때문에 그를 좋아하는 사람도 그에 못지 않다. 사실 정치색을 빼고 허지웅을 말하는 것도 우습다.


허지웅은 억울한 마음에 자신이 과거에 얼마나 투쟁했는지도 말한다. 그러나 자신이 얼마나 시위하고 격렬하

게 살았는지 떠들어봐야 지금 사람들은 그런 건 기억도 못 한다. 더구나 그때는 노무현 정부 시절이다. 허지웅

에겐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 차이가 없겠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그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지금

정권에 대항해 <나는 꼼수다>가 격렬하게 싸우는 것, <나꼼수>가 금전적으로 힘든 가운데 후불제 공연을 통

해 그 부분을 극복하는 모습만 기억한다. <나꼼수>에 대한 허지웅의 비판이 허지웅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키

운거다. 





물론 허지웅 입장에서 이는 그저 밥벌이를 위함이다. 삶이 궁핍하기에 찜찜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일

수도 있다. 그리고 자신이 그곳에서 정치적 코멘트를 할 것도 아니고 자신의 정치적 생각을 바꾼 것도 아니기

에 억울할 수 있다. 시사인 고재열 기자는 "조중동 종편의 유일한 성과는 허지웅 밥벌이를 해결해 준것 뿐"이

라 트윗해 오늘 오후 트위터가 시끄럽다. 허지웅은 그에 반박하며 "..이런 걸로 밥벌이로 해결되는 수준은 아

니고.."라고 말했다. 이런 거라면 그의 입장은 더욱 옹색하다. 밥벌이가 해결되지도 않는 자리를 위해 이처럼

비난 받아가며 움직일 이유가 있을까. 이런 상황을 예상 못했을까. 그는 트위터에 예상했다고 글을 남겼다. 본

인이 비아냥거렸던 '나꼼수 팬덤'(그 외에 다른 네티즌도 있겠지만)이 <나꼼수>를 비판하던 허지웅의 종편행

을 그냥 두고 볼 리 없다.        



허지웅도 참 대단하다. 욕도 먹을만큼 먹었고 이제 그만 모른 척 할만 한데 그 많은 공격성 멘션에 일일히 대

답하고 대화하고 있다. 그러면서 스스로 멘탈이 바닥나고 있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나 역시 그의 <나는 꼼수

다> 비판과 관련해 동의하지 않았고 비판하기도 했지만 지금의 상황을 보며 인간적으로 안됐다는 생각도 든

다. 그가 동아 종편에서 얼마나 방송을 할지 또 방송을 시작하면 트위터에서 어떤 대화를 주고 받게 될지도 궁

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