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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Society

홍준표 사퇴? <뉴욕타임스> 김어준, 고성국의 통닭 배틀






<나는 꼼수다>에 가려 상대적으로 빛을 '덜' 보고 있지만 요사이 또한 괜찮은 방송이 한겨레신문 하니TV <김

어준의 뉴욕타임스>다. 어느 새 150회, 3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방송을 해 왔다. "저는 이명박 대통령이 싫습니

다."로 1회를 시작한 <뉴욕타임스>는 김어준과 <나꼼수>의 인기에 힘입어 최근 동반 상승의 효과를 누리고 있

다. <나는 꼼수다> 6회에 출연도 했고 근래 시사평론가로 이름을 얻고 있는 고성국 박사가 출연하는 '고성방

가'라는 코너의 인기가 특별히 좋은데 최근 서울시장 선거 예측도 정확히 했고 정국 진단도 꽤 흥미롭게 들려

주고 있어 매회 조회수도 굉장히 높다.



고성국 박사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의 7% 차이 승리를 예상, 부산 동구청장 선거는 야권의 패배를

예상했고 이로 인해 김어준 총수가 방청객 전원에게 통닭을 사야 했다.(사실은 담당 PD가 샀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들이 다른 내용으로 다시 한번 내기를 했다. 10월 30일에 올라온 <뉴욕타임스> 146회 말미에 고성국

박사는 김어준에게 느닷없이 "홍준표 대표가 대표직을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김어준은 곧바로 "저는 계속 간다고 봅니다."라고 대답했다. 고성국은 "이거 또 닭 내기를 해야 되나?"라고 웃

으며 받았다. 고성국 박사는 뒤이어 "한 달 안에 대표 내놔야 된다고 봅니다."라고 했고 김어준은 다시 "계속

간다고 봅니다."라고 확인했다. 그렇게 홍준표 대표가 한 달 안에 사퇴하냐 마냐를 두고 통닭 배틀이 다시 벌

어졌다. 





그리고 <뉴욕타임스> 150회에 출연한 고성국 박사는 다시 홍준표에 관한 말을 꺼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내기에 관한 내용으로 흘러갔다. 방송을 녹화하던 시점에 2주의 시간이 남은 상황이었다. 고성국 박사는 "시

합에서 이기려고 홍준표 물러나야 된다고 계속 떠들고 다니는데 안 물러난다."고 말해 스튜디오를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며칠 전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난데없이 홍준표가 사퇴할 의사가 있음을 밝힌 것이다. '대다수가 원

한다면' 이라는 전제가 있긴 했지만 이전까지 자신을 흔드는 여러 시도에 "사퇴할 뜻 없다."는 의사를 굽히지

않았던 모습을 생각하면 놀라운 변화였다. 물론 한쪽에선 "어차피 현 체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자신

의 입지를 굳히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직접적으로 비판에 나섰다.




홍준표의 사퇴 발언 자체가 놀랍기도 했지만 따지고 보면 이 발언은 진심이 없었다고 보는 게 옳다. 홍준표는

"박근혜 전 대표가 당을 맡는다면 물러나겠다."고 했는데 박근혜가 지금과 같은 상황에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없으므로 이는 당연히 계산된 발언이다. 그럼에도 어쨌든 나는 이 날 홍준표의 발언이 놀라웠고 이 보도를 접

하면서 재미있게도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김어준과 고성국의 '통닭 배틀'이었다. 이거 또 고성국이 이기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도무지 홍준표 스스로 사퇴를 언급할 이유가 보이지 않는데 (김어준은 "홍준표는 지금껏 평생을 비주류로 살

아왔고 모든 자리를 자신의  힘으로 힘들게 얻은 사람"이라며 "역시 자신의 힘으로 올라선 대표라는 자리를 결

코 내놓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꽤 설득력있는 예상이었다.) 자신의 입으로 사퇴를 언급하는 상황을 보며

고성국 박사의 '직관'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됐다. 홍준표 사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고 통닭은 고성국 박사

가 사게 됐지만 정확하게 내기의 마지노선인 한 달이 되는 지점에 벌어진 재미있는 사건이었다.  





이와 별도로 146회 말미에 김용민이 고성국 박사에 던진 흥미로운 질문 하나를 정리해 본다. 김용민은 "(박원

순에게 던진 강남의 표를 두고) 강남의 무슨 욕망이 배신당했기에 강남 사람들이 마음을 바꿨을까요?"라고 물

었다. 김어준이 "강남의 20, 30대 조차 정치에 관심을 갖고 각성하게 되었다. 그전에는 투표도 잘 안했다."라고

하자 고성국이 이렇게 말했다. "너무 강남을 폄하하지는 말구요. 저는 강남에 굉장히 품격있는 사람이 많이 산

다고 생각해요. 그 품격에 비추어 볼때..." 김용민이 "한나라당이 너무 싸다." 고성국은 "(웃으며) 나머지는 알

아서 해석하세요. 품격있는 사람들 돈 헤프게 안 쓰고 함부로 말 안하고 예의지키고 그러죠."라고 했다. 김어

준이 반발하며 받았다. "돈 헤프게 안 쓰는거로 따지면 우리 가카만한 분이 없어요. (웃으며) 그럼 우리 가카가

품격 짱인가요?"



이 부분은 고성국 박사의 의견에 상당 부분 동의할 수 있었다. 자신이 품위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결

코 품위, 품격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한나라당에 표를 던질 수 없다. 김어준은 "품격있는 사람들 돈 함부로

안 쓴다."를 (사적인 영역에서 돈을 안 쓰는) 각하와 연관지었는데 이건 김어준이 오해한 부분이다. 이 부분은

고성국 박사가 돈(국가의 예산)을 함부로 쓰고 낭비하는 한나라당을 비판한 내용이다. '말 함부로 안하고 예의

지키고'에 이르면 고성국 박사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이 드러난다. 정확하고 적절한 비판이다. 말도 함부

로 하고 예의라고는 모르는 사람들, 고성국 박사는 그들을 비판한다. 현실정치와 정국, 정치인들에 대한 설득

력있는 분석, 이런 내용이 있기에 <뉴욕타임스> '고성방가'를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