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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Society

대한민국 국회가 한미 FTA를 비준한 날, 11월 22일을 기억하며




대한민국 국회가 한미 FTA 비준안을 처리했다. 역사에 남을 날이다. 한나라당은 국익을 위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고 말한다. '도대체 그 이익이 누구의 이익인가.' 따위의 질문은 하고 싶지 않다. 소수 재벌만을 위한

FTA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테니. 민주당은 별 저항 없이 본회의장을 내주고 정의화 국회부의장은 어

렵지 않게 의사봉을 내리쳤다.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의 최루탄 '의거'(개인적으로 그 장면에 가슴이 뜨거워

져 '의거'라 표현했는데 지금 확인해 보니 김선동 의원이 "이토 히로부미를 쏘던 안중근 의사의 심정이었다."

고 말했다.)만이 작은 위로가 될 뿐이다. 힘 없는 자의 마지막 발버둥이다. 





가슴에 큰 구멍이 난 것 같다. 수많은 사람들이 상실감에 허탈해하고 있다. 인터넷과 트위터에는 분노로 가득

한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총선에서 매국 세력들 전부 몰아내야 한다.", "우리에게 남은 건 미국의 노예

가 되는 것 뿐인가.", "이제 지옥같은 세상에서 살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등등 네티즌은 다양한 내용을 쏟아

내고 있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글이 있다. 한미 FTA를 무효로 돌릴 수 있다는 내용이다. "체결된 후 60일 안

에 FTA는 발효된다. 그러나 180일 안에 한쪽에서 무효로 하면 상대국 의사와 관계 없이 무효로 할 수 있다."



그렇다. <나는 꼽사리다> 1회에서 우석훈이 했던 말이다. 방송을 찾아 확인했다. "일단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고 대선에서 이기면 FTA를 폐기할 수 있다. 재협상은 양쪽이 동의를 해야 하지만 폐기는 어느 한쪽이

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분명히 있다. 선대인 소장이 "이런 규모의 협정을 맺었다 폐기하면 다음에 어떤 협

정을 맺을 수 있겠나."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하자 우석훈은 "그럼 FTA 안 하면 된다."고 답할 정도로

격앙되어 있었다. 선대인은 "폐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생각하고 재협상은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우석

훈 역시 "폐기가 맞지만 그게 힘들면 재협상 밖에 없다."로 의견을 정리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김진표를 대표로 하는 민주당 내 반 개혁, 수구세력이 있

는 한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래도 기대해 보련다. 경제주권, 사법주권을 모두 미국에 넘긴 나라에서 살고 싶

진 않기에 그렇다. MB정부 4년이 흘러가고 있다. 정말 많은 일이 쉴틈 없이 벌어지고 있고 스케일 또한 상상

을 초월한다. 굵직굵직한 일들을 벌여나가다가 결국 나라까지 통째로 넘겼다. 김어준의 표현을 빌리면 '국가

를 수익모델로 삼는' 행태의 결정판이다. 어떤 이들은 "나라를 팔아먹었다는 표현이 과장되었다."고 할지 몰라

도 이들이 나라를 팔아먹고도 남을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임은 부인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시간 여의도, 명동, 종로 일대에서 수천명의 시민이 모여 'FTA 무표'를 외치고 있다. 뜨거운 가슴을 가

진 시민들, 분노로 가득한 가슴을 주체할 수 없는 시민들이 앞으로도 끊임 없이 거리를 메우고 'FTA 무효'와

'정권 심판'을 외칠 것이다. 2011년 11월 22일, 대한민국 국회가 한미 FTA 비준안을 처리한 날이다.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가슴을 짓누르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