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에는 수많은 미남 스타가 있지만 브래드 피트만큼 개성이 뚜렷한 남자 배우도 없다. (상투적이지만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기에) 조각같은 얼굴에 훤칠한 키, 근육질 몸매에 저음의 멋진 목소리까지. 브래드 피트
는 환상적인 스타일을 자랑하는 수많은 헐리우드 스타들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인다. 그 이름은 헐리우드 미남
배우의 대명사다. 이제 50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나이가 무색하게 그는 여전히 젊고 매력적이다.
1992년 <흐르는 강물처럼>
브래드 피트라는 배우를 알게 된 영화는 92년 <흐르는 강물처럼>이다. 30살 무렵의 아름다운 청년, 풋풋했던
브래드 피트를 볼 수 있는 영화다. 영화를 보던 당시에는 태양이 부서지는 강물, 그 가운데 플라잉 낚시 등 아
름다운 영상만 기억에 남았다. 후에 브래드 피트가 대스타가 되면서 새롭게 주목하게 된 영화다. 또한 나중에
브래드 피트와 <스파이 게임>에서 만나게 된 대배우 로버트 레드포드의 연출작이라는 점에서 눈길이 가는 영
화이기도 하다.
1991년 <델마와 루이스>
하지만 그에 앞서 그는 91년 리들리 스코트 감독의 <델마와 루이스>를 통해 인상적인 연기(사실 캐릭터가 워
낙 매력적, 아니 브래드 피트가 했기에 매력적인 역할이다.)를 보이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영화에서의
비중을 볼 때(<트루 로맨스>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를 본 관객들 가운데 브래드 피트를 기억하는 이는 많
지 않을 것 같다. 히치 하이킹으로 차를 얻어 타고 델마(지나 데이비스)를 유혹해 돈을 훔쳐 달아나는 건달 제
이 디. 나쁜 놈이지만 밉지 않은 캐릭터, 얼마 되지 않는 짧은 분량 등장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브래드 피
트는 이 영화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1995년 <세 븐>
그리고 브래드 피트 출연작 가운데 가장 '뜨겁다'고 할 수 있는 <세븐>이 95년 나온다. 데이빗 핀쳐라는 불세
출의 감독과 모건 프리먼이라는 최고의 배우. (<리쎌 웨폰> 이후 자리잡은 노련한 흑인 형사와 혈기왕성한 백
인 형사 콤비를그대로 가져왔지만 <세븐>에서 두 사람은 그 암울한 결말 때문인지 여타 영화에서 보여지는 형
사 콤비의 그것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다.) 거기 더해 <세븐> 이후 오래지 않아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게
되는 살인마 케빈 스페이시까지.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이 특별해 보일 정도로 당시 이 영화는 색다르
고 대단했다.
2001년 <오션스 일레븐>
2001년에는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로 천재라는 칭호를 얻은 스티븐 소더버그의 <오션스 일레
븐>으로 돌아온다. 조지 클루니, 줄리아 로버츠, 맷 데이먼, 앤디 가르시아 등 어마어마한 캐스팅이 성사된 이
프로젝트는 영화 보는 재미가 어떤 것인지 확실히 보여준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고전을 리메이크한 소더버그
의 <오션스 일레븐>은 브래드 피트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준다. 특별히 의상을 짚고 싶은데 조금만 살펴보면
브래드 피트가 같은 옷을 입고 두 번 등장하는 장면이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는 매번 다른 수트를 입고 등장한
다.(그의 의상과 스타일을 보는 것도 영화의 큰 재미다.) 그에게 꼭 맞게 제작된 수트, 옷걸이가 환상적이기에
옷도 더할 나위 없이 멋지다. 당시 의상을 담당한 디자이너는 "옷은 몸을 가릴 뿐이지만 의상은 캐릭터를 말해
주죠."라는 기가 막힌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브래드 피트가 입었던 건 그야말로 의상이었다.
2001년 <스파이 게임>
동일하게 2001년 공개된 <스파이 게임>도 상당히 훌륭한 오락영화다. <흐르는 강물처럼>의 감독이었던 로버
트 레드포드를 10년만에 만나 콤비를 이룬 작품. 또한 감독은 그가 단역으로 출연했던 <트루 로맨스>의 토니
스코트였다. 인연이 있던 영화계 대선배들과 함께 만든 CIA 첩보물. 브래드 피트의 연기력과 매력이야 늘 변
함 없는 것이고 훌륭한 파트너들 덕분에 그의 필모그래피에 또 하나의 훌륭한 작품이 추가됐다. 이 영화를 보
면서 아쉬웠던 건 나이 들어가는 로버트 레드포드의 모습이었다. <내일을 향해 쏴라>, <스팅>부터 그를 좋아
했던 영화팬으로 그의 늙어가는 모습이 서글프다. 바바라 스트라이샌드와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한 모습
등을 보면 늙어가는 모습도 아름답긴 하지만 <대통령의 사람들>과 같은 70년대 그의 영화를 보면 그 시절 그
모습이 그리워진다.
2009년 <바스터즈>
2009년에는 이제는 대가가 된 쿠엔틴 타란티노의 <바스터즈>에 출연한다. 주류 영화에 완전히 자리잡은 타란
티노지만 그럼에도 그에겐 B급 정서가 있는데 브래드 피트가 타란티노 작품에 출연하는 모습을 보며 오래 전
그가 선택했던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의 가이 리치가 생각나기도 했다. <바스터즈>에서 브래드 피트
는 독일군과 싸우는 특공대의 대장 알도 레인 중위.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악역 한스 란다 대령을 연기한 크리
스토프 왈츠와 연합군 스파이 브리짓 본 해머스마크를 연기한 다이앤 크루거가 인상적이어서 사실 브래드 피
트는 돋보이지 못했다. 그럼에도 뭐 어떤가. 이제 그는 영화 한 편에서의 비중 따위는 신경쓸 필요가 없는 '브
래드 피트'가 아니던가. 그는 이렇게 자신의 영화지평을 넓혀갔다.
브래드 피트를 생각하면 그의 여자들도 빼놓을 수 없다. <세븐>에서 인연을 맺은 기네스 팰트로. 지적인 느낌
을 물씬 풍기는 금발의 미녀, 하지만 결혼을 앞두고 헤어진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기네스 팰트로의 아버지가
반대해서 그랬다는 말도 있는데 이후 순탄치 못했던 그녀의 연애사를 보면 안타깝기도 하다. 그리고 뒤이어
시트콤 <프렌즈>의 제니퍼 애니스톤을 만나 결혼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제니퍼 애니스톤과도 이별하
고 지금은 누구나 알듯 안젤리나 졸리와 가정을 꾸미고 있다. 안젤리나 졸리는 존 보이트의 딸로 그리고 빌리
밥 쏜톤의 아내로 유명했던 여배우다. 배우로도 인기가 있었지만 브래드 피트의 여자가 되면서 그녀는 더욱
유명세를 얻는다. 하나 같이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성들, 브래드 피트의 이름에 걸맞는 연애사라는 생각이다.
새로운 스타들이 속속 등장하는 헐리우드지만 브래드 피트의 자리는 굳건한 듯하다. 나이 들어가며 그만이 가
지는 매력과 그만이 소화할 수 있는 역할이 있고 그를 원하는 관객이 꾸준하기 때문일거다. 그의 여러 차기작
가운데 가장 기대되는 작품은 <블랙 스완>의 대런 아로노프스키가 만드는 <타이거>다. 내년에 브래드 피트가
선보일 신작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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