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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Talk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최근 사진을 보며




최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그의 연인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사진이 유난히 눈에 띈다. 디카프리오가 워낙

세계적인 스타이기에 언제 노출되어도 이상할 건 없지만 요즘 들어 특별히 더 많이 보이는 느낌이다. 그런데

사진을 볼 때마다 느끼는 부분이지만 디카프리오는 참 수수하고 소탈하다. 영화 속에서나 시상식에서는 최고

의 스타일을 보여주지만 평소의 삶 속에서는 그냥 평범한 청년의 모습이다. 특히 샌들에 회색 양말을 신은 모

습, 한국에서는 조롱의 대상이 되는 차림이지만 그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아니던가. 그 이름 하나로 모

든 것이 용서되고 이해된다.





90년대 후반 디카프리오라는 배우의 매력에 빠져 그의 영화들을 몰아서 본 적이 있다. 기가 막힌 포스터에 반

해 보게 된 <바스켓볼 다이어리>도 괜찮았지만 특별히 좋았던 영화가 그가 19살이던 93년 작품 <디스 보이즈

라이프>였다. (요즘 온라인에선 <이 소년의 삶>이라는 이름으로 나온다. 늘 <디스 보이즈 라이프>라 불리던

영화가 어느 순간 우리말 제목으로 바뀌었다. 참 어색하다.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로버트 드 니로가 출

연하기에 아무래도 그쪽으로 집중되는 게 사실이지만 이미 이때부터 디카프리오의 싹이 보였음은 부인할 수

없다. 디카프리오는 이 작품으로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고 이런저런 상들을 수상하며 일찌감치 헐리우드 스타

로의 한 걸음을 내디뎠다.   




                                                                                                  1993년 <디스 보이즈 라이프>



디카프리오를 말하면 빼놓을 수 없는 영화가 96년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바즈 루어만이 만들어 낸 20세기

의 셰익스피어다. 몬테규와 캐플릿의 전쟁, 그 중심에 디카프리오라는 로미오가 있다. 절정의 미소년, 이 역할

은 그가 아니면 누구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비쥬얼은 완벽했고 로미오라는 이름은 그에게 더

없이 어울렸다. 그에 더해 절규하고 폭발하는 연기까지, 영화를 본다면 누구라도 반하게 될 정도로 그의 매력

은 대단했다. 재미있는 일화가 당시 줄리엣으로 케이트 윈슬렛이 거론됐는데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캐스팅이

불발됐다는. 그래서 줄리엣으로 낙점된 인물이 클레어 데인즈다. 외모로 보면 클레어 데인즈도 빠지지 않으니

나쁘지 않은 캐스팅이다. 그리고 이때 인연을 맺지 못한 레오와 케이트는 후에 <타이타닉>에서 만나게 된다.

  


                                                                                                      1996년 <로미오와 줄리엣>                                                                                        

헐리우드의 거장 마틴 스콜세지를 만난 이후 디카프리오는 다소 색다른 길을 걷는다. 스콜세지라는 이름, 자

연히 그의 작품에 무게가 실린다. 로버트 드 니로라는 대배우를 통해 자신의 영화세계를 펼쳐온 스콜세지는

디카프리오를 기용해 새로운 작품세계를 구현하기 시작한다. 로버트 드 니로와 같은 배우가 맡았던 스콜세지

의 페르소나, 물론 디카프리오로서도 영광스러운 자리였음에 틀림없다. 그렇게 그는 <갱스 오브 뉴욕>, <에비

에이터>, <디파티드>까지 스콜세지의 영화에서 연이어 주인공을 연기한다. 그 가운데 약간 색다른 영화가

2010년에 나온 <셔터 아일랜드>다. 정신병에 관한 탐구, 이전 영화들과 달리 편안하고 쉽게 볼 수 있는 드라

마가 아니다. 암울하고 묵직하다. 약간의 지루함을 견딜 수 있다면 한 번쯤 빠져볼만한 스콜세지와 레오의 정

신병동 드라마다.  




                                                                                                         2010년 <셔터 아일랜드>
                                                                                                              
 

또 하나 개인적으로 짚고 싶은 작품은 2009년 <레볼루셔너리 로드>다. <타이타닉>에서 죽음으로 이별한 디카

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이 부부로 만난 작품이다. 하지만 결코 아름답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부부다. 정신적으

로 건강치 못한 아내와 그녀를 바라보며 안타까워하는 남편. 이 작품은 보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찌른다. '부

부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 레오가 더 이상 미소년이 아님을 이젠 남자이자 남성이 됐음을 확

인시켜 준 작품이다. 이 영화의 감독이 케이트 윈슬렛의 남편인 샘 멘데스라는 사실을 생각하고 보면 영화가

더욱 흥미롭게 보인다.  

 


                                                                                                   2008년 <레볼루셔너리 로드>


미소년 레오를 기억하는 팬들에게 어찌보면 레오는 영원한 미소년이 아닌가 싶다. 지금도 그의 얼굴에는 로미

오의 얼굴 <타이타닉>에서 잭의 밝고 천진난만한 얼굴이 그대로 남아있다. 소년의 얼굴을 하고 나이들어간다

고 할까. 역설적인 표현이지만 정말 그런 느낌이다. 그가 블레이크 라이블리와 아름다운 가정을 꾸리고 그녀

에게 정착할까. 많은 팬들이 그러길 바라는 모양이다. 그의 팬으로 그저 그가 행복한 삶 살아가며 좋은 영화에

많이 출연했으면 하는 바람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