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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Media & Culture

올스타 MVP 이병규, LG 야구를 추억하며




나는 LG 트윈스를 좋아하는 야구팬이다. 특히 신바람 야구를 하던 시절의 LG 트윈스를 좋아한다. 생각해 보

면 내 기억 속에서 LG의 야구는 유지현, 김재현, 서용빈 그리고 이들보다 3년 늦게 데뷔한 이병규에서 멈춰 있

다. 그러고 보면 난 LG의 야구가 아니라 잘 나가던 LG의 야구를 좋아했던 게 아닌가 싶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94년의 LG는 대단했다. 미국에서 온 이광환 감독의 자율야구, 신바람 야구는 한국

야구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관리야구가 아닌 선수의 개성을 존중하고 개개인의 특성을 살리는 야구, 사실 결

과가 좋았으니 좋은 평가를 받았지 결과가 좋지 않았으면 한국 사람들 특성상 욕이란 욕은 다 했을거다. 어쨌

든 LG는 스마트한 팀 이미지와 함께 최고의 팀으로 거듭났고 94년 정규리그에 이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

지했다.



당시를 떠올리면 빼놓을 수 없는 선수들이 있다. 그 유명한 신인 3인방 유지현, 김재현, 서용빈이다. 나란히 1,

2, 3번을 치던 선수들. 이들의 활약은 팀의 성적에도 기여했지만 팀의 인기에도 크게 기여했다. LG라는 팀의

이미지에 꼭 맞는 핸썸한 선수들(지금 선수들 중에 꼽는다면 박용택, 심수창 정도가 바로 떠오른다.) 덕분에

LG라는 팀의 인기는 최고였다.   





그리고 그 해 시즌이 마무리되면서 신인왕이 누가 될지가 관심사였다. 3할 5리에 15홈런을 기록한 유지현, 2

할 8푼 8리, 20-20 클럽에 가입한 김재현, 3할 1푼 8리에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며 팬들에게 각인된 서용빈

까지 누구 하나 빠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기자단 투표 결과 신인왕 트로피는 제 2의 이종범이라는 별명을 얻

었던 유지현이 차지했다. 유지현은 신인왕이 될 자격이 있었고 다른 두 선수는 유지현을 축하했다.   



시간이 흘러 LG 야구는 힘을 잃고 선수들도 노장이라는 호칭을 얻으며 조금씩 잊혀져갔다. 유지현과 서용빈

은 지금 LG 트윈스에 코치로 남아있다. 주루 코치로 나가 있는 유지현, 벤치의 서용빈을 보면 당시의 추억이

떠오르곤 한다. 다만 김재현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다. 최고의 배트 스피드를 자랑했던 캐논 히터 김재현은 고

관절 괴사증이라는 희귀병에 걸려 구단으로부터 버림 받았다. SK로 이적후 다시 한번 전성기에 버금가는 활

약을 했지만 친정 LG를 떠나 SK 유니폼을 이은 김재현을 볼 때마다 어딘지 어색했던 기억이 있다.





97년 데뷔한 이병규 역시 이들 못지 않은 프랜차이즈 스타다. 앞의 세 선수가 모두 은퇴한 LG에서 과거의 추

억을 떠올리게 하는 유일한 선수이기도 하다. 일본에 진출해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좋은 시절, 힘든 시절 다 겪

고 LG로 돌아온 그의 모습이 반갑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지난 토요일 올스타 전에서 돌부처

오승환을 상대로 끝내기 안타를 때리고 MVP가 됐다. 좌익수 최형우가 잡을 수 없는 라인 근처에 떨어진 속칭

바가지 안타였다. 해설자가 '비겁한 안타'라 표현하며 웃었다. 아무렴 어떤가. 환하게 웃는 이병규, 유지현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37살 최고령 MVP, 예전 LG를 기억하는 팬들에게 기분 좋은 장면이었다. LG가 올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을까. 진출한다면 이병규가 베테랑다운 활약을 보였으면 하는 생각도 들고 진출 못

한다 해도 그 또한 어떤가. 이젠 추억으로 남은 LG의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기억나는 올스타 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