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위대한 탄생>의 예선, 유난히 많이 불려진 팝 음악이 있다. 비틀즈의 'Yesterday'다. 들을 때마다 '도대
체 왜 저 곡을 하지?'하며 의아했다. 'Yesterday'는 팝 음악사에 남는 명곡, 함부로 건드리기 부담스러운 곡이
다. 원곡의 그늘이 워낙 크기에 어지간히 해서는 듣는 이를 감동시키지도 못하고 아무리 잘해도 본전 찾기가
쉽지 않다. 어느 날인가 한 여성 참가자가 또 다시 'Yesterday'를 시작했다. 원곡은 재즈로 바뀌어 있었다. 역
시 듣기 불편했다. 곡을 듣고 방시혁이 못 마땅한 얼굴로 한 마디 했다. "저는 참가자들이 왜 예스터데이를 하
는지 모르겠어요."
'너희가 무슨 생각으로 이 곡을 부르는지 정말 모르겠다.'는 얼굴로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던 방시혁의 한 마디가 반가웠다. 그러면서 "이런 곡을 그렇게 완전히 바꿔서 하려면 보컬이 갖는 중량감이
굉장해야 해요."라는 말을 덧붙였다. 백 번 공감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리고 중량감 있는 보컬을 생각하며 곧
바로 떠오른 인물이 마이클 볼튼이었다. 문득 생각했다. 괜히 마이클 볼튼이 떠오른게 아니었다. 그는 이 곡
을 불렀고 그 버전은 'Timeless(The Classics)'라는 앨범에 수록되어 있다. 오랜만에 그 곡을 감상했다.
4분이 되지 않는 곡, 건반과 클래식 기타, 스트링으로 이루어진 반주 속에서 마이클 볼튼이 노래한다. 보컬의
중량감이라는 게 어떤 건지 그는 확실하게 보여준다. 요새 임재범이 새롭게 주목받으면서 한국의 마이클 볼튼
이라는 그의 별명 덕에 마이클 볼튼의 이름도 심심찮게 언론에 오르내린다. 임재범이 마이클 볼튼처럼 노래하
기 위해 노력(따라하기?)했다는 말도 있는데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정말 그럴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
로 마이클 볼튼의 소리는 힘이 있고 매력적이다. 공교롭게도 임재범과 마찬가지로 그 또한 블랙잭이라는 헤비
메탈 밴드에서 보컬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그리고 솔로 가수로 그래미까지 수상하며 최고의 자리에 오른 마
이클 볼튼, 백인이면서 흑인 느낌의 음악을 한다 해서 파란 눈의 소울 뮤지션이라 불리기도 한다.
80, 90년대 한국에서 인기를 얻은 팝 음악을 말하면 마이클 볼튼을 빼놓을 수가 없다. 'When a man loves a
woman', 'How am I supposed to live without you', 'Time, love and tenderness', 'Love is a wonderful
thing' 등 수많은 곡들이 한국 팝 음악 팬들의 추억의 한 자리에 자리잡았다. 특히 감정에 호소하는 그의 드라
마틱한 목소리는 한국 사람들의 감성에 꼭 맞았고 그랬기에 큰 인기를 누릴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물론
미국 내에서도 인기가 있었지만 특별히 한국과 일본에서 마이클 볼튼의 인기가 대단했던 것 같다. 케니 G 같
은 뮤지션이 대표적으로 그렇지만 그들의 음악이 이쪽 사람들의 감성과 맞기에 그런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마이클 볼튼의 신보가 오랜만에 나왔다. 그의 21번째 스튜디오 앨범으로 제목은 <Gems>, 다른 아티스트들과
의 듀엣곡을 담은 앨범이다. 스팅의 곡으로 익숙한 'Fields of gold'에서 싱어송 라이터 에바 캐시디의 목소리
를 들을 수 있고 U2의 'Pride (In the name of love)'를 마이클 볼튼이 자신의 음악으로 바꿔 노래한다. 트럼
펫 연주자로 명성을 쌓아가는 크리스 보티의 연주도 담겨 있으며 'Kiss from a rose'로 유명한 90년대 스타
씰의 노래도 들을 수 있다.
청바지에 흰 셔츠를 즐겨 입던 마이클 볼튼. 무선이 아닌 라인이 연결된 마이크, 수수하고 소박한 무대, 코러
스 여성들의 의상과 화장까지. 지금 보면 촌스럽기도 하지만 그 시절의 향수랄까. 80, 90년대 그의 공연 영상
을 보면 흥미로운 것들이 많다. 또 가스펠 스타일의 음악이기에 (가사가 주는 메시지도 깨끗하고 건전한 곡들
이 많다.) 코러스가 교회 성가대 가운을 입고 등장하는 모습도 이채롭다. 그러고 보면 관객들의 모습도 하나같
이 '건전'해 보인다. 이 무렵 미국에서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 아티스트로 유명세를 얻었던
론 케놀리나 마이클 W. 스미스의 공연장에서 보이는 관객들의 모습이다. 여느 팝 스타의 공연장 관객들의 모
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여하튼 왕년의 팝 스타 마이클 볼튼이 돌아왔다. 훌륭한 아티스트의 좋은 음악
을 들을 수 있는 음악 팬은 그저 즐거울 따름이다.
'Opinion > Media & Cultu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적인 정치인, 미국 부통령 조지프 바이든 (10) | 2011.08.22 |
---|---|
<빌리티스의 딸들> 이 땅에서 동성애자로 살아가는 일 (20) | 2011.08.18 |
올스타 MVP 이병규, LG 야구를 추억하며 (13) | 2011.07.24 |
아이패드2 광고가 보여주는 기업철학, 그리고 애플의 힘 (25) | 2011.07.20 |
페더러, 우즈, 앙리의 질레트 모델로 기용된 김사랑 (17) | 2011.07.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