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ilm/Talk

"You can't handle the truth."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진실




쿠바 관타나모 미군 해병대 기지에서 사병 한 명이 선임병의 가혹행위(코드 레드)로 사망한다. 가해자인 두 명

의 군인이 군사 법정에 서고 이들의 변호를 다니엘 캐피 중위(톰 크루즈)가 맡는다. 부대는 이 사건을 피고 두

사람의 단순 가혹행위에 따른 사고로 처리하려 하지만 피고들은 캐피 중위에게 자신들은 상부의 지시를 따랐

다는 말을 한다. 캐피 중위는 사망한 사병에 대한 가혹 행위가 윗선에서 내려온 지시였음을 밝혀내려 하고 결

국 사령관 재셉 대령(잭 니콜슨)을 법정 증인으로 세우는데 성공한다. 재셉 대령에게 가혹행위 명령에 대한 자

백을 받아내기 위해 캐피 중위는 대령을 추궁한다.


                  
                  


캐피 중위 : 재셉 대령! 당신이 코드 레드를 명령했습니까!

판사 : 대령은 대답할 필요 없소. (캐피 중위가 판사의 제지를 무시하고 재셉 대령을 몰아붙이던 상황이었다.)


재셉 대령 : 아니. 대답하겠소. 대답을 원하나?


캐피 중위 : 난 대답을 들어야겠습니다.   


재셉 대령 : (고성을 낸다.) 대답을 원해?


캐피 중위 : (똑같이 소리지른다.) 난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재셉 대령 : 넌 진실 따위는 감당도 하지 못해!! (You can't handle the truth !!)



로브 라이너 감독의 92년 영화 <어 퓨 굿 맨>의 마지막 법정 장면이다. 영화에 명대사가 많지만 그 가운데 압

권이 되는 한 마디다. "You can't handle the truth." 비단 군에서만 벌어지는 일일까. 모든 권력자가 수시로

내뱉는 말일 것이다. "국민은 진실을 감당할 수 없어."라고 말하며 수많은 사건, 사고를 국가 기밀이라는 명목

하에 묻어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함을 우리는 알고 있다.   





작년 5월, 도올 김용옥은 봉은사에서 자신은 천안함 관련 정부 발표를 조금도 믿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영화

<더 록>에서 험멜 장군(에드 해리스)의 말을 빌리면 당시 군 당국의 발표는 "동화만도 못한 설명"인 셈이다. 천

안함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워낙 많이 나왔으므로 모두 생략하고 여하튼 이 때 '진실'을 파악한 군 수뇌부와

이를 보고받은 정부 각료, 청와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물론 '국가'의 '안보'와 '이익'을 먼저 고민했을 거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국민은 진실을 감당할 수 없어."라고 되뇌이지 않았을까 싶다.



도올은 이어 KAL기 폭파 사건에 대해 말했다. "노태우가 선거하기 직전에 김현희가 들어왔다. 자국민 몇 백명

이 어떻게 죽었는지 지금까지 모른다.", "문세광 사건, 아웅산 사건, 김현희 사건, 천안함 사건이 뭔지 우리가

알 길이 없다." 정부가 정보를 통제하고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으니 국민은 그저 그들이 발표하는 내용

을 그대로  믿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사실 광우병이라든지 4대강과 같은 다른 사회 문제는 민간에도 전

문가가 많고 자료도 많으니 얼마든지 이론, 가설을 제기하고 정부와 논쟁을 할 수 있지만 군사, 첩보 관련 문

제는 정부에서 정보와 자료를 틀어쥐고 있으니 함부로 의혹을 제기할 수가 없다. 천안함 의혹을 꾸준히 제기

하던 한 블로거는 경찰에서 수시로 출두를 요구하는 통에 망가진 삶을 토로하기도 했다.      





경북 칠곡의 미군 기지 캠프 캐럴에 상당량의 고엽제가 매몰되어 있다는 뉴스가 있었다. 한국과 미국의 조사

단이 조사에 나섰다. 얼마나 진정성 있는 조사가 이루어 질런지 알 수 없지만 그 결과가 그대로 발표될 거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거다. 해병대 총기 사고로 사병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군에서 조사했지만 조사

결과를 언론에는 물론이고 가해자와 희생자의 가족에게도 있는 그대로 알렸을 리 만무하다. 왜? 우리는 진실

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이므로.



영화 <더 록>에서 과거 영국 정보부 요원이었던 메이슨(숀 코너리)은 케네디 암살 사건 등 기밀이 담긴 필름

을 왜 미국 정보부에 넘기지 않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그걸 넘기는 순간 아마 나를 자살시켜버렸을

걸?" 군 부대에서는 수많은 '자살' 사건이 발생한다. 이틀 전에도 해병대 2사단에서 원사 한 사람이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의혹이 많다. 유서도 없는 사체인데 해병대는 곧바로 자살로 발표한다. 이렇게 되면 타살까지

는 아니더라도 의문사라고 발표하는 게 옳다. '진실'을 찾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진실은 결코 유가족과 국민

의 몫이 아니다. 





"You can't handle the truth." 진실을 감당할 수 없는 우리 국민을 염려하는 정부와 권력자들은 오늘도 수많

은 진실을 은닉, 은폐한다. 우리는 그저 국가가 발표하는대로 믿어야 할까. 우리가 알 수 없는 이 진실들, 언젠

가 밝혀질까. "Truth is over there. (
진실은 저 너머에)"라는 <X-File>의 그 유명한 격언이 떠오르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