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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Review

<미션 임파서블 4> 캐릭터의 부재, 아쉬움이 남는 작품




개봉일 : 2011년 12월 15일




5년만에 돌아온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이다. 나이 들어도 여전히 멋진 톰 크루즈 최고의 시리즈

영화다. <007 시리즈>와 더불어 개봉하기가 무섭게 극장으로 달려가 보고 싶은 영화이기도 하다. 몇 달 전부

터 영화에 관한 정보들이 흘러나왔다. 나 역시 영화를 보기 전에 예고영상을 수차례 봤다. 두바이 고층 빌딩에

서의 장면이 기대가 됐다. 이래저래 큰 기대를 안고 영화를 관람했다.


영화는 스피디하게 진행된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아랍 에미레이트의 두바이, 그리고 인도의 뭄바이로. 늘

그렇듯 <미션 임파서블> 특유의 화려한 장비도 등장하고 액션도 빠지지 않는다. 브랜트 요원으로 나오는 제레

미 러너(<허트 로커>에서 폭발물 제거반 제임스 중사로 출연했던)와 카터 요원 역을 맡은 폴라 패튼의 액션이

인상적이다. 이들의 팀 플레이도 멋지고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2시간 동안 충분한 즐거움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 아쉬움 또한 적지 않은 작품이기도 하다.



나는 그 원인을 캐릭터가 부족했기 때문으로 본다. 캐릭터를 제대로 그려낸 (개인적으로 최고의 시리즈라 생

각하는) 1편, 존 보이트를 비롯해서 빙 레임즈,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엠마누엘 베아르, 장 르노까지 팀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캐릭터가 살아있었다. 시리즈의 오점으로 평가받는 2편은 그렇다 치고 3편 또한 근사한 캐릭

터들을 보여준다. 모든 시리즈에 나오는 빙 레임즈부터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와 매기 큐, 아내 역할의 미셸 모

나한까지 풍성한 캐릭터들이 입체적으로 살아서 영화를 만들어갔다. 이번 시리즈는 그런 매력적인 캐릭터들

을 보여주지 못했다. 새롭게 투입된 브랜트 요원이 극 초반 이단 헌트의 아내 이야기를 하며 그로 인해 만들어

지는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지 기대하게 했는데 이것도 결국 드라마 전반에 영향이 없는 뜬금없는 대사였다.  

 




무엇보다 아쉬운 캐릭터는 악역이다. 1편에서는 실체가 불분명한 악역이 오락가락한다. 결국 팀 내부의 배신

자가 드러나며 반전을 보여줬고 맥스라는 이름의 무기밀매상이 이단 헌트와의 대화 속에서 매력적인 악역 (여

성)캐릭터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 모든 게 브라이언 드 팔마라는 거장의 힘이다. 그리고 3편에서는 필립 세이

무어 호프만이 극악무도한 악당을 연기한다. <매그놀리아>에서 톰 크루즈와의 인연으로 <미션 임파서블>에

캐스팅된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은 최고의 연기파 배우라는 명성에 걸맞는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다. 3편은 악

역이 살렸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주인공 이단 헌트와 드라마 끝까지 팽팽하게 균형을 맞추는 그의 캐릭터는

압권이었다. 그런데 이번 <고스트 프로토콜>에서는 악역이 기억나지 않는다. 사이코 과학자 코발트라는 인물,

그에겐 대사도 몇 마디 주어지지 않았다. 영화 초반 크렘린에서 핵미사일 발사장치를 훔친 이후 그저 이단 헌

트에게 쫓길 뿐이다. 사실 얼굴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카메라 안에서 제대로 대화하는 장면은 부르즈 칼

리파에서 미사일 발사 암호를 넘겨받을 때 뿐이다. 존재감이 없어도 너무 없다. 감독이 악역 캐릭터에 너무나

무심했다. 이번 시리즈는 그저 톰 크루즈를 위한 시리즈가 아닌가 싶다.   






어정쩡한 캐릭터도 짚어볼 만하다. 크렘린 폭발 사고 당시 등장한 러시아 경찰은 극 전개에 뭔가 역할을 할 듯

보였다. 하지만 아무 역할 없이 숨어있다가 영화 말미 코발트를 제압한 이단 헌트 앞에 부하들을 대동하고 나

타날 뿐이다. 카터 요원이 유혹하는 아랍의 갑부도 그렇다. 뭔가 있지 않나 했는데 역시 아무 것도 없었다. 심

지어 카터에게 제압당해 위성 암호도 아주 쉽게 불러준다. 이런 부분에 영화적 재미를 더할 감독의 연출력이

부족했다는 느낌이 든다. <라따뚜이>를 본 톰 크루즈가 브래드 버드와 실사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는 인터뷰

내용을 봤는데 브래드 버드에겐 시각적으로 흥미로운 영상을 만들 능력은 있었는지 몰라도 밀도있는 연출력

을 보여줄 역량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역시 <미션 임파서블>이기에 확실한 볼거리를 가지고 있다. 브래드 버드와 작업한 보람이 두바이에서

촬영한 분량에 나온다. 하나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빌딩 부르즈 칼리파 씬이고 다른 하나는 모래폭풍 추격 씬

이다. 특수 장갑을 끼고 건물 외벽에 붙어 암벽 타듯 건물을 오르는 톰 크루즈의 모습은 관객이 긴장하고 몰입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사전에 공개된 대로 이 장면은 블루 스크린이 아니라 실제 고층건물 지상으로부터

2.4km가 되는 지점에서 촬영했다. 감독 말대로 이 자체가 '미션 임파서블'인 셈이다. 안전장비를 착용하긴 했

지만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텐데 역시 톰 크루즈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 속에서 흔히 보기 힘든 모래폭풍이라

는 소재도 독창적이다. 모래폭풍 속에서 쫓고 쫓기는 장면도 영화 속 핵심이 되는 볼거리다.      


 



핵미사일이라는 소재(정확히 말하면 이를 다루는 방식)는 다소 구태의연하다. 게다가 악당에게는 미사일을

쏘려는 뚜렷한 동기도 없다. 돈도 아니고 이념도 아니다. 그냥 쏘는 거다. 이래저래 딱한 악역이다. 그리고 미

사일이 미국 영토에 들어갈 때까지 펜타곤이 뭘 하는지도 의문이다. 이런 영화에서 리얼리티 따지는 것도 우

습고 러닝타임 다 되어가는데 펜타곤이 나올리도 없지만 아무 저항 없이 미국의 레이다를 뚫고 들어간 미사일

이 헌트에 의해 무장해제되어 바다에 쳐박히는 장면은 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이 영화는 톰 크루즈가 출연하지 않았다면 그냥 평범한 헐리우드 액션영화일 뿐이다. 그가 제작과 주연을 맡

았기에 특별한 영화 <미션 임파서블>로 탄생했다. 선글라스를 끼고 수트를 입은 모습은 물론 러시아 군복을

입은 모습,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빌딩벽을 오르는 모습까지 모든 장면에서 톰 크루즈는 빛을 발한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밀려오는 허전함,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개인적으로도 가장 좋아하는 배우 톰 크루즈 최고의

시리즈물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이 보다 근사하게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