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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Review

<완득이> 멋진 배우들이 만난 훌륭한 소설, 가슴이 따뜻해지는 영화




개봉일 : 2011년 10월 20일





온갖 문학상을 휩쓴 김려령의 소설 <완득이>가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도대체 어떤 영화가 나올지 궁금

했다. 김윤석과 유아인이라는 캐스팅을 보고 '영화 제대로 나오겠구나.'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김려령 역시

두 배우를 보고 "마치 내가 두 사람을 보고 소설을 쓴 게 아닌가 느낌이 들 정도로 절묘한 캐스팅"이라 말하기

도 했다.



<완득이>는 장애가 있는 아버지와 달동네 옥탑방에 사는 완득이(유아인)와 그 이웃집에 사는 담임 선생님 동

주(김윤석), 그리고 베트남 여성인 완득이의 어머니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다. 영화는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 가정에 초점을 맞춘다. 사실 흔히 쓰는 표현이긴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라는 표현은 애매하다. 그들을

정확히 지칭하는 표현은 동남아시아 노동자가 맞다. 외국인 노동자라는 표현에는 이미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

에서 온 '모욕하고 함부로 대해도 괜찮은' 외국인이라는 뉘앙스가 있다. 우리가 어디 백인 외국인에게 그리 대

하던가. 못 사는 나라 사람은 무시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한국식 '자본주의' 의식이다. 장애인(신체적 소수자),

동남아시아 사람들(인종적 소수자), 달동네 사람들(계급사회의 소수자) 이렇게 다양한 소수자들이 <완득이>

를 이끌어간다.





캐스팅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이 영화에서 특히 김윤석은 말할 수 없이 멋진 선생님을 연기한다. 동주는 진심

으로 학생을 위하고 학생의 미래를 걱정하는 선생님이다. 수업시간에 마르크스를 이야기하면서 '생산수단의

사유화'를 설명하는 멋진 선생님. 경찰서에 끌려가 조사를 받을지언정 불법체류자가 된 외국인 노동자들을 외

면하지 못하고 먹여주고 재워주는 선생님. 장애를 가진 완득이의 아버지에게 항상 최선의 예를 갖추며 "이런

아버지가 계시니 완득이가 삐뚤어질수 없다."고 말하는 선생님. 김윤석이 연기하는 동주는 그런 선생님이다.



<완득이>에는 특별한 갈등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난하게 밝고 따뜻한 이야기로 끌고 간다. 이와 같은 소

재를 다루는 드라마 속에서 늘 상투적인 갈등을 접하던 터라 이 영화가 그렇게 신선할 수 없었다. 소설 속에서

는 완득이와 그 반에서 1등하는 여자 친구 윤하와의 로맨스가 있으며 그에 따라 완득이와 윤하 엄마와의 갈등

이 그려진다. 학원도 여러 곳 다니며 공부도 잘하는 윤하, 이건 그럭저럭 계급갈등이라 할 만하다. 영화에서는

인물과 이야기를 좁히면서 그런 부분은 걷어냈다. 하지만 완득이 이웃집의 아저씨, 동주의 연인이 되는 그의

여동생까지 영화 속에는 재미난 캐릭터가 충분히 있고 감독은 그들의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간다.





<완득이>는 역시 원작 소설과 떼어놓을 수 없는데 책을 보고 영화를 보면 캐릭터와 대사를 알고 보기에 영화

가 더욱 재미있기도 하다. 완득이가 교회에서 "제발 똥주 좀 죽여주세요.(반 아이들은 담임 동주를 똥주라 부

른다.)"라고 기도하는 장면이나 자신의 발에 쓰러진 동주를 업고 뛰면서 "소원을 이렇게 들어주세요?"라고 중

얼거리는 장면, 영화 속에는 없지만 남민구의 "남민굽니다."라는 자기소개에 동주가 "난닝구요?"라고 대답하

는 모습은 책을 보는 독자에게도 큰 웃음을 준다. 김려령의 감각이 만들어 낸 유쾌하고 재치있는 대사들이다.       


<연애소설>, <청춘만화>와 같은 영화를 연출해 온 이한 감독은 정형화된 장면을 그려내면서도 관객에게 감동

을 선사한다. 완득이가 어머니에게 신발을 사주는 장면, 가게 주인이 두 사람 사이를 물어본다. 완득이가 말한

다. "어머니에요. 어머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자신에게 존댓말하지 말라는 완득이를 엄마가 조심스럽게 부

른다. "완득아." 상투적인 화면일 수 있지만 완벽하게 완득이라는 인물에 들어간 유아인과, 필리핀 배우 쟈스

민(그녀는 <의형제>에서도 한국에 시집 온 베트남 여성을 연기했다.)의 연기 덕이었는지 눈물 흘리며 화면에

몰입할 수 있었다.     



훌륭한 원작 소설을 멋지게 스크린으로 옮겨 놓은 <완득이>. 이 작품은 올 하반기 최고의 한국영화가 될 것 같

다. 오랜만에 보는 밝고 훈훈한 영화다. 보는 이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영화 <완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