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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Society

갑과 을의 사회, 그리고 대한민국 '슈퍼 갑' 검찰




사회는 '갑'과 '을'로 이루어져 있다. 갑도 큰 갑이 있고 작은 갑이 있으며 큰 을은 어지간한 갑보다 낫다. 갑이

라고 늘 갑일수는 없으며 통상 상황에 따라 갑과 을을 오간다. 사회생활을 해보면 오래지 않아 깨달을 수 있는

진리다. 사회 속에서 갑이라 하면 보통 결정권을 가진 쪽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구매권이든 발주권이든 우위

에 서서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편이 갑이 된다. 물론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 을이

된다.



그런데 민간 사회에서 그런 권한을 가진 어떤 갑도 순식간에 을로 만들 수 있는 존재가 행정적 힘을 가진 공공

기관이다. 작게는 구청의 일개 부서부터 크게는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 그리고 은행, 증권사 등

우리나라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권을 가지고 있는 금융감독원까지 말할 수 있다. 공정위와 금감원 정도 되면

그냥 갑이 아니다. 이른바 '슈퍼' 갑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에는 공정위, 금감원도 넘어서는, 언제나 '슈퍼' 갑인 권력이 있다.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이다. 검찰은 상대적인 경우가 없다. 언제나 갑에 위치하고 있는 최고의 권력이다. 그 검찰이 요사이 뉴스

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하나는 검경수사권 문제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논란, 이쪽은 경찰보다 우월한 힘

을 가진 검찰이 그들의 의사가 상당부분 반영된 결과물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다른 하나가 대검

찰청 중앙수사부다.





여야가 동일하게 중수부 폐지에 목소리를 높여왔고 양쪽이 상당부분 합의점을 찾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하지

만 대한민국 검찰, 역시 최고 권력기관답게 대단한 힘을 보여주고 있다. 검찰총장이 나서서 반대의사를 밝히

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청와대에서 중수부 폐지에 사실상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오늘 오후 보도에 따르면 한

나라당의 내부 기류도 다수가 폐지에 반대라 한다. 벌써 '검찰이 힘을 과시해 중수부를 지켜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대로 가면 이번에도 중수부 폐지, 독점적 권력을 가진 검찰개혁, 사법 개혁은 요원하지 싶다.

하긴 이런 그림 익숙하다. 대한민국에서 낯선 풍경이 아니다. 검찰개혁은 아직 때가 아닌가보다. '불멸의 신성

가족', 검찰에 대한 개혁이 가능하긴 할까.



                 
                 

* 2010년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영화 <부당거래>. 검사, 경찰, 조폭의 부당거래와 스폰서 검사의 모습

을 사실적으로 그려 화제가 됐다. 모두가 공범이었지만 역시 힘있는 검찰은 살아남는다는 씁쓸한 결론을 당당

하게 솟은 검찰청 건물과 함께 보여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