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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Society

<마이더스> 론아시아와 한영은행 그리고 론스타와 외환은행




종반을 향해 치닫고 있는 인기 절정의 드라마 <마이더스>. 드라마를 보면서 이래저래 감탄하고 있다. 현재 한국 경제


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묘한 뉘앙스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물>이 '정치'를 건드리다가 만신창이가 된

사례와 비교했을 때 '경제'를 건드린 <마이더스>는 금감원의 '자막 요청'이라는 사건이 있긴 했지만 큰 틀에서 별다른

'사고' 없이 제대로 된 마무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이더스>에서 유인혜(김희애)의 론아시아는 한영은행을 인수하려 했고 결국 론아시아가 유성준(윤제문)의 IJ 인베

스트를 통해 한영은행 인수에 성공했다. 이건 누가 봐도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론스타와 외환은행 사건이다.

론스타는 우여곡절 끝에 2003년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이 인수하려는 상

황이다.    


2003년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를 선언했다. 하지만 국내법상 은행은 국내의 금융자본만 소유할 수 있다. 하나의 예외

가 있는데 해당 은행이 부실은행으로 지정될 경우였다. 론스타의 법률대리인 김앤장은 이를 이용했다. 당시 금융감독

원 앞으로 발신처가 불분명한 팩스 5장이 들어왔는데 9.2%를 유지하던 외환은행의 BIS 비율이 반 년도 되지 않아

6.2%로 하락해 부실은행 기준인 8%를 밑돌거라는 내용이었다. 현재까지도 출처가 밝혀지지 않은 이 팩스로 인해 잠

재적 부실은행으로 낙인 찍힌 외환은행은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매각된다.  




<마이더스>에서 한영은행을 인수하려는 론코리아의 작업. 론코리아는 한영은행의 주거래 회사들의 '위기상황'을 증

권가 찌라시로 퍼뜨린다. 동시에 증권방송도 이용한다. 론코리아의 모기업 론아시아는 한영은행에 예치한 자금을 전

액 빼내면서 한영은행을 흔든다. 작은 공격들이 이어져 큰 은행이 흔들리기 시작해 한영은행의 BIS 비율은 8% 아래로

떨어지고 금새 매각 논의가 나온다. 모든 일이 너무 쉽게 이뤄진다고 현실성 없다는 사람이 있기에 드라마에서 너무

리얼리티 따지면 드라마 볼 수 없다고 답했다. 주식시장도 M&A도 <마이더스>에서 묘사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론아시아 원탁의 기사 중 차영민(이해영)이 유인혜에게 "왜 김도현을 편애하냐."고 따지자 유인혜는 이렇게 말한다.

"대한민국에서 은행을 인수하는 건 경제적 거래 이전에 정치적 거래다. 온갖 지저분한 로비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대한민국은 학연이 지배하는 사회다. 원탁의 기사는 미국에서 대학을 나왔지만 김도현의 대학동기는 지금 대한민국의

정부 요직, 금융계에 다양하게 포진되어 있다. 그 연줄, 인맥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건 김도현이다..." 




김도현이 한영은행장을 만나는 장면도 흥미롭다. 처음 한영은행을 인수하겠다는 김도현을 황당하게 보던 행장은 곧

론코리아의 '실체'를 인정하게 되고 이에 김도현은 "행장님이 도와달라."고 대놓고 말한다. 행장은 어떻게 하면 되겠냐

고 묻고 김도현은 단도직입적으로 답한다. "인수금액이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행장님이 가져가실 금액이 커질 겁니다."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넘겨주면서 이 나라 금융관료들은 얼마나 챙겼을까. 두 말할 필요 없이 작가가 드라마 전반을 통

해 방점을 찍은 대사들이다.  


최완규라는 작가 워낙 대단한 사람이지만 <마이더스>라는 드라마 속 상황과 재료를 볼 때 특별히 공부도 많이 하고

조사도 많이 했다는 느낌이 수시로 든다. 드라마의 재료는 론스타와 외환은행만이 아니다.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마

이더스>, 다음 재료는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