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Opinion/Society

닭들로 가득한 세상, 진중권이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법



총선 결과로 많은 사람들이 아파하고 안타까워하는 상황에 역시 진중권의 활약이 눈부시다. 먼저 <나는 꼼수다>의 부정적인 영향에 관한 부분이다. <나꼼수>를 늘 개그라 말하면서 폄하했던 진중권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꼼수> 덕분에 이번 선거에 이 정도 결과라도 얻었다고 하지만 진중권은 물론 <나꼼수> 때문에 좋지 않은 결과가 생각한다. 간단하게 표면 '<나꼼수> 책임론'이다. 여기에 김용민 사건도 포함될 수 있다. 그는 김용민 사건이 전체적인 표심에 크게 영향을 주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관련한 보도까지 인용한다. <나꼼수>를 탐탁치 않게 보는 <경향신문>의 보도다. 자신의 입맛에 맞으니 즐겁게 가져다 보여준다. 진중권에게 이번 선거의 결과는 전혀 안타깝지 않다. 그저 <나꼼수>의 책임론을 부각하고 김어준, 김용민을 헐뜯으면 그만이다. 우매한 진영논리에서 자유로운 '지식인'이기에 얼마든지 자신이 판단하는대로 한다. 그의 논리와 말이 조중동에 의해 어떻게 확대 재생산되고 그게 새누리당에 어떻게 이롭게 작용하는지는 전혀 상관할 바가 아니다. 어차피 그에게 누가 승리하는지는 관심사가 아니다. 진중권은 그저 자신의 편이다. 


진중권은 재미있는 사람이다. 그에겐 그만의 생존법이 있다. 그가 정치권을 비판하는 모습을 보면 그를 꽤 용기있는 사람으로 생각할수 있지만 따지고 보면 그는 제도권 권력에 대단히 낮은 자세를 갖추고 사는 인물이다. 그는 트위터에서 김명호 교수 사건으로 사람들이 법원을 비판할 때 "그래도 한국에서 가장 신뢰할만한 곳이 법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교했던 대상이 한나라당, 민주당과 같은 정치권, 그리고 <나꼼수>였다. 정치권이야 그렇다 치고 <나꼼수>에 대한 대중의 지지가 대단할 때 <나꼼수>를 깎아내리기 위해 법원의 신뢰도를 말하며 엉뚱하게 <나꼼수>를 갖다 붙인거다.(<나꼼수>의 자체 여론조사 결과 대구, 경북에서도 조중동 수구신문보다 <나꼼수>를 신뢰한다는 수치가 높았는데 어쨌든 진중권은 저렇게 생각한다.) 

     




그가 신뢰하는 법원에 대한 국민일반의 신뢰도는 어떨까. 국민 다수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을 진리처럼 인식하고 있다. 재벌총수는 어떤 사법권보다 우위에 있으며 이는 유력 정치인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의 법원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 위에 군림한다. 누가 여기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까. 검찰만 정치검찰이 아니다. 법원 또한 말할 수 없이 정치적이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직후 있었던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하지 못했으면 헌법재판소는 당연히 국회의 탄핵소추안을 가지고 노 대통령을 물러나게 했을거다. 후대에 부끄러운 판결? 그런 것들에 대한 부끄러움은 없다. 어차피 그들은 '염치'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고 그랬기에 늘 권력의 중심에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진중권은 이런 집단을 이 나라에서 가장 신뢰할만한 집단이라 말한다.


검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진중권은 검찰을 비판하지 않는다. 아니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BBK 사건에 관한 의혹제기가 있을 때 그는 늘 말한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 BBK 특검의 결과를 보라고. 그는 당시 특검의 결과를 신뢰한다. 노 대통령 임기가 몇 달 남지 않은 상황에 임명된 특검이 내놓은 결과다. 참으로 희안한 진중권의 정신세계다. 정봉주의 재판과 관련해서도 그렇다. 그는 정봉주를 수사하는 검찰을 비판하지 않는다. 그리고 정봉주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는 법관들 또한 비판하지 않는다. 정봉주가 벌 받을 사안이라 그렇게 됐다는 게 진중권의 판단이다. 여기에는 물론 정권의 압력도 없다. 법원이 법리에 따라 내린 판결이라는 게 진중권의 생각이다. 재미있는 건 변희재와 관련한 진중권 자신의 재판에 관한 언급이다. 아쉬움은 있다고 말하면서도 그는 결코 법원을 비판하지 않는다. 이걸 보면 '진중권이 사는 법'이 확실히 보인다. 그는 결코 자신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제도권 권력을 비판하지 않는다. MB 정권 비판하다가  대학들에서 잘려 밥줄 끊기지 않았느냐고 되물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진중권의 실력 탓이 됐건 뭐가 됐던 진중권과 대학 간의 문제다. 권력이 진중권의 밥줄을 끊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이거야말로 진중권이 툭하면 입에 무는 '음모론'이다. 어쭙잖은 음모론으로 대학의 명예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진중권 또한 권력이 대학 측에 압력을 넣었다거나 대학이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그랬다는 터무니없는 생각은 하지 않을거다. 





법원, 검찰에 이어 진중권이 '섬기는' 기관, 선거관리위원회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 이어 요사이 선관위가 꽤나 공격을 받고 있다. 진중권은 선관위가 공격받을 때면 안타까워 어쩔줄을 모른다. 그래서 온 몸을 던져 선관위에 떨어지는 포탄을 막아낸다. '부정선거' 운운 하는 사람들은 일괄적으로 '닭'이다. 합리적 의심이고 정황이고 필요없다. 진중권에겐 예외없이 모두가 닭이다. 진중권의 주장은 간단하다. "선관위가 왜 그런 짓을 하나.", "선관위가 그랬을리 없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와 비슷하다. 봉인이 되지 않은 투표함(훼손된 봉인), 훼손된 투표함, 철제상자에서 종이상자로 변신한 투표함, 전체적으로 의심할만한 정황이 충분하다. 그래도 무조건 의심은 안된단다. 그저 결과에 승복하자고 한다. 선관위에서 '실수', '착오'라고 하면 그냥 그렇게 믿어야 한다. 진중권에게 의심 따위는 없다. 

김종훈이 여론조사에서 앞섰고 출구조사에서도 앞섰는데 왜 부정선거를 하느냐는 트윗이 화제다. 여론조사가 압도적이었던 것도 아니고 그러한 여론조사가 승리를 보장하지는 못한다. 또한 출구조사가 어떻게 나올지 누가 알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도 진중권은 그런 소리를 한다. 그동안 그에게 '교수', '선생' 호칭을 하던 사람들이 '병신', '새끼'로 호칭을 바꾼 트윗들이 보였다. 진중권의 트윗은 그만큼 대중의 비웃음을 사고 있으며 동시에 대중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진중권에게 야권의 승리는 절실하지 않았다. 그에겐 그저 자신이 영향력있게 떠들 그라운드만 필요할 뿐이다. 그래서 어찌보면 야권이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지금의 결과가 그에겐 딱 좋다. <나꼼수> '책임론'도 언급할 수 있고 "김용민이 사퇴하지 않아 야권이 패했다."고 공격할 수 있는 지금이 그에겐 더없이 반가운 상황이다. 따라서 <나꼼수>가 반성하지 않으면 대선에서도 패할수 있다는 말까지 할수 있는거다. 많은 사람들이 권력과 싸우느라 피투성이가 된 <나꼼수>가 고맙고 그래서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나꼼수> 덕분에 이 정도 결과라도 얻었다고 생각하지만 진중권은 언제나처럼 <나꼼수>에 책임을 전가하고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다.(일반적으로 나오는 민주통합당의 책임은 그의 관심 밖이다.) 따지고 보면 야권이 과반을 얻고 무엇보다 김용민이 당선되는 상황은 그에게 탐탁치 않은 결과였던 셈이다. 지금 그의 활약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 못하고 분노를 하건 말건 그는 자신만의 세계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다. 





진중권이 과연 대선에서 야권의 승리를 바라기는 하는지 궁금하다. '우리'의 승리라 표현하기는 하는데 그가 말하는 '우리'는 누구를 말할까. 물론 그 '우리'는 <나꼼수>의 '허접한' 음모론에 휘둘리지 않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람들을 말한다. 그런데 지금 보면 제도권 언론인들을 포함해 다수의 사람들이 진중권이 말하는 허접한 음모론을 의심하고 있다. 진중권이 보기에 세상에는 '닭'들이 너무 많다. 저 혼자만 잘나고 타인은 인정하지 않으며 '예의'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인격, 성격, 다중장애아 진중권이 살아가는 자기만의 세상이다.

법원, 검찰, 선관위 등 제도권 권력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것, 그게 진중권이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법'이다. 오늘도 진중권은 국가기관을 비판하는 미련한 '닭'들을 훈계하며 자신이 한없이 신뢰하는 국가권력에 대한 신실한 믿음을 품고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