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다시 주가가 2000포인트 고지를 밟았다. 주식 시장에 참여하는 개인이라면 대부분 아는 이야기지만 지수가 저렇게 간다고 해서 개인에게 반드시 수익이 나는 건 아니다. 다수의 대형주가 많이 오르긴 했지만 그것도 종목 나름이다. 최근 몇 개의 조선주, IT 종목이 많이 올랐지만 그것도 그 종목을 상당 시간 홀딩했을 때 버는 거다. 다수의 개인 투자자는 얼마간의 수익이 나면 매도하기 쉽다.
열기가 식긴 했지만 요사이 주식시장의 화두는 단연 정치인 테마주다. 수일 안에 몇 십 퍼센트 또는 더블 이상의 수익을 주는 종목이 넘쳐나다 보니 수많은 개인 투자자의 자금이 정치인 테마주로 몰리고 있다. 꼭 거래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주식 시장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관심을 갖고 보기 마련이다. 주식 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교과서적인 방법은 "우량주에 장기 투자"라고 한다. 그런데 이는 시간과의 싸움이고 상당한 인내를 요한다. 그래서 다수의 개미가 소형주, 급등주, 테마주에 눈을 돌린다. 나 역시 가볍게 날아가는 종목으로 거래를 많이 했다. 벌 때도 있지만 잃을 때도 있다. 수차례 거래를 통해 얻은 교훈은 "이렇게 하면 안 된다."였다. 그렇게 얻은 교훈으로 언젠가부터 코스피 우량주만 거래했다. 워런 버핏이 그랬다던가. "손절할 필요가 없는 종목만 거래하라." 그 시점부터는 큰 손실없이 거래를 이어나갔다. 매도 이후에 많이 올라가는 종목들도 있었지만 거래 원칙은 어디까지나 '크게 버는 것'이 아니라 '손실을 보지 않는 것'이었기에 수익이 나면 그걸로 만족했다.
그런데 정치인 테마주가 자꾸 눈에 들어오면서 스스로 만든 '원칙'이 흔들렸다. "세력주, 급등주는 쳐다보지 않겠노라." 생각했던 스스로의 원칙을 허물었다. 그리고 정치테마주와 급등주 몇 종목을 골라 거래했다. 치고 빠지면서 짧은 시간에 괜찮은 수익을 냈다. 그런데 그렇게 벌다 보니 계속 거래를 하게 됐고 결국 테마주에서 번 돈의 몇 배를 토해 놓고 나오게 됐다. 느릿느릿 움직이는 우량주에서 인내하며 만든 수익까지 더불어 빠져나갔다. 역시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른다. 이런 종목을 거래해 보면 알게 되는 사실, 급락도 있지만 급등도 잦기에 본전과 수익에 대한 미련이 남아 손절이 쉽지 않다. 그러다 조금씩 흘러내리면 손실만 커지고 결국 큰 손실과 함께 손절을 한다. 테마주라는 것이 기업의 펀더멘탈은 물론 실적과 차트도 무시하고 움직이기에 이성적 대응이라는 것이 쉽지 않다. 소위 '깡'으로 버터거나 아니면 큰 손실에 쓰린 속을 부여잡고 떠나거나 둘 중 하나다.
테마주, 세력주에 대한 이런 저런 분석이 있지만 그 가운데 가장 믿을 만한 분석은 거래량을 통한 분석이다. 어떤 종목 게시판에 누군가 그런 글을 남겼다. "세력이 이탈했으면 거래가 크게 터져야 하는데 아직 그런 흔적은 없다. 따라서 아직 세력이 이탈하지 않았다." 일리있는 분석이다. 손실이 큰 개미들은 그와 같은 글을 보며 위로를 받고 안심을 한다. 곧 세력이 주가를 날려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다. 물론 그렇게 올라갈수도 있다. 하지만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요즘은 개미들도 똑똑하지만 그에 따라 작전도 진화한다.
흔히 대량거래가 터지면 개미들은 좋은 신호로 본다. 손바뀜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그런데 대량거래가 동반된 양봉 이후에도 얼마든지 급락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대량거래와 함께 나온 음봉은 대단히 부정적인 차트로 보지만 다음 날 곧바로 반등하는 경우도 많다. 주가는 결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론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세력 이탈'에 관한 것도 그렇다. 대량거래가 없기에 세력이 남아 있을 거라는 생각은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일 뿐이다. 요즘 세력은 요란하게 빠져나가지 않는다. 큰 음봉 없이 천천히 주가를 빼면서 나간다. 작전도 갈수록 진화한다.
테마주, 작전주에 대해 경고하는 목소리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은 말한다. "내 돈으로 내가 하는데 신경 꺼라." 맞는 말이다. 돈을 얼마를 잃든 그건 투자자 본인이 결정해서 하는 일이고 그에 따른 결과도 전적으로 투자자 본인이 떠 안는다. 아무리 주변에서 경고하고 '정석'으로 가라고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단기간에 '본전'을 찾고 수익을 내려는 욕심은 어떤 말도 들리지 않게 한다.(며칠 안에 20, 30%를 벌 수 있다는 '가능성'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그러고 보면 그 '정석'이라는 것도 딱히 '모범답안'이라 말하기 어렵다. 어떤 사람들에게 주식투자란 테마주, 급등주 거래를 통한 단기간의 고수익만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은 역시 "투자의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로 볼 수 있다. 그나저나 나 역시 고민에 빠지게 됐다. 다시 '원칙'을 고수하느냐, 아니면 '복수'를 위해 다시 그 길로 들어가느냐. 어려운 문제다. 선거와 정치의 계절, 주식 시장도 뜨겁다.
'Opinion > Societ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보매체의 졸렬한 김용민 공격, 김용민의 승리를 기대하며 (8) | 2012.03.20 |
---|---|
'듣보잡', 진중권이 즐겨 쓰는 폭력의 언어 (12) | 2012.03.13 |
전부를 걸고 싸우는 <나꼼수>, 이를 개그로 보는 진중권 (11) | 2012.03.01 |
<뉴욕타임스 161회>를 보며 새삼스럽게 알게 된 것들 (4) | 2012.02.19 |
진영논리로 바라본 진중권, <나꼼수>와 진중권의 윈윈 (4) | 2012.0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