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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Society

<뉴욕타임스 161회>를 보며 새삼스럽게 알게 된 것들




<김어준의 뉴욕타임스> 161회에 파업 중인 MBC의 강지웅 PD와 이용마 기자가 출연했다.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공영방송으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MBC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방송이었다. MBC 파업의 역사, 프로그램의 공백, 김재철 사장에 관한 이야기 등 현 상황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았는데 개인적인 관심사에 따라 집중해서 듣게 된 몇 부분들을 정리해본다.





먼저 라디오 진행자들, 여기엔 이우용이라는 라디오 본부장이 주연으로 등장한다. 김어준은 예전에 자신이 MBC에 들어가게 된 이유를 "김미화를 자르는데 정치적인 이유가 없음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기용이 '물타기'라는 설명이었다. 이전에 그 말을 들을 때 설득력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방송에서 의외의 사실이 밝혀진다. 이우용 본부장은 김어준이 어떤 인물인지 모르고 픽업했다는 말이었다. 김어준은 "주변에서라도 알려줬겠죠."라며 쉽게 동의하지 않았지만 이용마 기자가 "주변에 알려줄 사람이 없다."며 재차 못을 박았다. 듣고 보니 그들의 설명이 그럴듯 했다.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를 좋아했고 김어준이 퇴출되는 과정을 안타깝게 지켜본 청취자의 입장에서 MBC 내부 인물이 설명한 일련의 과정은 대단히 흥미로웠다. 정치적인 이유로 김미화를 잘라내면서 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反 정권 성향을 가진 출연자를 기용하는 라디오 본부장의 무지함이 우스웠다. 김용민은 "노태우를 자르고 전두환을 앉힌 거 아니냐."며 절묘한 비유를 하기도 했다.


강지웅 PD는 윤도현 퇴출을 설명하며 "이우용 본부장이 손보려 했던 리스트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석희와 배철수라는 이름이 나왔다. 손석희라는 이름은 당시에 많이 나와서 그러려니 했는데 배철수는 의외였다. 김용민이 농담으로 "(배철수도) 너무 좌파야."라고 했는데 배철수의 성향을 짐작케 하는 설명이었다. 지금 한국에서는 부정, 부패한 정권과 정부, 그리고 비상식에 대항하는 이라면 누구에게나 '좌파'라는 딱지를 붙이지 않던가. 김재철이 임명한 라디오 본부장이 배철수를 손보려 했다는 말에 배철수라는 사람을 다시 보게 됐다. 90년대 초부터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청취했던 배철수의 팬으로서 (음악인, 방송인으로는 물론) 정치적 성향 쪽에서도 '간지'나는 배철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강지웅 PD와 이용마 기자는 이우용 본부장이 손석희를 내보내려다 포기한 이유를 내부 반발 때문으로 설명했다. 손석희라는 인물이 MBC라디오의 상징적인 인물인데 아무리 본부장이라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배철수 역시 마찬가지다.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표준 FM,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음악 FM의 각각 상징적인 프로그램이다. 아무리 정치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자사 최고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진행자를 퇴출하려는 본부장을 보며 역시 (이용마 기자의 표현대로) '마이너스의 손' 답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흔히 하는 표현으로 '꼴통'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과 편성은 망가지든 말든 그저 마음에 안 드는 놈들은 내보내겠다는 심보를 가진 사람이니 '꼴통'이라는 표현보다 적합한 표현이 있을까 싶다.(당시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가 폐지된 직후 그 시간에는 오전에 했던 프로그램의 재방송이 편성됐다. 김어준을 긴급하게 쳐내고 고작 들어간 프로그램이 재방송이다. 라디오 방송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라 한다. 저들의 수준이 그렇다.) 


엄기영 전 사장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다.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패한 후 참으로 초라한 신세가 됐지만 그가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간만큼은 그가 권력으로부터 MBC를 지켜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가 한나라당에 입당해 도지사라는 직함을 가지려했던 것과 별개로 그 부분은 분명히 인정받아야 할 내용이다. 나 역시 적어도 엄기영은 김재철 부류와는 다른 사람이라는데 동의한다. 다만 흥미로운 부분은 김어준이 "엄기영이 저렇게까지 바보였나."라고 말했듯 선거 당시 최문순 후보와의 토론에서 그가 보여준 경악할만한 토론 능력(상황판단과 대처능력)이었다. 그에게는 미리 준비된 원고를 읽는 것 이외에 상황에 대처하는 어떤 능력도 없었다. 기자와 앵커 생활을 장시간 했고 MBC라는 방송국의 사장까지 지낸 인물의 수준에 놀라고 황당했던 기억이 있다.      




현재는 MBC의 홍보국장이 되어 있는 이진숙이라는 기자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 된 부분이 있다. 오래 전 뉴스를 주의깊게 본 시청자들은 그녀를 기억할 수 있다. 꽤 오랜 세월 중동에서 활동한 국내 최고의 중동 전문기자, 수없이 전쟁터를 누빈 최고의 종군기자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야세르 아라파트 PLO 전 의장이라든지 후세인 이라크 전 대통령과 같은 중동 최고의 권력자들까지 인터뷰했던 기자다. 물론 아랍어에도 능통하다. 나는 능숙한 아랍어로 중동에서 활약하는 그녀의 리포트를 볼 때마다 감탄했곤 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지금은 김재철 사장의 대변인이다. 생각해 보니 '제대로 뉴스데스크'를 만든 기자들에게 경위서를 요구했다는 기사에서도 그녀의 이름을 봤다. 미국에 반하는 중동에서 중동의 현실을 전하는 기자생활을 했기에 이 정부 개념에서 보면 당연히 '좌파' 언론인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 또한 흥미로웠다. 이용마 기자도 말했지만 기자로서의 활동과 정치 성향과는 별 상관관계가 없는 모양이다.


파업 중인 MBC 구성원들은 <파업채널 M>이라는 새로운 채널을 준비하고 있다. '제대로 뉴스데스크'와 '파워업 PD수첩', 그리고 라디오 프로그램도 만들어 그 안에서 방송할 것이라 한다. 이미 '제대로 뉴스데스크'에서 보여줬듯 예전의 날선 저널리즘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MB정부, 김재철 치하에서 진실과 저널리즘을 잃어버린 MBC의 부활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