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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Society

전부를 걸고 싸우는 <나꼼수>, 이를 개그로 보는 진중권



선관위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하여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의문 제기는 수없이 많다. 전문가라 할만한 사람들이 기술적으로 의심할만한 부분에 대해 여러 모양으로 설명했고 그에 관한 이야기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진중권이 사건 초기 가장 핵심에 두고 <나꼼수>의 주장을 무
너뜨리려 했던 근거는 "DB에 접속이 안 된다던 시간에 접속에 성공한 한 사람만 찾으면 되는거 아니냐."였다. 한 사람만 찾으면 <나꼼수>의 주장은 모두 무너진다는 논리였다. 얼핏 그럴듯 하지만 IT를 모르는 사람이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그는 접속에 성공한 사람이 있었다면서 "다 끝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에게 선관위 부정선거 의혹은 근거없는 '음모론', '뻘짓'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조지아 공대 윤복원 연구원이 진중권에게 간단한 조작으로 접속이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는 그림을 보여줬다. 진중권이 시종 비웃었던 '전문가'의 카운터 펀치였다. 물론 윤복원 연구원은 "이건 가능하다는 이야기이지 선관위에서 그렇게 했을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나꼼수> 측은 이미 출구전략을 짜놓은 것으로 보인다는 말도 덧붙였다. 진중권이 비웃는 '전문가'의 아우라가 느껴지는 트윗이었다.




이렇게 자신의 '이론'과 '주장'이 망가졌지만 그는 진중권 아닌가. 결코 굽히지 않는다. 윤복원 연구원을 블락하고 의기양양하다.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기에 블락했다."고 하지만 그런다고 초라한 그의 모습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역시 어린이의 원형을 간직한 진중권이다. 떼 쓰고 까불다 한 대 맞으면 삐쳐서 말도 않고 돌아선다. 진중권은 자신을 공격하는 사람들을 향해 '듣고 싶은 말만 듣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을 한 적이 있다. 이건 누구에게나 해당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강화하는 정보에 민감하고 그것에 주목해 수용하려 한다. 나는 진중권은 자기 자신을 조금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자신의 의견을 강화하는 정보에 민감하다는 이론을 진중권에게 적용하면 어떤가 어떤가. 진중권의 상태는 누구보다 심각하다. 진중권의 결론은 처음부터 '음모론'으로 정해져 있었다. 그렇게 해놓고 거기에 부합하는 정보만 받아들였다. 수많은 사람들, 소위 'IT 종사자'들이 그에게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설명했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거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다룰 수 있는 영역은 아주 세밀한 부분인데 이 사건은 거기까지 가기 이전에 상식적으로 끝났다는 말이었다. 자신이 전혀 알지 못하는 분야임에도 자신만만한 그의 용기가 대단했다.    -  진중권과 윤복원의 대화  -

    



진중권이 자신이 아는 '기술'적인 설명과 함께 덧붙인 내용은 이와 같은 일을 하려면 <나꼼수>의 설명처럼 디도스 공격조 등 여러 팀이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그게 말이 되느냐는 거였다. 그리고 선관위 내부 공모도 비현실적이라는 설명을 더했다. '설마' 선관위 내부 직원이 개입했겠느냐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구미에 맞는 <경향신문> 칼럼도 소개했다. 칼럼의 내용은 선관위 직원의 신세한탄이었다. 기자는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선관위 직원의 신세한탄을 소개하며 <나꼼수>의 '음모론'을 비판했다. 저널리즘은 오간 데 없고 그저 인정에 이끌린 칼럼이었다. '논리' 좋아하는 진중권이지만 이렇게 자신의 구미에 맞을 때는 물론 인정을 따른다. 선관위 직원이 검찰 조사를 받는다면서 "왜 <나꼼수> 때문에 엉뚱한 사람들이 고생해야 하는가."라고 말하기도 한다. 선관위 내부 공모 가능성을 배제한다 해도 정상적인 선거를 치르는데 선관위 직원들의 실수, 대응 미숙으로 그 정도 장애가 있었다면 관련 담당자들에 대한 조사와 문책이 있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선관위 직원들이 조사 받는 일이 진중권에게 그렇게 안타까운 일인지 모를 일이다. 진중권에겐 오로지 <나꼼수>만이 증오의 대상, 타도의 대상이다.    - <경향신문> '난장에도 규칙은 있다.' -


진중권의 주장은 그거다. "100% 확실하지 않으면 입을 다물어야한다." BBK 사건을 바라보는 이 나라 검찰과 법원의 시각이다. 진중권은 그의 상식에서 납득할 수 없으면 그저 '음모론'이고 '개그'다. 진중권이 트위터에서 "자정이 필요하다."고 열변을 토할 때 KBS 최경영 기자는 "나는 당신 트위터에 자정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워터게이트도 처음엔 음모론이었다."고 비판했다. 의문의 여지가 있으면 당연히 의심해 보는게 합당하다는 설명이다. 다수 누리꾼의 생각 또한 그러하다. 요사이 트위터에서 상당한 분량의 정치적 발언을 쏟아내는 EBS <지식채널 e>의 김진혁 PD의 의견 또한 비슷하다. 그는 "탐사보도는 이미 오래 전 실종됐고 그 명맥을 PD 저널리즘이 이어왔는데 <PD수첩>이 망가진 이후 그마저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탐사보도'와 '음모론'의 경계는 모호하다고 덧붙였다. 합리적 근거, 실체적 진실 너무 따지면 어떤 탐사보도도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는 기자실을 이용하며 보도자료 받아 편하게 기사 쓰는 기자들을 비판했다. 박은정 검사의 양심선언 이후 김진혁 PD는 <나꼼수>의 '음모론'을 비아냥거리던 제도권 언론을 향해 "이제 당신들이 '취재력'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입만 살아있는 '공신력'있는 '제도권' 언론을 향한 시원한 일갈이었다.    




박은정 검사의 양심선언을 보며 진중권은 "검사의 양심선언이 있다면 이건 나꼼수의 승리"라고 건조하게 말했다. 주진우가 구속됐으면 "그것 보세요. 허접한 음모론의 말로가 이런 겁니다."라고 즐거워했을텐데 그게 불발되어 크게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을 수도 있다. 꼭 그게 아니라 해도 만약 주진우가 구속됐으면 누구보다 즐거웠을 이가 진중권임은 분명하다. <백분토론>에 출연해 <나꼼수>를 그저 '개그'로 깎아내리는 진중권의 멘탈을 보면 이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김어준, 주진우, 김용민은 감옥갈 각오를 하고 <나꼼수>를 하는데 진중권은 그저 지금 상황을 '게임' 관전하듯 한다. 박은정 검사가 나서지 않았으면 주진우는 구속됐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진중권에게 지금 상황은 모두 개그이고 장난이다. 대중과는 완벽하게 유리된 참으로 오묘한 어린이 진중권의 현실세계다. <나꼼수>의 "검찰이 주진우를 구속하려했다."는 주장에 대해 검찰은 "그건 사실과 다르다."고 했는데 진중권은 물론 검찰의 주장을 100% 신뢰하고 있다. 지금 진중권은 누구보다 대한민국 법원과 검찰, 선관위를 신뢰한다.  
 
    
박원순 시장의 아들 병역문제를 제기했던 강용석이 박살난 이후 무분별한 폭로에 대한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조중동은 물론이고 진보매체라 하는 곳에서도 그런 기사를 볼 수 있다. 강용석 사건은 <나는 꼼수다>를 공격하기에도 아주 좋은 소재다. 물론 진중권 역시 강용석의 '음모론'을 언급하며 <나꼼수>의 '음모론'을 패키지로 묶었다. 진중권에게 강용석의 의혹제기와 <나꼼수>의 의혹제기는 동일선에 있다. 진중권의 현실인식이 그러하니 뭐라 할 수 없는 문제다. 다만 수구 언론의 <나꼼수> 공격에 진중권이라는 칼은 아주 좋은 무기가 된다는 사실은 지적할 만하다. 진중권에게 <나꼼수>는 강용석과 동일선에 있다. 내가 보기에 소수 팬덤의 응원에 위로를 받고 힘을 얻는다는 면에서 강용석은 진중권과 동일선에 놓는 게 좋지 싶다.(막장이 된 강용석에게도 팬덤이 있건만 그보다 조금은 낫다고 볼 수 있는 진중권에게 팬덤이 없을까. 그런데 어린이 진중권에겐 그게 큰 자랑이다.) 툭하면 자신에게 '거의' '모든' 매체가 기고를 요청했다고 자랑질하는 어린이, 팔로워가 20만이 넘는다고 자랑질하는 어린이, 자신이 <나꼼수>를 까지 않는 걸 '호의'로 생각하라는 게 어린이 진중권이다. 




자신이 전혀 알지 못하는 분야의 '전문가'로부터 제대로 맞은 진중권의 모양이 우습다.(사실 제대로 맞은 게 한 두번이겠냐마는 이번 건은 본인이 전혀 모르는 분야에서 아는 척 하다가 맞았기에 더욱 볼 만하다.) 그래도 문제없다. 진중권은 전혀 개의치 않고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무결점 지식과 이론, 거기 더해 감정의 찌꺼기, 배설물을 토해낼 것이다. 늘 자신만이 절대적으로 옳고 자신이 아는 것만이 진리라고 생각하는 진중권 아닌가. 어제 박은정 검사가 사의를 표명했고 오늘 뉴스를 보니 대검찰청에서 박은정 검사의 사직을 반려했다고 한다. <나꼼수>는 목숨을 걸고 싸우고 박은정 검사는 '진실'을 위해 지금껏 쌓아온 자신의 탑을 허물었다. 반면 진중권은 자신이 증오하는 이들을 조롱하고 모욕하고 헐뜯는 데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다하고 있다. 참으로 비교되는 모습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