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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Media & Culture

SNS 시대, 박원순, 박용만, 정용진의 트위터




지금은 SNS 시대다. 여기엔 정치적 뉘앙스가 있으므로 정확히 말하면 트위터 시대라 하는 게 옳겠다. 이번 선

거에서 맹위를 떨쳤다고 평가받는 것도 오직 트위터니 말이다. 물론 유명 인사들도 상당수 트위터를 한다. 이

번에 서울 시장에 당선된 박원순 시장이 트위터를 시작하던 무렵이 기억난다. 박원순 시장은 정통 시사주간지

<시사인>의 고재열 기자에게 트위터를 배웠다. 고재열 기자가 얼마 전 자신의 트위터에 자신이 블로그와 트위

터를 박원순 시장에게 가르쳤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박원순 시장은 선거가 끝난 지금도 트위터를 하고 있다. 시장으로의 일정을 트위터에 올린다. 그러면 그 일정

은 수없이 리트윗되면서 금새 온라인으로 퍼진다. 시장의 일정은 어떤 언론보다 트위터 유저들이 먼저 접할

수 있다. 박원순 시장은 "바쁘면 대리 트윗을 할 수도 있지만 가능하면 내가 직접 하겠다."는 트윗을 남기기도

했다. 트위터를 통한 소통에 그만큼 애정을 가지고 있다. 한나라당이나 수구언론은 "시장이 그런 것 직접 할만

큼 한가한 자리냐."고 트집 잡을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그들은 박원순 시장이 뭘 하든 트집잡고 공격할테니 박

원순 시장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를 그대로 가지고 가면 될듯 하다. 그에겐 박원순 시장을 탄생케 한 강력

한 지지세력이 온라인에 있으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평민'들과 유리된 삶을 사는 재벌 회장들의 트위터를 즐겨 본다. 먼저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의 트

위터, 박용만 회장의 인간적인 모습이 가감없이 보여지는 트위터다. 오래 전 그런 기사가 있었다. "박용만 회

장 비서진은 회장의 일정을 파악하기 위해 그의 트위터를 본다." 재미있는 일이다. 박 회장은 자신의 일정을

비서진에게 알리기 전에 트위터에 먼저 올리는 것이다. 비서진은 허둥대지 않기 위해 회장의 트위터를 수시로

모니터해야 한다. 이런 스타일은 어찌보면 박원순 시장과 비슷하기도 하다.

 

박용만 회장의 트위터는 재미있다. 회의하는 장면을 사진찍어 올리기도 하고 지방 공장에 방문해서 인증샷을

찍어 올리기도 한다. "아내가 무섭다."든지 하는 사적인 이야기도 올라온다. 두산 베어스 김경문 감독의 경질

설이 있을 때 어떤 팔로워의 질문에 "구단에 확인해보니 사실무근입니다."라고 금새 답을 주기도 했다. 그룹

회장의 한 마디 멘션이 곧 스포츠 뉴스로 생산되어 김경문 감독의 경질설은 곧 수그러들었다.
 
 

한 번은 신입사원 면접 후 있었던 일을 트윗에 올렸다. "신입사원 면접 본 여성을 방금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

났다. 기분이다 싶어 "축하해요. 합격했어요."라고 말했더니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 기분 좋은 날이다." 이런

내용이었다. 박용만이라는 사람의 인간미가 느껴지는 트윗이었다. 지금도 박용만 회장은 트위터 유저들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뺴놓지 않고 대답을 하고 인사를 한다.





다른 한 사람은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다. 아무래도 삼성 계열의 사람이라 트위터에서 그리 환영받지 못할

줄 알았는데 금새 팔로워가 늘어났고 타임라인도 활기를 띄었다. 상대적으로 젊은 재벌 총수라 그런지 트위터

활용에 능숙한 모습이었다. 자회사 직원들과 인사하는 모습도 있었고 언론사 기자를 챙기는 모습도 보였다.

박용만 회장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그러면서 신세계와 이마트의 운영 방침에 대한 항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

명도 하고 해명했다. 그룹 총수가 사소한 일까지 하는 모습, 젊은 총수라 다르긴 달랐다.



정용진 부회장의 트위터에서 가장 인상적인 사건은 역시 '갤럭시S 로밍' 멘션이다. 미국을 방문한 정용진 부

회장은 갤럭시S의 로밍 문제를 트위터에 올렸다. "전화가 열 번도 넘게 먹통이 되고 재부팅도 수 십번째"라는

내용이었다. 삼성전자 측은 곧바로 정 부회장에게 사과하고 조치에 나섰다. 계열사 제품의 결점을 그대로 드

러낸 정용진 부회장의 성격과 실세 재벌 총수의 힘을 보여 준 인상적인 사건이었다. 이 일이 있은 직후 트위터

에 "이래서 무상급식도 전면시행해야 한다. 있는 집 아이들이 반찬투정을 해야 반찬이 바뀔 것 아니냐."는 뼈

있는 글도 돌았다. 정용진의 한 마디에 바삐 움직이는 삼성전자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최근 정용진 부회장은 벤츠 미니버스를 구입해 버스 전용차로를 타고 다닌다는 이유로 수많은 네티즌의 비난

을 받았다. 그 후 트위터 계정이 사라져서 그런 이유로 트위터를 탈퇴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는데 이틀

인가 후에 해킹을 당해 계정을 빼앗겼다는 기사가 나왔다. 지금 정용진 부회장의 계정을 보면 엉뚱한 이용자

가 나온다. 정용진 부회장의 트위터를 흥미롭게 지켜보던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재벌

총수이기에 비판, 비난받을 일도 많지만 박용만 회장이나 정용진 부회장과 같은 '평민'들과 완벽하게 다른 삶

을 사는 재벌 총수들의 트위터에는 묘한 재미가 있다. 보통 사람들의 삶과 유리된 그들로서도 트위터를 통해

평범한 학생, 주부, 시민의 삶을 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 괜찮은 일이 아닌가 싶다. 정용진 부회장이

다시 트위터를 시작했으면 하는 생각도 들고, 여하튼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유명인사들의 트위터는 영향

력도 크고 흥미로운 관심의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