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지난 주말 금요일과 일요일 광화문을 찾았다. 금요일엔 손학규, 한명숙, 유시민, 이
정희, 문재인과 같은 야권을 대표하는 대표적인 인물들이 박원순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을 했다. 일요일에는
요즘 또한 뜨거운 서울대 조국 교수가 광화문을 찾았다. 상당한 수위의 연설로 광화문을 찾은 시민들의 가슴
을 뜨겁게 했다. 금요일엔 특별히 <나는 꼼수다> 4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떤 정치인보다 큰 환호를 받은 <나
꼼수> 4인방의 인기는 참으로 대단했다.
요사이 김어준의 인기와 함께 출판계를 뒤흔들고 있는 <닥치고 정치>. <나는 꼼수다>에 후원한다는 기분으로
나 역시 한 권 구입했다. 일단 책의 표지가 인상적이다. '송승헌+지상렬', 김어준이 눈을 감고 찍은 전신 사진
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김어준이 고성국 박사에게 했던 말을 빌리면 "표지를 자신의 사진으로 하는 만행"을
저지른 셈이다. 그러나 나쁘지 않다. 심지어 세련된 느낌도 있다. 책의 저 뒷편을 보면 이렇게 쓰여 있다. "나
는 잘 생겼다! 크하하하." 김어준의 나르시즘이다.
이 책은 김어준과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가 함께 만든 책이다. 지승호가 물으면 김어준이 답하는 형식이다. 지
승호는 김어준이 하고 싶은 말, 해야 할 말을 하도록 질문을 던지고 추임새도 넣으면서 인터뷰를 이끌어간다.
책은 <나는 꼼수다> 첫 방송에서 다뤘던 BBK부터 청계재단, 인천공항, 그리고 다수 정치인들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상당 부분은 방송을 통해서 했던 말이지만 문자로 되어 있기에 몰입하기 좋고 잘 정돈되어 있으
며 상세하기도 하다. 엮은이로 소개되는 지승호를 모르는 사람도 많겠지만 우리 사회의 상당수 저명인사를 만
났고 그들과의 인터뷰를 엮은 책도 여러 권 출간한 나름 유명한 인사다. 요사이 김어준의 존재감이 워낙 대단
하기에 <닥치고 정치>가 거론될 때 김어준만 언급되지만 책 전체를 작업한 지승호의 역할 또한 인정받을 부분
이 있다는 생각이다.
김어준이나 <나는 꼼수다>를 언급하면 요즘 진중권이나 허지웅이라는 이름도 관련해서 떠오른다. 진중권은
김어준 관련해서 트위터를 통해 네티즌과 수시로 언쟁을 했다. "김어준에 대한 컴플렉스냐." "왜 <나꼼수>를
싫어하냐." 등등 다수의 공격적인 질문을 받았다. 진중권의 말을 종합해보면 김어준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
이지만 <나는 꼼수다>는 특별히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 듯 했다. 재미있는 건 허지웅이다. 영화 칼럼을 통해 어
느 정도 인지도를 가진 컬럼니스트인데 김어준과 <나는 꼼수다>를 비판했다가 블로그와 트위터에서 린치를
당했다. 그의 트위터 타임라인에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허지웅은 대중이 <나는 꼼수다>를 맹목적으로 신봉하는 것처럼 글을 썼다. 허지웅은 대중이 "<나는 꼼수다>
를 종교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수많은 네티즌이 반박했으니 다른 건 다 빼고 김어준의 말을 빌리면 "어떤 논
리도 정서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싶다. 사람들이 <나는 꼼수다>를 통해 얻는 건 정서적인 위로와 위안
이다. 대중은 숨을 쉴 수 없을만큼 꽉 막힌 이 시대에 숨구멍을 만들어 준 <나꼼수> 4인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모세' 어쩌고 하는 건 완벽한 '헛다리'다. 누가 <나꼼수>를 진리로 생각하며 맹신한단 말인가.
그저 웃으며 즐길 뿐이다. 그 가운데 그들이 준비하는 놀라운 자료와 디테일은 덤이다.
방송을 들으며 정서적으로 위로를 받는 대중은 <나는 꼼수다>를 지지한다. 그런데 허지웅은 논리적으로도 대
중을 설득하지 못한다. 논리로나마 대중이 수긍할 무언가가 있었다면 다수의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을텐데 많
은 사람들이 그의 논리에 동의하지 못했다. 그랬기에 허지웅은 린치를 당했다. 그래도 그의 성격상 웃으며 넘
긴다. 심지어 "이리 될줄 알았다."는 말까지 남긴다. 재미있는 사람이다.
<닥치고 정치>는 엄청나게 팔리고 있다. 김어준은 지난 <나는 꼼수다> 방송에서 "교보문고만 1위를 하면 모든
곳에서 1위를 한다."는 말을 했다. 첫판 1쇄를 펴낸 날이 10월 5일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이 벌써 16쇄다.
얼마나 더 찍어낼지도 관심사다. 소설이나 자기계발서적, 에세이도 아닌 책이, 이토록 건조한 정치서적이 이
런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니 놀랍다. 참으로 특이한 현상이다. <닥치고 정치>는 올해 가장 뜨거운 책이 될 것
같다. 부디 <닥치고 정치>가 많이 팔려 김어준 총수와 <나는 꼼수다>의 재정에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
다. 금전적으로 안정적인 상황 속에서 그들이 <나는 꼼수다>를 만들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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