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드 팝을 좋아한다. 60년대와 70년대를 가로지르는 팝 음악(특별히 미국의 음악)에는 묘한 향수 같은
것이 있다. 그래서 그런 음악들을 모아놓은 음반을 즐겨 듣곤 하는데 그 대표적인 앨범이 영화 <포레스트 검
프>의 사운드 트랙이다. 이 영화에는 60, 70년대 미국을 대표할 수 있는 가수들의 음악이 영화 전반에 흐르는
데 사운드 트랙에도 2장의 CD에 그 음악들을 고스란히 담았다. 들으면 들을수록 한 곡, 한 곡이 보석같은 명
곡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다소 지능이 떨어지는 포레스트 검프(톰 행크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된 자신의 재능, '달리기'를 통해
삶을 개척하고 미국 역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등장해 주인공이 되는 내용을 그린다. 지능이 떨어지는 아들에게
그를 사랑하는 엄마의 한 마디 "Life is like a box of chocolates. You never know what you're going to
get.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다. 네가 어떤 초콜릿을 갖게 될지 결코 알 수 없지.)"라는 명대사를 남긴 영화이
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 포레스트는 IT 기업 애플의 주주가 되는데 이 부분을 설명하면서 그는 애플을 사과 농장으로 표
현한다. 포레스트의 캐릭터와 어울리는 재치있는 대사다. 현재 애플이 가진 현금이 디폴트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미국 정부가 가진 현금보다 많다고 하는데 90년대 초반에 나온 영화에서 묘사하는 애플을 보며 격세지감
이 느껴지기도 한다. <포레스트 검프>는 톰 행크스 외에 지명도 있는 배우가 안 보이는 영화인데 그 가운데 낯
이 익은 게리 시니즈가 눈에 띈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스네이크 아이즈>, 멜 깁슨의 <랜섬> 등에 출연했고
최고의 TV시리즈 <CSI 뉴욕>에서 반장으로 출연한 중량감있는 배우다.
다시 음악으로 돌아오면 이 앨범에는 엘비스 프레슬리, CCR, 밥 딜런, 사이먼 앤 가펑클 등 그야말로 '레전드'
아티스트의 음악이 가득하다. 그 가운데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음악이 레너드 스키너드의 'Sweet home
Alabama'라는 곡이다. 하드락 밴드로 알려진 레너드 스키너드지만 이 곡은 멜로디도 예쁘고 듣기에 편한 곡
이다. 그리고 앨범의 다른 곡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내에 덜 알려졌지만 낡고 풋풋한 사운드(구식 사운드?)
가 정겹고 매력적인 곡이다. 비슷한 시기의 음악들에 비교하면 다이어 스트레이츠나 CCR의 느낌과 비슷하고
90년대 밴드 가운데 이런 느낌을 찾으면 후티 앤더 블로우피쉬 정도가 있다.
이 음악과 관련해 하나 재미있는 에피소드. 죄수들이 그들을 수송하는 수송기(convict airplane)을 탈취해서
달아나는 내용의 영화 <콘에어>, 수송기를 탈취한 강력범죄자들이 음악을 크게 틀고 비행기 안에서 춤을 추며
즐거워한다. 그 장면에서 나오는 음악이 바로 레너드 스키너드의 'Sweet home Alabama'다. 이 음악이 흐르
자 영화 속 연쇄살인범 갈랜드 그린(스티브 부세미)이 "멍청한 놈들, 비행기 훔쳐서 달아나는 놈들이 비행기
사고로 죽은 밴드의 음악을 듣고 있네."라며 냉소한다. 레너드 스키너드는 타고 있던 비행기가 추락해 리더와
멤버 일부가 사망하고 일부는 중상을 입는 사고를 당한 그룹이다. 레너드 스키너드라는 밴드와 이들의 음악을
몰라도 웃을 수 있는 대목이다.
오랜만에 <포레스트 검프>의 OST를 꺼내 본다. 역시 명작에 어울리는 명곡, 명반이다. 좋은 음악은 시간과 공
간을 초월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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