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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Society

억울하면 출세해? 아니 억울한 세상을 바꿔야 한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 그리고 듣는 말 가운데 "억울하면 출세해."라는 말이 있다. 
특별히 민원인으로 공공기관

에서 불친절한 대접을 받았을 때, 때로 모멸감을 느낄 정도의 무례한 일을 겪었을 때 분을 삭히며 하는 말이며

유전무죄 무전유죄 사회에서 검찰과 법원, 변호사들의 행태를 보며 자연스레 입에서 나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을 때 종종 씁쓸한 생각이 드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정말 가진 자, 힘이 있는 자, 출세한 사

람들이 그런 소리를 한다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정확하게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고 그런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게 우리 현실이기 때문이다. "억울하면 출세해."라는 말의 이면에는 출세하면 억울

한 일을 당하지 않을 특권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왜 정당하지 못한 특권을 갖기 위해 출세해야 하는

가. 억울한 일과 부당한 일이 벌어지는 이 사회를 바로 잡도록 노력하는 게 옳은 일 아닌가.




이는 힘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주류에 편입되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패배의식'을 드러내는 표현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마음 한 편에서는 "출세해야 이런 모욕 안 당한다."라고 생

각하지만 다른 한 편에는 "어차피 그건 내 몫이 아니다."라는 생각도 동시에 있다. 결국 이 표현은 출세한 주류

에 대한 동경과 부러움을 드러내는 표현인 셈이다. 이와 같은
 패배의식은 우리 스스로 갖게 된 걸까. 결코 그

렇지 않다.


조금 다르지만 우리에겐 또한 '식민사관'이라는 게 있다. 일본이 우리에게 심어놓은 지저분한 유산이다. 우리

가 흔히 하는 말 가운데 "조선 놈들은 이래서 안돼.", "조선 놈들은 맞아야 말을 들어."라는 말이 있다. 우리를

지배했던 일본(사람)이 그런 말을 하면 불쾌하지만 그럭저럭 이해는 할 수 있다. 그런데 현대를 살아가는 한국

사람이 그런 표현을 즐겨 한다.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우리가 스스로 자연스레 이런 생각들을 갖게 됐을까. 이

또한 그렇지 않다.





우리는 의식 중에 그리고 무의식 중에 위와 같은 생각들을 주입받는다. 우리 사회의 수구세력과 수구언론에

의해서다. 수구언론이 우리 국민들의 머리 속에 열심히 세뇌하는 대표적인 생각 가운데 하나가 "삼성이 망하

면 대한민국이 망한다."는 주장이다. 그들이 오랜 세월 노력해 온 덕에 이는 우리 국민에게 언제든 제대로 먹

히는 선동이다. 반대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삼성은 절대 한국을 못 떠난다. 왜? 세계 어디에도 삼성의

불법, 탈법을 받아 줄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꽤 설득력있는 주장이다. 삼성은 이 나라의 입법, 사법, 행정부

를 장악하고 있다. 특히 사회 최후의 보루라는 사법부까지 지배하고 있기에 그들의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

런 그들이 이 나라를 떠날 리 만무하다. 그리고 아닌 말로 기업 하나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면 그냥 대한민국

간판 내리는 것도 고려해 봄직하다.               



힘 없고 가진 것 없는 사람이라면 이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드러내고 비판하며 그것을 바로 잡기 위해 노력

하는 게 맞다. 그걸 바라보며 "내가 못나 그렇지. 억울하면 출세해야 해."라 말하며 패배의식에 젖어 무기력하

게 있어선 안 된다. 그거야말로 지배권력이 국민에게 권장하는 사항이다. 이 나라는 우리의 후세까지 살아갈

땅인데 소수의 권력이 마음껏 지배하고 다수를 유린하도록 놔둬서는 안될 것이다. 정권 말 이런 저런 대형 스

캔들을 보며 "억울하면 출세해야지."라고 씁쓸하게 읊조릴 장삼이사가 많을 듯 하다. 억울하면 출세해? 아니

다. 억울하면 억울한 세상을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