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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Society

"조전혁, 전교조에 배상하라" 법원의 상식적인 판결




지난 해 4월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라는 사람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조전혁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입수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의 명단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하면서부터다. 전교조라는 이름이

우리 사회에서 갖는 의미가 있기에 당시 조 의원은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 곧 전교조는 법원에 명단 공개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법원은 전교조의 손을 들어줬다. 이 때부터 볼 만했다.




한국사회에서 아무리 특권층이고 막 나가는 정치인이라 해도 사법부의 권위는 인정하고 판결에 따르는 게 그


간의 모습이었다. 사실 사법부의 판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사법부를 비난하는 것조차 쉬운 일은 아니

다. 정당의 대변인이나 최고위원, 대표 정도가 공식적인 입장으로 그런 발언을 하긴 하지만 발언 후에 적잖은

논란을 낳는 모습을 우린 심심찮게 보아 왔다. 그런데 여기 조전혁이라는 사람은 불만을 표시하는 정도가 아

니라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했다며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전교조 명단 공개에 대한 의사를 굽히지 않

았다. 그러면서 법원을 비난하기까지 했다.


"법원이 국회의원의 입법권과 직무를 침해한다. 사법부가 법을 만드는 입법부 국회의원의 활동을 제한할 수

없다."는 맥락이었던가 대략 그런 논리로 법원의 결정에 맞섰다. 하나같이 들어주기 힘든 궤변이었다. 정치인

으로 구사하는 정치적 수사이니 그러려니 이해는 했다만 대학의 교수라는 자리에서 일을 했던 사람의 논리와

주장 치고는 참으로 군색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면서 했던 말이 "학부모의 알 권리.. 떳떳하면 왜 명단공개를 못 하느냐."였다. 대단히 비열하고 야비한 언

사다. 그들이 그간 이 나라에서 전교조라는 이름에 어떤 색칠을 해 왔는가. 지금 국민 일반이 전교조라는 이름

을 들으면 어떤 느낌을 갖는가. 모르긴 몰라도 적잖은 국민이 전교조라면 사상, 이념, 노동운동, 거기 더해 북

한까지 떠올릴 것이다. 전교조라는 단체는 대한민국에서 에누리 없이 '친북 좌파'의 느낌을 고스란히 품은 이

름이다. 수구 보수가 수 십 년간 공들여 작업해 온 결과물이다.


'좌파' 하면 손사레를 치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나는 좌파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쿨한 시대라고는 하나 그

럼에도 기성세대에게 좌파는 여전히 사상적으로 불온하고 북한과 가까운, 우리 안에서 몰아내야 할 불편한 이

름이다. 그런데 그들 자신들이 전교조에 그런 딱지를 붙여 놓고 "너희가 떳떳하면 왜 공개를 꺼리느냐."고 말

한다. 참으로 노골적으로 비열하고 야비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다행히 우리 사법부의 양심을 가진 법관들이 상식을 지켜주는 판결을 연이어 내놓았다. 일찌감치 대법

원과 헌법재판소에서 "명단공개는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려준 데 이어 바로 오늘 서울중앙지법 민사 13부는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과 동아닷컴 측에(동아닷컴 역시 조전혁 의원 측에서 제공받은 명단을 공개했었다. 물론

조전혁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목적에서였을거다.) 소송에 참여한 전교조 교사 3천 4백 명에게 1인당 각각

10만원과 8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조전혁 의원의 경우 3억 4천만원이다. 예전에 법원의 결정에 따르지 않아 집행된 강제이행금까지 더해 4억 4

천만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자신의 확고한 신념일 수도 있고 당에 대한 충성심에서 기인한 행동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저지른 '무리수'로 그는 큰 댓가를 치르게 생겼다. 정치를 잘못 배운 댓가, 주변에 상식을 가진

괜찮은 동료 의원을 두지 못한 혹독한 댓가를 치르는 셈이다.  
   

 
전교조는 조전혁 의원과 뜻을 같이 하며 전교조 소속 교사 명단을 공개한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등에 대해서도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자칭 '보수'라 하는 사람들의 철학대로 '체벌'만큼

확실한 교육도구는 없는 모양이다. 그리고 '돈'만큼 확실한 체벌도구도 없음을 우리는 보고 있다. 이렇게 하지

않고는 방법이 없는 이 사회가 씁쓸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이렇게 해서라도 '바람직한' 선례를 남겼으면 하

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