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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Media & Culture

장혁의 <신라면 블랙> 광고를 보고




시장에 선보일 당시 가격 때문에 논란이 컸던 신라면 블랙.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타당성 여부에 대한 조사에

나선다고 할 정도로 시장에선 이슈였다. 그게 마케팅에 도움이 됐을까. 신라면 블랙은 출시 한 달만에 1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일반적인 시선으로 보면 터무니 없는 가격이지만 국내 라면시장의 70%를 장악하

고 있는 농심이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도 있다.  





장혁이 출연한 신라면 블랙 광고. 의도는 분명하게 전달된다. 고급화된 라면이기에 최근 <마이더스>라는 드라

마에 펀드 매니저로 출연한 장혁이 캐스팅됐고 신라면 '블랙'이기에 장혁은 검은 셔츠를 입고 등장한다. 장혁

이 말한다. "내 건강을 위하여.. 신라면 블랙.." 아무리 봐도 어색하고 웃기는 광고다. 장혁과 라면도 어울리지

않고 상황도 카피도 어이가 없다. 인터넷 댓글이 꼭 맞다. "건강을 위하면 밥을 먹어야지. 왜 라면을 먹냐?"



예전 어떤 광고학 서적에 (전통적인 광고 이론에서 봤을 때) 실패한 광고 사례 가운데 텔런트 김지호가 출연한

청소기 광고가 있었다. 아무래도 '청소'는 주부와 어울리는 소재다 보니 당시 미혼 여성이었던 김지호와 청소

기가 매치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지금에 와서는 그런 개념들은 완전히 사라지고 없

다. 남자든 여자든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늘고 요리, 청소, 빨래, 육아 등 집안의 모든 일에 남녀의 구분이 없어

진 게 그 이유일 것이다. 최근 광고를 보면 이런 시대적 변화가 뚜렷이 읽힌다. 이나영이 광고하는 세탁기, 이

승기가 모델로 등장하는 냉장고, 심지어 이효리는 "밥 한번 먹자."며 밥솥을 광고한다. 카피도 그렇고 광고 속

에서 이효리의 스타일도 그렇고 이건 정말 안 어울렸지만 대행사는 그렇게 광고를 제작한다. 물론 광고주도

만족하니 그런 광고가 나오는 거다.




다른 이야기지만 맨체스터의 박지성이 등장하는 양주 광고도 어색하긴 하다. 스포츠 재벌이 된 박지성이지만

여전히 소박하고 겸손한 외모 덕분에 박지성과 고급스런 상품, 사치재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다. 아무래도

그런 상품은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스포츠 스타 쪽에서는 타이거 우즈나 뭐 이쪽이지 싶다. 여하튼 광고

효과가 얼마나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시장을 독점한 농심이 돈 버는 데는 문제 없을 테고 공정위가 조사해 봐

야 나올 건 없을 테고 이래저래 재미있는 라면시장, 광고시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