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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Media & Culture

송지선 아나운서, 이제라도 편히 쉴 수 있기를




송지선이라는 스포츠 케이블 TV 아나운서의 죽음이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망자가 방송 아나운서라는 점에서 


방송가도 술렁이고 있고 망자와 관련된 남자가 임태훈이라는 국내 프로야구에서 꽤 알려진 스타라는 점에서 프로야구

쪽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연애라는 게 남녀 사이에서 벌어지므로 또 당사자들 외에는 그 누구도 제대로 상황을 알

수 없으므로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잘못을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단 여자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터라 비난의 화

살이 상당 부분 남자 쪽으로 향하고 있다. 특히 송지선 아나운서가 야구팬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었던 스포츠 아나운서

였기에 야구팬들은 그녀에게 특별한 측은지심을 보이고 있다.




대중은 아무래도 자극적인 내용에 관심이 많다 보니 송지선 아나운서가 미니홈피에 올렸다는 장문의 글이 화제다. 그

글이 송지선 아나운서가 임태훈의 팬들로부터 큰 비난(욕설)을 받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송지선 아나운서는 그 글

은 자신이 쓴 글이 아니라며 곧 해명하겠다는 의사를 자신의 트위터에 밝히기도 했는데 결국 그 시간까지 견디지 못하

고 삶을 마감했다. 심적 고통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컸음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녀는 자신이 임태훈과 1년 넘게 교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태훈은 그 사실을 부인했다. 언론에서는 그녀가 목숨

을 끊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보고 있다. 야구팬들의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난, 회사로부터의 징계가 그

녀를 둘러싸고 있었다.. 코너에 몰릴대로 몰린 송지선이 자신이 좋아했던 남자, 죽도록 고통스런 상황에 유일하게 의

지할 수 있는 그리고 방패가 되어주어야 할 남자가 서로 좋아했던 감정 자체를 부인하자 심정적으로 무너지지 않았을

까 하는 추측이다.


두 사람은 교제하지 않았을까. 자세한 부분이야 당사자만 안다고 해도 이 정도는 가까이 있는 지인들도 알 수 있다. 허

구연은 두 사람 관계를 묻는 질문에 "그 부분은 제가 말하기가 좀.."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임태훈이 거짓말을 한 거라

면 임태훈은 비난을 면할 수 없다. 자신의 상황도 만만찮게 힘들었다 하더라도 궁지에 몰려 힘들었던 송지선을 생각했

다면 대응을 달리 했어야 했다. 물론 임태훈도 이렇게 쉽게(송지선에겐 결코 쉽지 않았겠지만) 송지선이 목숨을 끊으

리라고는 생각치 못했을 수 있다.




이번 사건을 보며 언론은 SNS의 부정적인 면을 다루고 있다. 물론 그것도 짚어야겠지만 언론의 책임도 상기해야 한

다. 말 그대로 이건 그들의 '사생활'이다. 그들이 대중 앞에 다소 알려진 인물들이라 해서 그토록 괴롭힘을 당할 이유

는 없다. 특히 여성의 입장에서 자신의 고통스런 '애정사'에 관한 뉴스가 시간별로 올라오는 상황은 감당하기 어려웠

을 것이다. 그렇게 타인의 고통을 흥밋거리로 다루더니 막상 송지선이 삶을 마감하자 언제 그랬냐는듯 경건하게 추모

의 모드로 돌아서는 한국 언론이다. 참으로 기가 막힌 사람들이다.


생을 마감했지만 그녀의 미니홈피에는 사진도 동영상도 그대로 남아 있다. 그녀의 트위터는 그녀가 마지막으로 글을

남긴 시각을 5월 21일로 기록하고 있다. 불과 사흘 전까지 그녀는 그곳에서 재잘거렸다. 지금이라도 그녀가 "오늘 방

송은..." 이렇게 글을 남길 것만 같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없다. 확실히 죽음이라는 건 남겨진 사람들의 몫이다. 넋을

잃은 그녀의 부모를 보며, 통곡하는 그녀의 어머니를 보며 그들이 감당해야 할 슬픔을 생각했다. 하루 아침에 딸을 잃

은 부모의 슬픔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녀와 그녀의 방송을 좋아했던 야구팬들의 마음도 쓸쓸하고 스산하다.

"조금만 참지. 왜 그랬을까." 하며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서른 나이에 세상을 등지고 엄마도 아빠도 뒤로 하고 뛰어내

린 그녀가 딱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그녀가 떠나고 없는 그녀의 트위터에 누군가 멘션을 남겼다. "이제 편한가요."

이제 그녀는 편할까. 지금이라도 그녀가 편히 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