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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Society

30대 중국여성 덩신밍, 대한민국 외교를 흔들다.






30대 중국여성 한 사람이 대한민국 외교를 흔들고 있다. 처음 들었을 때 예전 린다 김 사건이 생각났다. 여성 로비스

트? 스파이? 그 당시에도 관련 인사들이 린다 김에게 보냈던 편지들이 공개되어 당사자들이 민망했던 일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때와 차원이 다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녀가 외교관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져왔다는 표현이 사건

초기부터 모든 매체를 뒤덮고 있다. 역시 대한민국 언론이다. '외교 스캔들'보다는 '섹스 스캔들' 쪽으로 비중을 많이

가져가는 느낌이다. 그게 대중의 시선을 끌기도 좋고 장사하기도 좋기 때문일 것이다. 언론 기사의 제목들도 선정적인

것들이 많다. '특별한 미인도 아닌데..'라는 제목을 봤을 때는 이게 주류 언론의 기사 타이틀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이 사건을 두고 쏟아지는 기사는 크게 두 줄기다. 하나는 김정기 총영사에 대한 기사. 김정기 총영사는 지난 대선 이명

박 캠프에 몸 담았었다. 그리고 2008년 총선 당시 노원구에서 출마하려 했다가 홍정욱에 밀려 공천을 받지 못했고 이

에 미안한 마음이 있던 MB가 상하이 총영사라는 자리를 줘 내보냈다는 것이다. 덩씨 문제가 불거질 시점, 영사관에서

조사하려는 움직임이 있자 김정기가 이를 막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덩씨가 가지고 있던 자료들 역시 자신이 준 것이 아

니라 덩씨가 몰래 촬영해 간 것이라  말했다가 며칠 후 이를 뒤집기도 했다. 점입가경에 망신도 이런 개망신이 없다. 


또 한 줄기는 외교관들의 '섹스 스캔들'
이다. 이 역시

아주 좋은 언론의 먹잇감이다. 사건 발생 초기부터 대

부분의 언론이 이를 대서특필 해왔다. 신문, 방송에서

는 연일 '부적절한 관계'를 반복하며 민망한 내용의 기

사들이 쏟아졌다. '외교관들이 그녀를 놓고 싸움을 했

다.' '미인도 아닌 그녀에게 왜 목을 맸나' 등 대중의 시

선을 끌기 좋은 선정적인 제목의 기사들이 넘쳐났다.  

  
정부에서는 상하이로 조사단을 파견했다. 중국에서는

이 사건을 '스파이 사건'으로 몰아가는 것에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우리 언론도 정황상 스파이 사건 보다

는 '비자사업 브로커' 사건에 비중을 두는 분위기다. 진

실은 어느 쪽인지 알 수 없고 조사결과가 있는 그대로

발표될 가능성도 만무하지만 한국과 중국 양측 모두 정치

색은 걷어내고 사건을 마무리 짓는 게 좋은 만큼 어느 정도 합의를 보고 결과가 나올 것이다. 물론 결과는 비자브로커

덩신밍의 로비사건, 중국여성 한 명과 다수 외교관들의 섹스 스캔들 정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사건을 보고 있으면 토니 스코트 감독의 <스파이 게임>이 떠오른다. CIA요원 톰 비숍(브래드 피트)은 자신이 사랑

하는 여자 엘리자베스(캐서린 맥코맥)가 중국 쑤차오 감옥에 갇힌 것을 알고 그녀를 구하려다 그 역시 수감된다. 그리

고 그 사실을 알게 된 그의 선배이자 CIA 간부인 네이선 뮈어(로버트 레드포드)가 개인적으로 작전을 꾸려 두 사람을

구하게 된다는 내용의 영화다. 최근 우리 국정원의 '리얼한' 작전과 외교관들의 '연애외교'를 보면 저건 그야말로 영

화,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여자를 위해, 그리고 자신이 키운 후배를 위해 위험을 무릎서고 작전

을 감행, 성공시키는 영화를 보고 있으면 스파이이기 이전에 멋진 남자들의 드라마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외교관들은 과연 사건 관련 조사를 받으며 어떤 소리를 할

까. 모르긴 몰라도 각자 저 살자고 아둥바둥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

은 침소봉대 할 것이고 없는 얘기도 얼마든지 창작, 조작할 것이다.

덩신밍을 앞에 두고는 '사랑'을 수도 없이 입에 올렸겠지만 지금 상

황에 이르자 "여자로부터 협박을 당했다."는 진술도 나오지 않았던

가. 참으로 흥미로운 <스파이 게임>이다. 그래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였던 거다. 한국과 중국 양국 정부는 어디까지 시나리오를 각색

할까. 이미 쪽은 팔릴 대로 팔렸지만 그래도 면은 좀 세워야 할 테

고. 대한민국 최고위 인사들의 연락처와 총영사의 서약서, 덩신밍과

남자들의 사진들이 뒤섞인 <스파이 게임>의 최종 시나리오는 조만간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