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Opinion/Society

장자연, '야만의 사회'가 삼킨 이름




故 장자연에 대한 뉴스가 다시 나왔다. 2009년 3월, 그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2년여 만이다. SBS에서 단독이라며 그녀의 편지 내

용을 공개한 것이다. 100여 차례의 술자리, 31명의 남성 접대. 편지 

의 내용은 구구절절 당시 그녀의 끔찍했던 현실을 보여준다. 

그녀는 그들을 '악마'로 표현했다. 그리고 '복수'를 부탁했다. 하지

만 2년전 그랬듯 이번에도 복수는 쉽지 않을 듯하다. 가해자 가운데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입에 올리지 못하는 두 사람이 있기 때

문이다. 




그 신문의 정치적 패악이야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이가 없다. 그 당시 놀랐던 건 그들 정도의 인사가 이런 성접대까지

받고 다녔다는 사실이다. 스스로 '밤의 대통령'이라 칭할 정도로 힘있는 유력 인사들이 어쩌자고(?) 이런 접대를 받았

을까. 물론 입단속, 보안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그렇게 하고 다녔을 것이다. 그리고 그랬다면 장자연 이전에도 있었

을 것이고 이후에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도 그런 자리에 나올 수 밖에 없는 '약한' 여성들을 유린하고

있을지 모른다.     


지금 이 뉴스를 접하는 언론과 사회의 관심은 오로지 그 유력 언론의 사주들이다. 접대를 받았다는 다른 사람들이야

어차피 피래미들 아닌가. 이 명단이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모두가 알듯 유력 일간지의 그들 때문이다. 당시 그 언론이

타 언론을 향해 했던 공개적인 협박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자신들의 사주가 거론되는 보도는 명예훼손의 소지가 있

으며 어떤 근거없는 보도에도 강력하게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이 협박은 제대로 통했고 어떤 언

론도 그 두 사람은 물론 매체의 이름 조차 보도하지 못했다. (당연하다. 억대 소송을 당해 패소하면 자잘한 인터넷 매

체는 그대로 파산이고 그 정도 금액이면 경향이나 한겨레 정도의 매체도 감당하기 힘들테니 말이다.) 어쨌든 당시 인

터넷 등 온라인에선 누구나 알고 있는데 제도권(?) 매체는 입 다물고 있는 우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당시 인상적인 사건이 있었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장자연 사건을 말하며 조선일보와

사주를 언급한 것이다. 이는 금방 화제가 됐고 당연히 조선일보는 이종걸 의원에 대한 법적 대응을 말했다. 그리고 얼

마 후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MBC <백분토론>에 출연해 이종걸 의원의 발언을 인용하며 '조선일보의 방사장, 스

포츠조선의 방사장'이라 표현하며 '확인사살'했다. 물론 조선일보는 이정희 의원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 운운했다. 하

지만 곧 장자연 사건이 흐지부지 되면서 두 의원에 대한 조선일보의 대응도 흐지부지 종료됐다. 이종걸, 이정희 의원

정도 되는 인물이고 당이 뒤에서 받치고 있으니 그렇지 어지간한 인물이었으면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다.
  

최근 보면 <SBS 뉴스>가 한 건씩 해준다는 느낌이다.                                


물론 세상이 음모로 가득하니 이번 건도 뭔가 다른 걸 덮기 위해 

여론을 돌리기 위한 수작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이번 보도를 계기로 명단이 공개될 수 있을까.

2년 전 그랬듯 이번에도 그녀의 '복수'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우스갯소리로 "차라리 위키리크스 어싼지에게 넘기라."는 말이 있는

데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3월 7일, 내일이면 그녀가 세상을 떠난지 정확히 2년이 된다. 

장자연, '야만의 한국사회'가 삼킨 안타까운 이름.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