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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Society

2011년, 엄기영의 선택




결국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2011년 3월 2일, 엄기영 전 MBC 사장이 한나라당에 입당한다는 소식이다. 

물론 4월 27일 재보선 강원도지사 선거의 출마를 위함이다. 한나라당에서 그를 전략공천 할 것은 불문가지다. 

말로만 나돌던 엄기영의 '한나라당 행'이 확정 발표됨으로 그는 확실히 '커밍아웃' 한 셈이다.

          
             

 
그간 엄기영의 행보를 예상하고 그를 분석한 여러 글들이 있었다. 그 가운데 다음과 같은 내용에 주목하고자 한다.


        " 엄기영은 강원도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수재' 소리 들으며 자랐고 강원도 명문 춘천고와 
 
         서울대를 졸업했다. MBC 입사한 이후에도 줄곧 엘리트 코스를 밟아 사장의 자리까지 승승장구했다. 

         그의 성향이 어떻고를 떠나 그는 자신이 어떻게 움직여야 살아남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다. "


힘든 생활을 해본 경험이 없는 그에게 한나라당 행은 어찌보면 당연하다는 얘기다. 


엄기영의 행보를 보며 무엇보다 그는 스스로 그의 결정이 부끄럽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부끄러울 것이다. 그렇다면 왜 부끄러움을 무릎서고 그와 같은 결정을 했을까. 

부끄러움과 사회적 비난을 모두 상쇄하고 남을 만큼 권력이 탐이 났기 때문일 게다.

MB정권 3년, 이 나라에서 '대의'라든지 '정의'라는 개념은 '개나 줘버릴 것'이 되고 말았다.

헌재 판결도 그랬듯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만 얻으면 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만 얻으면 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어차피 욕이야 잠깐만 먹으면 되는 게 아니던가.


           


민주당 강원도지사 후보로 결정된 최문순 의원은 며칠 전 그런 말을 했다. 

"엄기영이 한나라당으로 출마하면 그를 지키기 위해 파면, 해임 등 갖은 징계를 당하며 싸운 MBC 구성원이

입을 상처가 너무 커 안 된다. 그가 민주당으로 오면 내가 양보하겠다."

그렇다. 참으로 우스운 상황이다. 그를 지키기 위해 MBC 구성원들과 시민사회가 싸웠는데 정작 그는 MBC

구성원과 시민사회가 싸웠던 상대, 자신을 끌어내린 권력의 품에 안기려 한다. 

MBC 앞에서 여러 날 촛불을 들고 MBC와 엄기영 사장을 위해 싸운 시민들을 볼 때도 이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다. 물론 이제 와 그를 향해 "촛불을 기만했다." 류의 비판은 아무 소용 없는 상황이다. 

이미 그는 결단을 내리지 않았는가.
 

우리 현대 정치는 가끔 아주 놀라운 드라마를 보여 준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김민석이 노무현 후보를 떠

나 정몽준의 뒤에 섰던 장면은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지금만큼 기가 차고 어이가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10년 만에 한국 정치는 또 하나의 쇼킹한 드라마를 보여주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강원도에서는 두 사람의 전 MBC 사장이 맞붙게 됐다. 이광재 판결에 대한 강원도민의 정서 역시 무시

할 수 없는 변수다. 크든 작든 어떻게든 결과에 영향을 미칠거다. 강원도민은 이번 선거를 통해 <강원도의 힘>을 어떻

게 보여줄까. 참으로 기대되는 결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