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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Society

'당선인', '국격', 단어로 읽는 컴플렉스의 사회



컴플렉스는 참으로 재미있다. 이전 한나라당, 지금의 새누리당으로부터 많이 들을 수 있는 말 가운데 '법과 원칙'이 있다. 용산 참사나 쌍용차 사태의 피해자를 향해 한나라당, 새누리당 인사들이 자주 사용한 말이다. 사실 '법과 원칙'은 당연히 지키고 따라야 하는 가치다. 특별히 강조하고 말 것이 없다.(오히려 사회적 약자가 극단에 몰려 불가피하게 실정법을 위반했으면 약자를 위해 처벌을 면하게 해줄 정치력이 필요할 수는 있다.) 그에 대한 강박이 있는 이들만이 그것을 강조할 뿐이다. 물론 재벌이나 정치인, 고위 공직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법과 원칙'이라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다. 


"소통하고 싶습니다."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이 문화부 장관 시절 트위터에 남긴 트윗이다. '소통', 정말 많이 듣는 말이다. 물론 새누리당으로부터 나오는 말이다. 나는 "법과 원칙에 컴플렉스가 있는 자들이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이 소통을 말하는 법입니다."라는 답을 돌려보냈다. 타인의 말을 들을 수 있고 대화에 능한 사람이 특별히 소통을 강조할 일이 있을까. 소통을 말하는 사람은 다른 이와 대화하지 못하고 남의 말을 듣지 못하는 인물임을 스스로 시인하는 셈이다. 





'국격'이라는 말도 재미있다. 언제부턴가 자주 듣는다. 이명박 대통령 이전에는 듣지 못하던 말이다.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이전 대통령은 누구도 '국격'이라는 표현을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는 그냥 그 자체로 품격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나라의 '격'을 말했다. 왜 그랬을까. 자기 자신에게 품위가 없기 때문이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위축되고 움츠러든다. 스스로 가진 '품위'에 자신이 없는 대통령은 끊임없이 나라의 '격'을 강조한다. 그 덕분에 여당에서도 언론에서도 툭하면 '국격'을 말한다. 대통령의 컴플렉스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냈다.    


'당선인'이라는 말도 우습기는 마찬가지다. 이전 대통령은 하나같이 '당선자'라는 호칭을 가졌다. 누구도 이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달랐다. 놈 자(者)가 들어가는 낮춤말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이명박 당선자 측은 언론에 '당선인'이라는 호칭을 써달라 요청했고 그 호칭은 지금 박근혜 '당선인'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연히 컴플렉스의 문제다. '당선자'는 과학자, 교육자처럼 직업, 전문성, 거기 더해 존경을 나타내는 보통명사다. 오히려 '당선인'이라 하면 민간인, 세속인과 같이 존경과는 무관한 예삿말이 된다. 지금도 어색하게 '당선인'이란 호칭을 사용하는 정치권, 언론은 이런 내용을 아는지 모를 일이다.   놈 자(者)의 용법





'바른'과 '자유'라는 단어도 고생하기는 마찬가지다. 소위 '우익'이라 하는 사람들이 아주 좋아하는 단어다. '바른' 어쩌고 하는 단체라면 예외없이 우파, 친새누리당 성향의 단체로 보면 된다. 바르게 사는 건 보통 사람들이 가지고 사는 당연한 명제다. 그들이 강조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고 있다. '자유'라는 단어도 그렇다. '자유'를 단체명에 쓰는 집단 역시 예외없이 우파 단체라 볼 수 있다. '자유'의 경우 조금 다르게 볼 것이 이들이 말하는 자유는 그저 경제활동의 자유만을 말한다는 사실이다. '사상'이나 '이념'의 자유 따위는 없다. 그래서 그 뒤에 꼬리처럼 붙는 게 '시장경제'라는 표현이다. '바른'이나 '자유'나 시대를 잘못 만나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다. 


하나 더하면 '애국'도 그렇다. 보통 사람들이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유난히 '애국'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있다.(모두 알고 있듯 이 뒤에는 '보수'라는 말이 단짝처럼 따라다닌다.) 동시에 태극기까지 들고 다니며 '애국심'을 과시한다. 태극기는 집에 잘 보관하다가 그저 국경일에 한 번씩 걸면 된다. 아무 때나 흔들고 다닐 이유가 없다. 우리나라에

는 참으로 독특한 멘탈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러고 보니 빼놓으면 섭섭한 단어가 두 개 더 있다. 하나는 이명박 대통령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도덕'이고 다른 하나는 삼성 이건희 회장이 내놓은 히트작 '정직'이다. 사람이 항상 의식하고 있는 부분, 스스로에게 약한 부분은 그렇게 무의식 중에 그리고 지속적으로 드러난다. 언어를 통해 읽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재미있는 대한민국이다.